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강플러스] 손 마르고 저릿저릿, 심각한 신호?…손 근육 위축

입력 2024-04-09 06:30:00 수정 2024-04-09 18:19:28

손안의 작은 근육인 내재근 위축…조화로운 움직임 둔해져 삶 불편
손목터널증후군·신경 질환 등 원인
손 두덩 평평해짐·함몰 주의해야…손저림·감각저하 방치 말고 상담
정밀 검사와 간단 수술로 큰 효과

클립아트코리아 제공.
클립아트코리아 제공.

"손이 말라 보인다"라는 표현을 쓸 때 대부분의 사람들은 손의 피부표면이 말라서 갈라지고 거칠어지는 장면을 상상할 가능성이 높다. 하지만 손이 뭔가 통통하지 않고 뼈가 보일 정도로 움푹 패인 느낌이 들 때도 같은 표현을 쓸 수 있다. 그래서 피부과가 아닌 외과에서도 '손마름'이라는 병명을 쓸 때가 있다.

손대구 계명대 동산병원 성형외과 교수는 "손의 한 부분이 위축돼 말라보이는 '손마름'으로도 질병을 진단할 수 있다"고 말한다. '손마름'은 손의 저림이나 통증을 동반하지 않고 서서히 일어나는 경우가 많아 더 심각한 질환의 실마리가 될 수 있기 때문이다.

◆ 손 움직임에 이상이 느껴진다면?

손바닥을 보면 엄지손가락 쪽에 엄지두덩이 있고 새끼손가락 쪽에 새끼두덩이 있다. 손등에서도 엄지를 검지(둘째손가락) 쪽으로 모아보면 그 사이에 볼록한 두덩이 생긴다. 손등에서 잘 보이는 펴는 힘줄(신전건) 사이사이에도 작은 근육들이 있다. 이러한 두덩은 손안에 있는 작은 근육들인 내재근들이 모여서 형성된다. 내재근은 손안의 고유한 근육이라는 뜻이다.

손가락을 굽히고 펴는 주요 근육들인 외재근은 팔에 있는 뼈에서 시작돼 손목으로 내려오면서 힘줄로 바뀌어 손목을 지나 손가락의 각각의 뼈에 붙어있게 된다. 하지만 내재근은 손안에 있는 뼈나 힘줄에서 시작되고 부착된다. 손을 움켜쥐고 펴는 큰 동작과 힘이 필요할 때는 주로 외재근이 작용하지만 손의 조화로운 운동들을 미세하게 조정하는 역할은 내재근이 담당하고 있다.

손 근육 위축은 자세히 보지 않으면 간과할 수도 있는데, 이때는 양쪽 손을 비교해보면 그 차이를 발견하기가 쉽다.

손의 두덩들이 마르는 근위축이 발생하면 손의 조화로운 운동이 영향을 받아 손이 둔해 진다. 젓가락 사용, 단추 끼우기, 열쇠 돌리기 등에서 힘이 들어가지 않거나, 설거지를 하다 접시를 떨어뜨리거나 엄지손가락 마디를 지나치게 굽혀서 물건을 잡는 등의 전과는 다른 손의 쓰임이 관찰되면 그냥 지나치지 말고 수부 전문의(성형외과와 정형외과 전문의 중 손을 전공하는 의사)를 찾아서 상담을 받아야 한다.

◆ 근육 위축의 원인인 신경

근육 위축의 원인은 결국 이 근육을 지배하는 신경과 관련이 있다. 손의 근육을 지배하는 신경은 3개인데 이중 정중신경과 척골신경이 위에서 언급한 두덩들의 위축과 관련이 있다.

정중신경은 말 그대로 손목의 중간에 위치하는데, 손바닥의 엄지두덩과 새끼두덩 사이에 약간 들어간 골 밑으로 지나가고, 척골신경은 새끼두덩 밑으로 지나간다. 이 두 신경이 어떠한 원인때문에 압박을 받으면 감각저하와 손저림, 그리고 근육 위축이 발생한다. 손대구 교수는 "손으로 오는 신경은 모두 척추의 척수신경에서 나오기 때문에 중추신경 자체를 침범하는 심각한 질환이 원인이 되는 경우도 매우 드물게 있을 수 있다"고 말한다.

손바닥 쪽 엄지두덩의 근위축은 잘 알려진 "손목터널증후군"이 주요한 원인이다. 손목터널증후군의 주요 증상은 엄지, 검지, 그리고 중지의 손저림이지만 오래 방치하면 근위축이 올 수 있다. 근위축이 오면 수술 후에도 회복에 시간이 많이 걸리기 때문에 위축이 오기 전에 반드시 수술을 받아야 한다.

손등에서 엄지와 검지사이 두덩의 근위축은 척골신경 압박이 주 원인이다. 척골신경은 손의 내재근 대부분을 지배하는 신경이기 때문에 이 신경이 손상을 입거나 압박되면 손의 조화롭고 미세한 동작이 둔해지고 손바닥뼈 사이 사이의 근육들이 위축되어 뼈가 드러나 보인다.

척골신경은 팔꿈치 내측에서 잘 만져지는 톡 튀어나온 뼈 바로 아래에 있는 주관절터널에서 압박되는 '주관절터널증후군' 또는 새끼두덩쪽에서 눌리는 '귀욘관(Guyon's tube)증후군'이 주요한 원인이다. 척골신경의 압박도 초기에는 감각저하와 손저림이 주요 증상이지만 치료하지 않고 오래 두면 근위축이 올 수 있다.

클립아트코리아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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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전문의의 진단과 수술로 손 근육 위축 해방 가능

손의 특정부위에 손저림과 감각저하가 지속되면 방치하지 말고 반드시 전문의를 찾아 상담을 받는 것이 중요하다. 더군다나 손의 두덩들이 위축되어 볼록하지 않고 평평해지고 수술시기를 놓쳐서 심지어 쑥 들어가지 않도록 주의해야 한다.

손의 신경 압박과 관련된 질환은 자세한 병력과 수부검사, 그리고 CT, MRI, 초음파, 신경학적 검사 등을 통해 어떤 신경이 어느 부위에서 압박되는지 대부분 정확하게 진단할 수 있다. 손대구 교수는 "신경압박의 원인을 제거, 압박으로부터 신경을 해방시키는 수술은 시간이 오래 걸리지 않고 효과가 좋기 때문에 너무 두려워하지 않아도 된다"고 말했다.

손대구 계명대 동산병원 성형외과 교수. 계명대 동산병원 제공.
손대구 계명대 동산병원 성형외과 교수. 계명대 동산병원 제공.

도움말 손대구 계명대 동산병원 성형외과 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