탄소배출·쓰레기 줄이기에 동참하는 '더커먼'
"기자님은 카페 취재하실 때 어떤 기준으로 카페를 고르시나요?"
누군가가 나에게 질문했다. 되돌아보니 지금껏 커피 맛이 좋거나, 독특한 디저트를 팔거나, 인테리어가 멋진 곳 위주로 골라 취재했다. 이번에는 다른 기준으로 카페를 선택해 보리라 마음먹었다. 겉으로 보이는 것이 아닌 철학이 있는 곳으로 말이다. 참으로 어렵게 한 곳을 찾았다. 인간의 지속 가능한 삶을 고민하고, 지구환경에도 관심을 두는 더커먼(대구 중구 동인동)을 소개한다.
◆ 지속 가능한 보통의 삶을 위해 차린 공간
더커먼의 인테리어는 조금 독특하다. 가게 입구문은 가정집 방문처럼 생겼고, 가게 안에 놓인 테이블은 각양각색이다.
더커먼의 모든 가구와 물건은 재활용된 것들이다. 가게문은 길거리에서 주운 나무문을 사포질해서 달았다. 파란색 원형 테이블은 80년대 예식장에서 사용했던 것을, 네모난 대리석 테이블은 폐업한 밀양 카페에서 사용했던 것을 가져왔다.
강경민(38) 더커먼 대표는 쓰레기 배출 없는 가게를 만들고자 이같이 인테리어 했다고 말했다.
"우리 주변에 정말 많은 카페가 있어요. 카페들은 살아남기 위해 몇 년에 한 번씩 인테리어를 바꾸곤 하죠. 그럴 때마다 얼마나 많은 쓰레기가 나오는지 아시나요? 1톤 트럭을 가득 메울 정도예요. 쓰레기 배출 없는 가게를 만들고 싶었어요. 폐업한 카페, 예식장, 과학실에서 테이블을 가져왔고, 재활용된 집기도 사용하고 있어요. 지붕에는 태양열 패널을 설치해 지구환경에도 신경쓰고 있어요."
강 대표는 어린 시절부터 동물권과 해양환경에 관심을 가졌다. 그는 구제역 당시 동물들이 살처분되는 모습을 보고 충격을 받아 육식을 피하게 됐다. 또 취미활동으로 프리다이빙을 하면서 바닷속 스티로폼 조각이 널브러져 있는 처참한 광경을 목격하고 환경에 도움이 되는 일을 하고 싶었다.
강 대표의 환경을 생각하는 마음은 공간 곳곳에 반영됐다. 그는 카페와 제로웨이스트숍을 함께 운영한다. 더커먼 한쪽에는 견과류, 향신료, 세제, 화장품 등 130여 종 물품들이 진열돼 있다. 손님들은 집에서 빈 용기를 가져와 필요한 만큼 물품을 담고 1그램 단위로 구매할 수 있다. 손님들은 제품을 저렴하게 사고, 가게는 포장지 없이 내용물만 판매하기 때문에 쓰레기 줄이기에 동참할 수 있다.
가게 다른 한쪽에는 손님들로부터 병뚜껑과 유리 공병, 브라타 필터, 멸균팩, 종이팩을 기부받고 있다. 더커먼은 이들을 모아 업사이클링하는 곳으로 보내고 있다.
고체 비누를 사용해 보는 공간도 있다. 여기에는 설거지 비누, 린스바, 샴푸바, 화장 지움 비누 등 수십 종의 비누가 있다.
"우리가 사용하는 샴푸, 린스, 클렌징폼, 클렌징오일은 모두 액체이기 때문에 플라스틱 용기에 담겨서 판매되고 있어요. 액체를 고체로 바꾸면 플라스틱 쓰레기가 나오지 않죠. 저도 세수하는 비누, 몸을 씻는 비누, 머리를 감을 때 사용하는 비누를 나눠서 사용하고 있어요. 손님들도 체험할 수 있도록 비치해 뒀어요."
