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명함판 사진과 간단한 이력만 소개되는 프로그램이었다. 관찰 예능 프로그램도 아닌데 묘한 흡인력이 있었다. 심야에 1시간 남짓 이어진 프로그램은 총선 비례대표 후보 모두를 보여준 뒤 끝났다. 선거관리위원회가 배부한 공보물에 없는 정당도, 이채로운 경력을 가진 이들도 있었다. 38개 정당, 253명이었다.
4년 전 35개보다 3개 늘었다. 정당들의 구애(求愛)는 여전하다. 구애 기간이 못내 아쉽다. 얼마 뒤 51㎝ 길이의 투표용지에서 마주할 이름들인데 돌아서니 가물가물하다. 마음에 드는 곳이 없다는 건 더 큰 골칫거리다. '다음 기회에 고르자'거나 '안 고를란다'도 가능한 선택지지만, 내 의사와 무관한 이가 '국민의 대표'로 선발된다는 게 함정이다. 무조건 누군가는 뽑힌다.
이번 총선의 만 18~19세 유권자 수는 89만5천여 명, 20대는 611만8천여 명이다. 전체 유권자 수의 16%에 육박한다. 그런데 총선 관심도는 상대적으로 낮다. 선관위가 지난주 실시한 유권자 의식 조사를 보면 '반드시 투표하겠다'고 응답한 전체 유권자는 76.5%였다. 반면 만 18~29세는 52.3%, 30대는 65.8%에 그쳤다. 30세 미만 청년층 두 명 중 한 명은 투표에 회의적인 반응을 보인 것이다.
이들의 낮은 관심은 빈약한 청년 관련 공약이 한몫했을 것으로 짐작된다. 설상가상 네거티브 선거전도 강화됐다. 정치 혐오와 무관심이 십분 이해된다. 다만 이는 정치인들이 처절하게 반성할 대목이지 투표권 포기의 이유는 못 된다. 24만 표 남짓으로 대통령이 결정된 게 불과 이태 전이다. 청년층 표심은 대한민국을 바꿀 수 있는 충분한 힘이다. 표현하지 않으면 모르고, 불편을 말하지 않으면 견딜 만한 것인 줄 안다.
선거는 결혼 상대를 찾는 것과 다른 영역에 있다. 투표 불참 의향은 결코 반영되지 않는다. 투표율이 30%에 불과해도 당선자는 나온다. 최선이 없다면 차선을 택하고 최악만이 있다면 차악을 찾아내야 한다.
대한민국이 당연하게 여기는 직선제는 국민의 피땀으로 쟁취해 낸 것이다. 민주주의 국가에서 국민의 목소리는 국가 정책의 강력한 근거가 된다. 미래를 알고 싶다면 투표장으로 향하면 된다. 주권 행사로 갖게 될 청량감을 권한다. 기왕이면 덕업상권의 정신도 살려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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