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권 인사 공·사석에서 공공연한 200석 현실화 주장
◆200석이면 대통령 탄핵, 김건희 특별법 등 의회 권력 독점
◆200석에 맞서 보수층 뭉치는 계기로 삼아야
'범야권 200석 현실화'가 총선 이슈로 급부상했다. 4·10 선거에서 더불어민주당과 위성정당 더불어민주연합, 조국혁신당 등 범야권이 최대 200석을 획득할 수 있다는 얘기다. 범야권 인사들이 공·사석에서 200석 가능성을 언급했고, 보수 일간지도 가능성을 언급하면서 정치권에 뜨거운 감자로 떠올랐다.
범야권이 200석을 얻게 되면 국민의힘은 100석도 안 되는 최악의 성적표를 받아 들게 된다. 윤석열 대통령은 식물 대통령으로 떨어지고 여권은 모든 의회 권력을 잃는다. 범야권은 김건희 특별법 등 각종 특별법뿐만 아니라 윤석열 대통령 탄핵까지 가능하다. 여권은 자중지란에 빠질 가능성이 크다. 총선 전 여소야대 상황과는 전혀 다른 국면이 전개되는 셈이다.
◆200석 근거는?
4년 전 총선에서 민주당은 지역구 163석, 위성정당 더불어시민당 17석을 얻었다. 비례정당 열린민주당 3석, 정의당 6석, 야권 성향 무소속 1석을 포함해 범야권이 190석을 차지했다.
이번 총선에 범야권 200석 가능 근거는 조국혁신당의 존재다. 조국혁신당이 10~15석까지 얻을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오고, 더불어민주연합이 10석 안팎을 얻으면 두 정당이 20석을 가뿐하게 넘는다. 4년 전 총 20석(더불어시민당 17석+열린민주당 3석)에 비해 괄목할 만한 성적표다.
민주당이 지역구에서도 4년 전에 비해 선전하는 시나리오도 전개된다. 2020년 선거에서 지역구 163석을 얻었다. 수도권 121석 중 103석을 차지했다. 국민의힘(미래통합당)은 16석을 얻는 데 그쳤다. 민주당 대승과 국민의힘 대패는 수도권에서 갈렸다.
이번 총선에서는 국민의힘이 공식 선거운동을 코 앞에 두고 이종섭 논란, 황상무 설화 등을 겪으면서 여론이 급격하게 나빠졌다. 국민의힘이 공을 들였던 서울 '한강 벨트'와 부산·경남의 '낙동강 벨트'마저 흔들리면서 자칫 지난 총선보다 더 위험하다는 주장도 나온다. 이를 감안해 계산하면 범야권이 200석도 불가능하지 않다는 얘기다.
박지원 민주당 전남 해남·완도·진도 후보는 지난 21일 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에 출연해 "민주진보개혁 세력이 약진해서 200석을 만든다고 하면 김건희 특검, 이태원 특검, 채 상병 특검도 하지만 윤석열 대통령 탄핵도 가능하다"고 밝혔다.
그는 "일부 언론에서 민주당이 200석 하려고 한다, 오만하다 하는데 그게 아니다"며 "민주당이 제1과반을 차지하고 그 위에 진보민주개혁 세력들이 합쳐서 200석이 된다고 하면 진정한 대한민국을 살릴 수 있다"고 주장했다.
이재명 대표의 윤 정부 비판 발언도 점점 격해지고 있다. 해석에 따라서는 '탄핵'을 연상시키는 발언도 수차례 나왔다. 이 대표는 지난 25일 경남 창원에서 "4월 10일 심판의 날에 '국민을 무시하는 권력은 오래갈 수 없다'는 3·15 의거의 정신을 다시 한번 주권자의 손으로 증명하겠다"고 말했다. 3·15 의거를 언급하면서 대통령 탄핵을 암시한 것이란 해석이 나왔다.
이 대표는 '해고', '중도해지'와 같은 표현을 쓰면서 윤 대통령 탄핵을 시사해 왔다. 조국 대표와 선명성 경쟁을 펼치면서 대통령에 대한 비판의 강도도 높아지는 형국이다. 제1야당 대표가 선명성 경쟁을 의식해 원색적인 발언을 쏟아내면서 진영 대립과 갈등을 부추기고 있다는 비판도 제기된다.
이에 대해 한동훈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은 "민주당이 200석을 언급하는 것은 국민들이 보기에 대단히 교만해 보일 수 있다. 고삐가 풀린 것 같다"고 비판했다.
