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강했던 아들 8살 때부터 희귀병 앓아
치료제 없어 집에서 와병생활…후유증 탓 골수이식도 안 돼
비싼 약 쓰려면 돈 벌어야하지만 부모도 건강 상태 '빨간불'
알람 소리가 울리자 거실에 있던 이현주(가명·50) 씨가 황급히 몸을 일으켜 동선이(가명·13)의 방으로 향한다. 하루에 3번 오는 동선이 분유 먹일 시간이다. 새 분유를 탄 뒤에는 동선이의 목과 연결된 호스관을 매만진 뒤, 고정된 아들의 자세를 고치는 일을 한다. 아프지 않았더라면 이제 중학교 2학년이었을 동선이. 시간이 멈춘 듯 그의 머리맡에는 8살 때 좋아하던 만화 주제곡이 무한 반복되고 있다.
◆ 앞이 안 보인다던 아들...갑작스런 희귀병 판정
현주 씨와 남편 이도윤(가명·52) 씨는 서로의 결핍에 끌려 만나게 됐다. 둘 다 재혼 가정에서 자라며 우여곡절이 컸던 탓이다. 가난한 집안, 계부모와 이복형제의 존재 등 둘을 둘러싼 상황들은 신기할 정도로 비슷했다.
그러다 2009년 동선이를 임신하게 되면서 이들은 정식으로 부부가 됐다. 생활이 넉넉한 편은 아니었지만, 아이만큼은 남부럽지 않게 부모의 사랑을 주겠노라 다짐했다. 현주 씨는 다니던 옷가게를 그만두고 육아에 몰두했고, 도윤 씨는 퀵서비스 배달 일을 하며 생계를 이어갔다.
씩씩하게 커오던 동선이가 달라 보이기 시작했던 건 초등학교에 입학하던 그 해 여름이었다. 처음에는 눈이 잘 안 보인다고 해 안경을 맞춰줬는데, 얼마 뒤에는 정면을 보더라도 한 쪽 눈동자가 다른 곳을 향해있었다. 병원에서는 동선이에게 '외사시' 진단을 내렸고 다행히 수술은 잘 끝났다.
하지만 그 이후로도 동선이는 가만히 있는 사물에 종종 부딪히고, 걸려 넘어졌다. 병원에서는 큰 이상이 없다고 했는데, 아이는 자꾸 앞이 잘 안 보인다는 말만 되풀이하는 것이다. 급기야 하루는 지하철역에서 현주 씨가 잡고 있던 동선이의 손을 놓고는 3m쯤 떨어진 곳에서 그를 불렀지만 동선이는 현주 씨를 찾지 못하고 멍한 표정으로 그 자리에 서 있기만 했다.
증상은 명확한데 안과에서는 원인을 찾지 못했다. 답답한 마음에 찾은 정신과에서는 동선이의 몸 자체가 한 쪽으로 쏠려있다며 정밀검사를 받아볼 것을 권유했다. 4시간이 넘는 검사 끝에 동선이의 정확한 병명이 나왔다. 희귀병 중에 희귀병이라는 '부신백질이영양증'. 현재까지 치료제가 없는 불치병이었다.
대구의 대학병원 전문의들조차 이 병이 유전병의 종류라는 것 외에는 제대로 알지 못했고, 인터넷에 나오는 정보를 대신 보여주는 게 전부였다. 그러곤 한 달 뒤 서울의 유명한 병원에 가 관련 전문의를 만나보라는 얘기만 덧붙였다.
◆ 시간 지날수록 병세 악화돼...생계 어려워 효과 좋다는 약도 못 써
그 한 달은 유달리 더 길었다. 동선이의 증세가 급격히 나빠졌기 때문이다. 처음에는 얼굴이 활기를 잃은 듯 시커메지더니 이내 몸을 일으켜 움직이는 것도 뻣뻣해 졌다. 음식을 제대로 씹어 넘기지도, 물을 마시는 것도 힘들었고, 말수도 크게 줄었다.
답을 듣기 위해 한 달을 기다렸지만 서울도 마땅한 대안이 없긴 마찬가지였다. 부신백질이영양증은 몸 안의 지방산이 분해되지 않고 뇌에 들어가 신경세포를 파괴하는 질환인데, 이미 동선이의 머릿속은 지방산으로 가득해 골수이식 등이 어려운 상황이었다. 무리하게 수술을 감행했다가는 자칫 더 큰 후유증이 생길 수도 있었다.
이때쯤부터 동선이는 사실상 '식물인간' 상태가 돼버렸다. 대구의 한 대학병원에 두 달간 입원을 했지만 병의 진행 속도를 늦추는 것 외에는 할 수 있는 게 없었다. 병원비를 조금이라도 줄이기 위해 동선이는 이내 집에서 투병생활을 하기 시작했고, 부부는 교대로 간호사 역할을 자처하며 그를 돌보고 있다.
