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79년 이란 이슬람 혁명 후 첫 이스라엘 전면 공격…미사일·드론 300여발
이스라엘 응징 예고…보복 악순환시 5차 중동 전쟁 발발 '전운' 고조
국제사회 자제 촉구 속 美 확전 차단 부심 "바이든, 이 역공 반대…가담 않을 것"
이란이 13일(이하 현지시간) 시리아 내 자국 영사관 공격에 대한 보복으로 이스라엘에 대규모 심야 공습을 단행했다. 이스라엘은 아이언돔 등 자국 방공체계로 공습을 심각한 피해없이 방어한 뒤 재보복에 대한 검토에 들어갔다. 이번 사태로 인해 제5차 중동전쟁으로 확대되면 세계 안보와 경제에 미칠 여파도 적지 않을 전망이다.
◆ 이란, 드론·미사일 200여발 발사
이란이 13일 밤부터 14일 오전까지 이스라엘을 겨냥해 미사일과 드론(무인기)을 200발 넘게 발사했다. 이스라엘군은 이란의 드론, 미사일 99%를 요격한 것으로 알려졌다.
다니엘 하가리 이스라엘군 수석대변인은 "이란이 자국 영토에서 이스라엘 영토를 향해 지대지 미사일 수십발을 발사했다"며 "그 미사일의 대다수는 우리 방공체계에 의해 이스라엘 국경 밖에서 요격됐다"고 설명했다.
하가리 대변인은 이스라엘 공군기가 국경 밖에서 요격한 순항미사일 10기, 역시 국경 밖에서 요격된 드론 수십대 등을 모두 포함할 때 이란에서 발사된 물체의 수는 총 200개가 넘는다고 밝혔다. 미국 일간 뉴욕타임스(NYT)는 이스라엘 당국자들을 인용해 이란이 발사한 드론이 185대, 순항미사일이 36기, 지대지 미사일이 110기에 이른다고 보도했다.
이스라엘은 피해가 경미하다고 밝혔다. 하가리 대변인은 "얼마간의 미사일은 영토에 떨어졌다"며 "현시점에서 소녀 1명이 다친 것, 남부에 있는 이스라엘 군기지가 타격당해 가벼운 손상을 입었다는 것이 파악됐다"고 전했다.
오피르 겐델만 이스라엘 총리실 대변인은 이란의 탄도미사일이 예루살렘 성지들을 겨냥했으나 아이언돔(방공체계) 포대의 방어로 피해는 없다고 밝혔다.
이스라엘군은 이날 오전 자국민에게 내린 대피 명령을 해제했다. 또한 이날 오전 0시 30분부터 폐쇄됐던 이스라엘 영공은 7시간 만에 다시 열렸다.
◆ 1979년 이후 이스라엘 본토 첫 공격
이란의 이번 공습은 이스라엘이 지난 1일 시리아 수도 다마스쿠스 주재 이란 영사관을 폭격해 이란 혁명수비대(IRGC) 고위급 지휘관을 제거한지 12일만이다.
AP통신은 1979년 혁명으로 이란에 이슬람 공화국이 들어선 이후 이스라엘을 향한 전면 공격은 처음이라고 주목했다.
이란의 이번 보복은 이슬람 율법의 키사스 원칙(눈에는 눈, 이에는 이)에 따른 것이다. 이란은 이번 공격을 이스라엘의 범죄 처벌을 위한 '진실의 약속 작전'으로 명명했다.
이란이 이끄는 반미·반이스라엘 대리세력인 이른바 '저항의 축'도 공습에 가세했다. 레바논 헤즈볼라는 이란 공습에 맞춰 골란고원에 배치된 이스라엘 방공 진지에 수십발의 미사일을 발사했다. 영국 해상 보안업체 암브레이는 예멘 반군 후티도 이스라엘 방향으로 드론을 여러대 발사했다고 전했다.
이란 혁명수비대는 전날 이스라엘을 공격하기 전 호르무즈 해협에서 포르투갈 선적 컨테이너선을 사전 경고처럼 나포했다.
◆네타냐후 "우리 해치는자 누구든 해칠 것"
베냐민 네타냐후 이스라엘 총리는 전시내각 회의를 긴급 소집해 대응에 나섰다. 네타냐후 총리는 "우리는 뚜렷한 원칙을 결정했다"며 "우리는 우리를 해치는 자들을 누구든 해칠 것"이라고 재보복 방침을 밝혔다.
이스라엘의 한 당국자는 미국 CNN방송 인터뷰에서 이스라엘 안보내각이 전쟁내각에 이번 사태 대응을 결정하도록 승인했다고 밝혔다.
네타냐후 이스라엘 총리는 전쟁·안보 내각 회의가 끝난 뒤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과 통화했다.
미국 악시오스는 바이든 대통령이 네타냐후 총리에게 이스라엘의 어떠한 반격에도 반대한다는 입장을 전했다고 백악관 고위당국자를 인용해 보도했다. 이란에 대한 재보복 여부나 수위는 미국을 비롯한 이스라엘의 동맹, 우방들과의 의견 조율을 통해 결정될 것으로 관측된다.
유엔 안전보장이사회(안보리)는 이날 오후(한국시간 15일 오전) 긴급회의를 열어 이란의 이스라엘 공격을 논의하기로 했다.
바이든 대통령은 유엔 안보리가 소집된 같은 날 주요 7개국(G7) 정상들을 소집해 이란의 이스라엘 공격에 대한 "단결된 외교 대응"을 조율하겠다고 밝혔다.
◆유가 상승 등 세계 경제 살얼음판
이란이 이스라엘 보복 공격에 나서면서 유가 상승 등 글로벌 경제에 심각한 타격이 불가피할 것으로 예상된다.
지난 12일 뉴욕상업거래소에서는 5월물 서부텍사스산 원유(WTI) 가격이 장 중 한때 배럴당 87.67달러까지 올랐고 전장 대비 0.64달러(0.75%) 상승한 85.66달러에 거래를 마쳤다.
6월물 브렌트유 가격은 장중 배럴당 92.18달러까지 올랐고 종가는 0.71달러(0.8%) 오른 90.45달러였다. 브렌트유 선물 가격이 92달러를 웃돈 것은 지난해 10월 말 이후 5개월여 만이다.
중동은 전 세계 원유 생산의 3분의 1을 담당하고 이란은 석유수출국기구(OPEC)에서 3번째로 원유 생산량이 많은 만큼, 향후 충돌의 전개 양상에 따라 국제 유가는 출렁일 가능성이 있다.
여기에 더해 호르무즈 해협이 봉쇄될 경우 유가가 급등할 수 있다. 호르무즈 해협은 사우디아라비아·쿠웨이트·이라크·이란·아랍에미리트(UAE) 등 중동 산유국의 수출통로로 전 세계 천연가스(LNG)의 3분의 1, 석유의 6분의 1이 지난다.
유가 상승이 지속될 경우 미국의 기준금리 인하 시기가 더 뒤로 밀릴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일각에서는 최악의 경우 1973년 '오일 쇼크'와 같은 상황이 벌어질 수 있다는 우려까지 내놓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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