◆200석 현실성?, "글쎄요"
'여소야대' 국면이 유지되겠지만 범야권 200석은 현실성이 떨어진다는 게 중론이다. 각종 여론조사를 보면 민주당 후보들이 국민의힘 후보들은 앞서나가는 형국이다. 심지어 국민의힘 전통적인 지지 기반인 서울 강남, 경기 분당, 부산 해운대 등지에서도 야권 후보의 선전이 만만치 않은 상황이다.
그럼에도 영남권과 강원권을 비롯해 탄탄한 텃밭을 보유한 여권을 상대로 범야권이 200석을 넘기기는 쉽지 않다는 게 현실적인 계산이다. 현재 여론조사 전문가들의 의견은 두 가지 정도로 나뉜다. 첫째 민주당 158~165석, 국민의힘 120~130석, 조국혁신당 10석 안팎 정도로 예상한다. 민주당이 상승세를 타면서 국민의힘을 압도하면서 범야권이 180석 안팎을 얻는 경우다. 4년 전 총선과 비슷한 결과다.
둘째, 바닥을 친 국민의힘이 원기를 다소 회복하는 시나리오도 있다. 민주당 137~145석, 국민의힘 125~135석, 조국혁신당 10~15석정도로 예상한다. 국민의힘 입장에서는 최악의 상황을 피한 경우다.
총선 결과가 첫째 수준으로 나온다면 국민의힘이 큰 후유증에 직면한다. 4년 전과 달리 여당으로서 정책적 수단을 보유하고 있으면서도 제대로 활용을 못했기 때문이다. 특히 여당 당선자들이 윤석열 대통령에게 더 이상 정치적 이해 관계가 없는 탓에 이슈에 따라 맞서는 국면도 불거진다. 조기 레임덕에 빠질 가능성도 없지 않은 이유다.
남은 선거 운동 기간 여당의 장점을 살려 정책과 민생 선거로 전환해 보수층 결집과 중도층 공략에 올인해야 할 상황이다.
◆투표율이 의석에 가장 큰 영향
이번 총선에서는 투표율이 의석 수를 좌우할 것이라는 게 전문가들의 일치된 의견이다. 투표율이 높으면 청장년층이 지지하는 야권이 상대적으로 이익을 얻고, 투표율이 낮으면 여권에게 도움이 된다는 얘기다.
야권이 압승한 2020년 총선에서 투표율은 66.2%였다. 코로나19 등으로 문재인 정부에 힘을 실어야 한다는 여론이 높아지면서 전례 없이 높은 투표율을 기록했다.
앞서 2016년 20대 총선 투표율은 58%였다. 더불어민주당 123석, 새누리당 122석, 국민의당 38석, 정의당 6석, 무소속 11석이었다.
2012년 19대 총선 투표율은 54.2%였다. 새누리당 152석, 민주통합당 127석, 통합진보당 13석, 자유선진당 5석, 무소속 3석이었다.
2008년 18대 총선 투표율은 46.1% 였다. 한나라당 153석, 통합민주당 81석, 자유선진당 18석, 친박연대 14석, 민주노동당 5석, 창조한국당 3석, 무소속 25석이었다. 당시 한나라당에서 친이-친박 갈등이 폭발하면서 친박연대와 친박 무소속이 등장했고, 결과적으로 성공을 거뒀다. 한나라당 내 갈등을 떠나 보수층 입장에서는 의석 수에서 압승을 한 선거였다.
2004년 17대 총선 투표율은 60.6%였다. 열린우리당 152석, 한나라당 121석, 민주노동당 10석, 새천년민주당 9석, 자유민주연합 4석, 국민통합 21 1석, 무소속 2석 등이었다. 당시 노무현 대통령 탄핵으로 인해 열린우리당이 과반을 차지했고, 박근혜 비대위가 읍소 작전을 편 결과 한나라당이 기사회생했다.
지난 5차례 선거 결과를 보면 투표율이 낮으면 보수정당이 유리했고, 투표율이 높으면 민주계 정당들이 선전하는 양상을 보였다.
4·10 총선 투표율이 지난 총선과 비슷한 65%를 넘어서면 민주당이 유리하고 50%대 수준이면 국민의힘이 유리한 상황으로 전개된다. 다만 20~30 젊은 남성들이 투표장을 많이 찾으면 국민의힘에 다소 유리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공정에 민감한 세대인 탓에 조국혁신당에 반감이 가장 강하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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