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향 경제인] (43)박연 한성에프아이 사장

입력 2024-03-27 17:58:20 수정 2024-03-27 18:05:46

증권맨→패션계 '변신의 귀재'…"이젠 글로벌 진출, 힘찬 비상"
“고객이 가장 중요…고객 사랑받는 기업으로 제2 도약”
소비자 취향‧필요에 완벽하게 부응  

박연 한성에프아이 사장은 매일신문과의 인터뷰에서
박연 한성에프아이 사장은 매일신문과의 인터뷰에서 "기업은 숫자로 말하는 조직"이라며 성과 극대화를 강조했다. 강경석 객원기자

여기 변신의 귀재가 있다. 자리를 옮길 때마다 탁월한 성과를 내 업계를 놀라게 해온 박연 한성에프아이 사장. 원래 증권맨으로 출발한 그는 패션회사로 깜짝 이직해 LG패션(LF)과 파스텔세상‧트라이본즈‧서양네트웍스를 이끌며 가는 곳 마다 대박을 터트렸다. 이제 한성에프아이에서 글로벌 패션문화기업으로 도약을 준비 중인 그를 만났다. 박 사장은 "고객이 가장 중요하다. 항상 고객과 함께하고, 고객에게 사랑받는 기업이 되기 위해 끊임없이 노력하겠다"며 "고객의 니즈에 맞는 상품과 서비스 제공을 위해 최선을 다하겠다"고 다짐했다. 고향의 후배들을 향해선 "누구나 자기경쟁력을 갖추면 성공할 수 있다"고 응원했다.

-어떤 회사인가?

▶패션 문화를 선도하는 기업이다. 1988년 설립된 영진실업이 모태다. 1999년 한성에프아이 법인을 설립했고 같은해 '올포유'를 론칭했다. 2006년 올포유 중국 상표등록을 시작으로 꾸준히 성장했으며 2016년 레노마 골프 론칭했다. 2019년 지금의 신사옥으로 이전했으며 2021년 테일러메이드와 오닐을 론칭했다. 지속 성장을 통한 패션 문화를 매개로 고객에게 진정한 행복을 선물해왔다고 자부한다. 이제 글로벌 패션 기업으로 힘찬 비상을 준비하고 있다.

-구체적으로 설명한다면.

▶브랜드를 예로 들겠다. 올포유는 대한민국 No.1 스포츠 캐주얼웨어로 사랑받고 있다. '레노마골프'와 '테일러메이드 어패럴'은 골프웨어 트렌드를 이끈다. '오닐'의 경우 글로벌 레저스포츠 브랜드다. 고객의 취향과 필요에 완벽하게 부응하는 강력하고 다채로운 브랜드 포트폴리오를 구축하고, 기획과 디자인·생산·유통·마케팅 등 모든 직군의 핵심 역량을 더욱 강화하겠다. 또 환경 감수성을 높이고 지속 가능한 패션을 위해 성실하게 연구하겠다.

-한성에프아이만의 경쟁력은?

▶사실 패션업계는 경기에 민감해 어려움이 적지 않다. 다만, 저희 회사는 지난 36년 동안 탄탄하고 내실 있게 성장해왔다. 재무 구조는 물론 제품의 퀄리티 대비 가성비가 좋다보니 경쟁력을 갖게 됐고, 고객의 사랑으로 이어지고 있다고 본다. 창립 이후 결코 흔들림 없이 지켜온 '패션문화를 통해 진정한 행복을 선물한다'는 신념과 실천이 성장 동력 아닐까.

-경영 철학이 있다면?

▶그 정도로 거창한 것 까지는 없다. 하하. 회사 전체의 목표와 비전을 공유하면서 끊임없이 소통해 유연한 조직 문화를 만들 때 경쟁력이 생긴다. 개인 성향을 존중하며 회사 목표 공유가 중요하다. 우리의 모든 브랜드와 제품은 온·오프라인을 망라한 전국 매장에서 고객에게 풍요롭고 행복한 삶의 가치를 전한다는 목표로 부단한 노력을 이어왔다. 그 토대 위에서 국내 패션산업 발전에 공헌함은 물론 세계 일류기업으로 도약할 수 있다고 믿는다.

-해외 진출 다변화를 포함한 전략은?

▶수출은 차근차근 내실 있게 추진해나갈 생각이다. 제품 경쟁력을 갖춰야 한다. 품질과 가성비·서비스를 바탕으로 기업이 이익을 내야 사회적 책임을 다하는 것 아니겠나.

-난관은 없었나?

▶패션은 유행이나 기후와 같은 외부 환경의 영향을 많이 받는 업종인 만큼 명확한 답이 없어 항상 어렵다. 고객 중심에 서서 모든 사안을 바라봐야 한다. 고객에게 다가갈 수 있는 내부 역량을 키우는 게 최우선이다.

