송지혜 수성아트피아 공연기획팀장
오늘 아침, 김밥을 쌌다. 꼬들하게 지은 밥에 참기름과 소금을 넣고, 달걀과 햄을 부치고, 당근과 어묵을 볶고, 오이와 우엉을 곱게 썰어뒀다. 김밥 한 줄에 들어가는 재료는 생각보다 많고, 하나하나 손이 많이 간다. 그런데도 매번 다시 만들게 되는 건, 그 과정을 통해 얻는 어떤 기분 좋은 성취감 때문인지도 모르겠다.
김밥에는 빠져도 되는 재료가 없다. 단무지가 없으면 싱겁고, 달걀이 빠지면 허전하다. 재료 하나하나가 다르고, 가진 맛도 다르지만, 함께 말았을 때 어울려야만 비로소 하나의 김밥이 된다. 그리고 중요한 건, 정성 들여 준비한 재료를 흐트러지지 않게 말아내는 '과정'이다. 아무리 재료가 좋아도 김밥을 제대로 싸지 못하면 흐트러지기 마련이다.
공연기획팀을 이끄는 팀장으로서의 나의 일도 이와 크게 다르지 않다. 우리 팀은 다양한 프로젝트를 동시에 추진한다. 기획부터 예산, 섭외, 홍보, 행정, 현장 실행까지. 각기 다른 역할을 맡은 팀원들이 저마다의 자리에서 묵묵히 자기 몫을 해낸다. 어느 하나 빠져서는 안 되는 존재들이다. 팀장으로서 나는, 이 다양한 능력을 지닌 사람들이 잘 어우러지도록 조율하는 역할을 맡고 있다. 개인의 중심을 잡고, 각자의 강점이 살 수 있도록 방향을 생각하는 일, '팀을 운영한다' 라는 것은 어쩌면 '김밥을 싸는 일'과 참 많이 닮아 있다.
물론 매번 완벽하게 말 수는 없다. 일정이 빠듯하거나 돌발 변수가 생기면 계획이 어긋나기도 하고, 실수가 생기기도 한다. 그러다 보면 나 스스로 묻게 된다. "내가 이걸 제대로 싸고 있는 걸까?", "혹시 좋은 재료를 내 손으로 망치고 있는 건 아닐까?"
김밥의 옆구리가 터지는 건 괜찮다. 모양이 흐트러져도 그 정성과 맛은 남기 때문이다. 하지만 조직에서의 실수는 누군가에게 상처가 될 수도 있기에 더 무겁게 다가온다. 그래서 더 조심하게 되고, 더 잘하고 싶은 마음이 커진다.
지금도 나는 생각한다. 완벽하진 않아도, 우리가 함께 굴러가고 있다는 사실만으로도 충분히 좋은 팀이라고. 그리고 나는 아마, 그 묘한 성취감을 얻으려고 앞으로도 김밥을 계속 싸게 될 것이다. 완벽하지 않아도, 때때로 옆구리가 조금 터지더라도, 그 정성만은 변하지 않는다는 확신 하나로, 그리고 김밥을 나눠 먹는 이들이 "맛있다"고 해 줄 순간을 기다리며 말이다.
그리고 언젠가, 옆구리가 살짝 터졌던 그 김밥 하나가 오히려 가장 맛있게 기억될지도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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