부부에게는 동선이의 증세를 조금이라도 더 늦추는 것이 유일한 목표지만 생활고로 효과가 좋다는 식이요법 제품도 제대로 못 쓰고 있다. 관련 증세를 늦추는 것으로 알려진 '로렌조 오일'이 필요한데 보험 적용이 안 돼 1병(500㎖)이 20만원에 육박할 정도로 비싸서다. 동선이의 경우 적정량을 섭취하기 위해선 한 달에 5병 정도가 필요하다.
동선이가 경련 등을 일으키거나, 정기검진을 하러 갈 때 이용하는 사설구급차 비용도 만만치 않다. 동선이가 인공호흡기를 하고 있어 관련 장비가 있는 구급차를 타야 하다 보니 1번 나갔다 올 때마다 드는 돈이 20만원에 달한다. 이 밖에 각종 소모품 의료장비도 부부의 부담을 가중시킨다.
돈이 필요한 곳은 끝도 없지만, 부부는 밤낮을 교대로 동선이를 돌봐야 하는 데다, 건강 상태도 좋지 않다. 남편 도윤 씨는 허리디스크에 공황장애를 앓고 있고, 아내 현주 씨도 2015년 유방암 수술 후 아직까지 완치 판정을 받지 못하고 있다. 현재 생활은 매달 약 200만원 정도 지급되는 기초생활수급비로 이어오고 있다.
기약 없는 싸움이 계속돼도 부부는 희망의 끈을 놓지 않고 있다. 움직이지도, 보지도, 듣지도 못하는 아들이라도 존재 자체가 그저 감사할 따름이다. 그러나 설령 동선이는 유년시절 부부가 그랬듯, 이 사랑이 부족하다고 느끼진 않을까. 이들의 한숨은 깊어져만 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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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난 딛고 대학 꿈꾸는 정찬우 군에게 2,351만원 전달
장애가 있는 아버지와 함께 매일 빚 독촉장에 시달리는 고교생 정찬우 군(매일신문 3월 19일 10면 보도)에게 2천351만22원을 전달했습니다.
이 성금엔 ▷구미현대병원 25만원 ▷㈜삼이시스템 10만원 ▷달서구약사회 10만원 ▷강태광 5만원 ▷이진술 5만원 ▷박종천 3만원 ▷이병규 2만5천원 ▷신종욱 2만원 ▷조혜란 2만원 ▷최선태 2만원 ▷최시우 2만원 ▷최정원 1만5천원 ▷최지원 1만5천원 ▷김경진 1만원 ▷김종식 1만원 ▷박미화 1만원 ▷류시배 5천원 ▷이순덕 5천원 ▷조철제 5천원 ▷하정현 5천원 ▷이장윤 2천원 ▷심금자 1천원 ▷'범물동김선우' 10만원 ▷'어려운시기돕자' 1천원 ▷'통장잔액' 22원이 더해졌습니다. 성금을 보내주신 모든 분들께 진심으로 감사드립니다.
◆딸에게 늘 미안한 엄마 이정희 씨에게 2,178만원 성금
건강 안 좋아 일은커녕 외출도 못 해 생계 막막한 이정희 씨(매일신문 3월 26일 10면 보도)에게 44개 단체, 124명의 독자가 2천178만4천870원을 보내주셨습니다. 성금을 보내주신 분은 다음과 같습니다.
▷에스엘㈜ 200만원 ▷피에이치씨큰나무복지재단 200만원 ▷건화문화장학재단 150만원 ▷㈜대구은행 100만원 ▷㈜일지테크 100만원 ▷㈜태원전기 50만원 ▷세무법인송정김천2 50만원 ▷신라공업 50만원 ▷한라하우젠트 50만원 ▷㈜태린(양홍석) 45만원 ▷최상규이비인후 40만원 ▷㈜신행건설(정영화) 30만원 ▷한미병원(신홍관) 30만원 ▷㈜동아티오엘 25만원 ▷㈜백년가게국제의료기 25만원 ▷금강엘이디제작소(신철범) 20만원 ▷대백선교문화재단 20만원 ▷대창공업사 20만원 ▷㈜구마이엔씨(임창길) 10만원 ▷㈜우주배관종합상사(김태룡) 10만원 ▷경주천마운전전문학원 10만원 ▷김영준치과의원 10만원 ▷세움종합건설(조득환) 10만원 ▷신성산업(김용환) 10만원 ▷창성정공(허만우) 10만원 ▷㈜명EFC(권기섭) 5만원 ▷㈜이구팔육(김창화) 5만원 ▷건천제일약국 5만원 ▷국제정밀(김용근) 5만원 ▷베드로안경원 5만원 ▷선진건설㈜(류시장) 5만원 ▷세무사박장덕사무소 5만원 ▷우리들한의원(박원경) 5만원 ▷전피부과의원(전의식) 5만원 ▷채성기약국 5만원 ▷칠곡한빛치과의원(김형섭) 5만원 ▷피플라이프(박태호) 5만원 ▷국선도풍각수련 3만원 ▷누리공인중개소(박정숙) 3만원 ▷동신통신㈜(김기원) 3만원 ▷매일신문구미형곡지국(방일철) 3만원 ▷보성카써비스(김영수) 3만원 ▷사단법인대한민국힐링문화진흥원 1만원 ▷하나회(김미라) 1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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