영업과 재무통(通)으로 손꼽히는 박 사장은 LF 영업부문 임원을 거쳐 2016년부터 4년 넘게 계열사인 파스텔세상 CEO를 맡았고, 2017년부터는 트라이본즈 대표를 겸임하면서 패션 경영인으로서 두각을 나타냈다. 아동복 전문기업인 서양네트웍스에서는 역대 최대 실적이라는 신기록을 냈다. 금융과 패션·버티컬커머스를 총괄한 경력의 박 대표는 여성과 남성복에 이어 유·아동복을 포함한 패션시장 전 부분에 걸쳐 높은 전문성을 갖췄다. 또 e커머스와 브랜드 관리‧구매‧유통‧공급망 관리(SCM) 전반을 아우르는 폭넓은 경험을 바탕으로 효율적인 영업시스템과 차별화된 고객관리 시스템 및 프로그램을 도입했다. 그런 이력이 한성에프아이에서 어떻게 구현될지 업계가 주목하고 있다.

한성에프아이 중장기 발전 전략에 대해 설명하는 박연 사장. 강경석 객원기자
한성에프아이 중장기 발전 전략에 대해 설명하는 박연 사장. 강경석 객원기자

-가맹점주와의 상생을 유독 강조하는 이유를 들려 달라.

▶가맹점 대표님들도 회사의 중요한 고객이자 자산이므로 당연히 함께 성장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이분들이 행복해야 상대하시는 고객도 행복하지 않을까. 이 분들이야말로 어려운 현 상황을 같이 타개해 나가는 진정한 가족이며 파트너라고 믿는다.

-사회공헌 활동에도 적극적인데.

▶한성은 매년 자선 골프 대회를 열어 어려운 이웃에게 지원을 하고 있다. 또 지역 사회의 나눔 봉사 활동으로 독거노인 분들께 식사와 햅쌀을 제공해 드리며 직접 만든 빵을 적십자사를 통해 어려운 지역 이웃들에게 전달해드리고 있다. 그리고 환경을 주제로 한 그래픽 공모전을 진행하고, 지속적인 ESG 경영의 일환으로 고객들이 더욱 환경에 대해 관심을 가질 수 있도록 힘쓰고 있다. 특히 친환경 소재 비중을 높여가고 있으며, 생산 공장에서도 환경을 최대한 오염시키지 않도록 다양한 친환경 재료들을 사용하도록 권고하고 있다. 그리고 유라시아 원정대 후원과 베트남 지역 학교설립·캄보디아 의류 지원·몽골 의료봉사 지원 같은 다양한 후원 활동을 진행해왔다

-동문이나 고향 모임은 어떻게 하고 있나?

▶동창회 등에는 아마 중간 선에서 참여하지 않나 싶다. 고향인 대구는 어머님이 계셔서 1년에 서너 차례 찾아뵙는다.

-입사하려는 이들에게 팁을 준다면?

▶저희는 고객중심의 기업이다. 핵심 역량과 가치를 가지고 있는 젊은 인재를 끊임없이 찾고 있다. 자기 개발로 새로운 가치를 만들어 가는 인재라면 환영이다.

-젊은이들에게 희망의 메시지를 발신해 달라.

▶MZ세대는 개성이 다 다르다. 그렇지만 노 페인, 노 게인(No pain, No gain)이다. 어려움을 이겨내지 않으면 아무 것도 얻을 수 없다. 그리고 누구나 자기 경쟁력을 갖추면 성공할 수 있다고 믿는다.

박연 사장이 한성에프아이 주요 브랜드의 경쟁력 비결을 들려주고 있다. 강경석 객원기자
박연 사장이 한성에프아이 주요 브랜드의 경쟁력 비결을 들려주고 있다. 강경석 객원기자

◆박연 사장은 누구?

박연 사장의 사무실에 들어서면 어지럽게 쓰여 있는 숫자가 먼저 반긴다. "기업은 숫자로 말하는 조직"이라는 그의 지론 그대로 시장 상황 등을 빼곡히 적어 대응하는 경영 전략을 엿보게 하는 대목이다. 대구 출신으로 대건고와 경북대 경영학과를 졸업했고, 재경 경북대 총동창회 부회장으로 활동 중이다.

그는 LF에 합류하기 이전인 LG투자증권(현 NH투자증권) 서울 압구정지점장 근무 때는 경이로운 성과를 내며 지점을 전국 최선두권으로 끌어 올렸다. 이어 푸르덴셜증권에서 상무로 뛰며 뛰어난 능력을 발휘했다. 패션업계는 LG투자증권 IB담당 대리 당시 직속 부장이었던 구본걸 LF회장과의 인연으로 발을 디디게 됐다.

증권사에서 패션으로 배를 갈아탄 뒤에는 의류업계에 만연해 있던 갑을(甲乙) 구조를 깨는 데 앞장서는 등 서열주의를 타파했고, "영업의 핵심은 사람"이라며 인적 네트워크 관리에 힘을 쏟으면서 기본기부터 다졌다. 구성원 모두가 회사의 목표와 비전을 공유하고, 가감 없이 의견을 수렴해 유연한 조직문화를 만들어 경쟁력을 키워 나가는 것도 그만의 강점이다.

박 대표는 테일러메이드 골프웨어와 올포유‧레노마골프‧오닐을 총괄하며 내부 조직과 시스템 개편 등 내부 정비를 마치고 백화점 유통망 구축에 적극 나서면서 돌풍을 예고하고 있다. 박 대표가 제2 도약의 시동을 건 한성에프아이에서 어떤 결과물을 만들어낼지 기대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