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 대통령이 박영선 전 중소벤처기업부 장관(문재인 정부)을 국무총리 후보자로, 양정철 전 민주연구원장을 비서실장에 기용하는 방안을 검토한 것으로 알려지면서 국민의힘이 발칵 뒤집혔다. "나라를 넘겨주겠다는 것이냐?" "그런 인사를 하려면 윤 대통령이 탈당해야 한다"는 반응이 나왔다고 한다. 여당이 거세게 반발하자 대통령실은 "검토한 바 없다"고 밝혔다. 아마 국민의힘 지지층도 '박영선 총리는 말도 안 된다'는 비판이 높을 것이다.
반대만 할 일은 아니라고 본다. 4·10 총선에서 국민의힘이 승리했더라면 윤석열 정부는 자신이 하고 싶은 일, 할 수 있는 일을 하면 된다. 하지만 총선에서 패한 지금 윤 정부는 하지 않으면 안 되는 일을 해야 하는 입장이다. 콕 찍어서 박영선 전 장관이 총리가 되어야 한다는 말이 아니다. 192석 야권의 협조를 얻지 않고는 총리를 임명할 수 없는 것이 현실이다. 총리 인선 문제로 여야가 치고받으며 세월을 보내서도 안 된다. 국민의힘이 먼저 담대하게 치고 나갈 필요가 있다. 총리 임명을 야권, 특히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와 협의해서, 국회가 2, 3명 추천하고 대통령이 낙점하는 방안은 어떨까. 그럴 수 있다면 여야 간 상당한 '협치력'을 확보할 수 있고, 윤 대통령은 선 굵은 정치, 소통하는 정치로 호평받을 수도 있다.
국민의힘 중진 의원 중에 누군가가 대통령과 이재명 민주당 대표 사이에서 그런 가교 역할을 자청해서 맡을 수는 없을까. 먼저 윤 대통령을 설득하고, 이 대표에게는 어떤 인사를 총리로 추천하고 싶은지 물어보고, 추천안을 갖고 조율하는 것이다. 이것은 야당에 백기 투항도 아니고, 국민의힘 정체성 포기도 아니다. 협치이고 진전이다. 야당이 추천하는 국무총리라고 해서 야당 편만 들겠는가? 결국 대한민국 편을 들게 돼 있다.
"우리 편 아니면 절대 총리로 임명하면 안 된다"는 국민의힘 주장은 지지층을 기쁘게 한다. 하지만 국민을 진정으로 섬기고, 윤 정부를 성공으로 이끄는 길은 아니라고 생각한다. 윤 대통령이나 이 대표가 '야권 추천 총리안'을 거절할 수도 있다. 그렇더라도 그런 제안을 내놓을 필요는 있다. 총리 인선 문제를 넘어 윤 정부의 성공을 위해서라도 야당과 과감한 협력이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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