더커먼은 환경, 동물, 인권 등 사회문제와 관련한 모임과 강연을 열고 있다. 방송인 줄리안이 '지구를 살리는 채소 한끼 최소 한끼'라는 주제로 강연했고, 기본소득당 대표가 기본소득에 대해 강연하기도 했다. 그는 유기농 음식, 식재료를 사고 싶어도 소득이 적은 사람들은 구매하기 어려운 현실에 대해 설명했다.
"동물권, 환경에 관심이 많다 보니 사회적 기업과 협업해 일한 적이 있었어요. 그때 세상에는 다양한 사회문제가 있다는 것을 알게 되었죠. 사회문제에 관심이 많은 사람들이 이야기할 수 있는 공간이 잘 없다고 느껴졌어요. 그래서 기후 위기, 비건 모임 등 관심사가 같은 사람들을 연결해 주는 모임을 만들고, 강연까지 열게 됐죠. 저는 믿고 있어요. 환경에 관심을 가지고 비건 식단을 하는 사람들을 유별난 사람이라고 보는 게 아닌 보통의 사람들이 될 수 있다고요."
◆ 내 몸과 지구를 위한 다정한 식단
"더커먼의 슬로건은 '우리는 조금 더 다정할 수 있어요'예요. 우리 몸에도, 지구에도 다정한 음식을 판매하고 있죠. 이곳에서 판매하는 비건 음식, 커피, 음료, 디저트에는 동물성 재료가 아닌 식물성 재료가 들어가요."
지속 가능한 삶을 지향하는 더커먼은 손님들에게 커피 한 잔을 내어줄 때도 지구를 생각한다. 그렇기 때문에 젖소를 착취해 만들어지는 우유는 일절 사용하지 않는다. 그 대신 두유, 아몬드유, 오트유를 쓴다. 강 대표는 "라떼를 만들 때는 우유가 아닌 대체유를 사용하고 있다. 대체유로도 충분히 고소하고 맛있는 라떼를 만들 수 있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더커먼은 커피를 내리는 머신도 남다르다. 이곳은 가정식 모카포트를 이용해 커피를 추출하고 있다.
"일반 카페에서 사용하는 커피 머신은 크기가 크기 때문에 전기를 많이 쓰게 되죠. 저희는 전기 사용을 최소화하기 위해 모카포트를 이용해 커피를 내리고 있어요. 아참, 원두도 공정무역을 통해 들여온 원두를 사용하고 있답니다."
건강 스무디(5천900원)에 들어가는 채소와 과일은 로컬푸드를 사용하고 있다. 로컬푸드를 사용하면 운송 시간이 단축돼 탄소 배출량을 줄일 수 있기 때문이다. 강 대표는 "주변 농가에서 사과를 구해온다. 탄소배출을 줄이기 위해 대부분 지역 식재료를 사용하고 있다"고 했다.
"계절마다 제철 식재료를 이용한 음식과 음료를 만들기도 해요. 지금은 미나리 철이라 청도에서 가져온 미나리로 베이글 샌드위치(1만1천900원)와 미나리 스파게티(1만3천900원)를 판매하고 있어요. 여름에는 토마토 음식과 음료를 선보일 예정이에요. 저희 가게에 디저트도 맛있는 게 많은데 한 번 드셔보시겠어요?"
강 대표가 비건 오트 브라우니(3천500원)를 건넨다. 이 브라우니에는 밀가루와 우유, 버터, 달걀, 설탕이 들어가지 않는다. 대신 오트가루, 두유, 식물성 오일, 비정제 천연 원당, 해바라기씨, 호박씨가 들어간다. 식물성 재료만으로 브라우니를 만들어 칼로리가 낮지만, 일반 브라우니 맛과 별반 차이가 없다.
"맛의 차이가 크게 나지 않죠? 저는 환경이나 동물권에 크게 관심 없는 분들도 이곳에 한 번쯤 와주셨으면 좋겠어요. 그런 손님들이 이곳에서 비건 음식을 먹고 음료를 마시며 '동물성 재료가 들어가지 않아도 이렇게 맛있을 수 있네?'라고 생각 해주셨으면 좋겠어요. 그리고 이런 음식들이 기후 위기를 줄이고 지속 가능한 삶에 도움이 된다는 것을 알아봐 주셨으면 좋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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