'강릉 급발진 의심사고' 재연 첫 시험…"운전자 페달 오조작 가능성 희박"

입력 2024-04-19 19:08:44 수정 2024-04-20 09:41:13

강원 강릉에서 2022년 12월 이도현(사망 당시 12세) 군이 숨진 차량 급발진 의심 사고와 관련해 차량의 결함에 의한 급발진 여부를 밝힐 '재연 시험'이 19일 오후 강릉시 회산로에서 진행됐다. 사고 차량과 같은 '2018년식 티볼리 에어' 차량에 카메라와 변속장치 진단기가 설치되고 있다. 연합뉴스
강원 강릉에서 2022년 12월 이도현(사망 당시 12세) 군이 숨진 차량 급발진 의심 사고와 관련해 차량의 결함에 의한 급발진 여부를 밝힐 '재연 시험'이 19일 오후 강릉시 회산로에서 진행됐다. 사고 차량과 같은 '2018년식 티볼리 에어' 차량에 카메라와 변속장치 진단기가 설치되고 있다. 연합뉴스

지난 2022년 12월 강릉에서 급발진 의심 사고로 사망한 이도현 군(당시 12세) 사건과 관련해 19일 국내에서 처음으로 차량 결함에 의한 급발진 여부 재연 시험이 진행됐다.

재연 차량은 사고 당시와 같은 2018년식 티볼리 에어였으며, 제조사 측이 제공한 변속장치 진단기도 부착됐다. 2시간 동안 이뤄진 이날 시험에서는 '페달 오조작 가능성'은 낮다는 결과가 나왔다.

경찰의 도로 통제 협조와 법원에서 선정한 전문 감정인의 참관하에 이뤄진 이날 시험은 총 네 차례로 나뉘어 진행됐다.

첫 번째 시험은 사고 당시 차량 엔진에서 '웽'하는 굉음이 났던 지점에서 액셀을 최대한 밟는 것으로 진행됐다.

당시 A씨가 몰았던 차량은 '웽'하는 굉음과 함께 급가속 현상이 나타나면서 앞에 있던 모닝 승용차를 추돌한 후 약 780m가량을 질주했다.

시험 결과 속도는 시속 120km까지 상승했다.

사고 때와 다르게 제동거리 확보를 위해 680m가량을 이동한 점을 감안하면 계속 달렸다면 시속 120km는 넘을 수 있음을 추론할 수 있는 지점이다.

사고 차량의 EDR(사고기록장치)은 A씨가 사고 전 마지막 5초 동안 풀 액셀을 밟았다고 기록했으나 5초 동안 실제 속도는 110km에서 116km까지밖에 도달하지 않았던 사실과 비교하면 '풀 액셀을 밟았다는 EDR의 기록 자체가 잘못됐다'고 여길 수 있는 결과다.

두 번째와 세 번째에서는 출발 후 시속 40km 도달 시 '풀 액셀'을 밟아 RPM(분당 회전수)과 속도 변화, 브레이크 작동 여부를 살펴보는 시험을 통해 '사고 차량의 최초 모닝 차량 충돌 직전 상황'을 재연했다.

모닝 추돌 직전 시점으로 되돌아가 시속 40km에서 변속 레버를 주행(D)으로 두고 2~3초간 풀 액셀을 밟았을 때 속도가 얼마나 되는지 지켜봤다.

시험 결과 속도는 80km까지 올랐는데, 이는 국과수가 분석했던 시속 48km를 크게 웃도는 수치였다.

이에 원고 측 소송대리인을 맡은 법률사무소 나루 하종선 변호사는 "시험 결과 나온 속도는 국과수가 분석한 속도 그래프, 분당 회전수(RPM) 그래프와 차이가 크다. 국과수가 분석한 속도보다 높게 나왔다"며 "그렇다면 '운전자가 페달을 오조작했다는 국과수 분석이 잘못됐다는 생각이 든다"라고 의견을 냈다.

마지막 시험은 시속 110km 상황에서 5초가량 풀 액셀을 밟는 실험을 통해 시속 140km에 도달할 때까지의 분당 회전수(RPM)와 속도 변화 결과를 비교했다. 결과는 시속 135~140km가 나왔는데, 이는 EDR 기록을 토대로 한 국과수의 분석치인 시속 116km와 다소 차이가 났다.

모든 시험이 끝난 후 도현 군의 아버지이자 A씨의 아들인 이상훈씨는 "정말 단순히 상식적으로 생각해도 이 도로를 한 번만이라도 달려본 분들은 페달 오조작으로 달릴 수 없는 도로라는 걸 잘 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가능성과 추론을 통해서 결론을 낸 국과수와 달리 이번 감정 결과를 토대로 페달 오조작이 아님이 과학적으로 증명될 거라고 확신한다"고 강조했다.

이날 현장 재연은 지난달 26일 진행된 당시 사고 차량 운전자 A씨(68)와 손자 이군 유족이 차량 제조사를 상대로 낸 7억 6천만원 규모의 손해배상청구 소송 5차 공판에서 운전자 측이 제안한 '변속장치 진단기를 이용한 감정'을 재판부가 인정하면서 성사됐다.

운전자와 제조사 측은 다음 달 14일 춘천지법 강릉지원에서 진행되는 손해배상 청구 사건 변론기일을 통해 법정 공방을 이어갈 예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