친정부 SNS, 피의자들 진혹한 고문 영상 공개…"당국이 일부러 유출한 듯"
러시아 모스크바 공연장 테러가 발생한지 사흘째를 맞았다. 테러 희생자는 137명으로 늘어난 가운데 사건 당시 건물 비상구가 잠겨 있던 탓에 인명피해가 커졌다는 지적도 있다. 또한 러시아군이 검거한 테러 피의자들을 잔혹하게 고문하는 영상도 올라와 파장이 일고 있다.
◆건물 비상구 잠겨 인명피해 커져
지난 22일 러시아 모스크바의 한 공연장에서 극단주의 무장세력 이슬람국가(IS)의 소행으로 알려진 총격·방화 테러가 벌어졌을 당시 건물 비상구가 잠겨 있던 탓에 인명피해가 더 커졌다는 지적이 제기됐다.
24일(현지시간) 영국 일간 텔레그래프에 따르면 러시아 현지 매체들은 지난 22일 모스크바 외곽 크라스노고르스크 지역의 크로커스 시티홀 공연장에서 테러로 숨진 희생자 가운데 총격보다 연기 흡입으로 숨진 사람이 더 많을 수 있다고 보도했다.
비상구가 잠겨 제때 탈출하지 못한 탓에 연기 흡입에 의한 사망자가 불어났을 수 있다는 설명이다. 앞서 테러범들은 공연장에서 총기를 난사한 뒤 인화성 액체를 뿌려 건물에 불을 지른 뒤 달아났다.
러시아 보안국과 연계된 텔레그램 채널 '바자'도 시신 여러 구가 비상구 앞에 쌓여 있었다며 당시 비상구가 막혀 있었을 가능성이 있다고 밝혔다. 실제 시신 최소 14구는 비상구 계단에서 발견된 것으로 알려졌다.
공연장 비상구가 잠겨 있었다는 테러 생존자들의 증언도 속속 전해졌다. 한 생존자가 휴대전화로 촬영한 영상에는 사람들이 비상구 손잡이를 잡아당기며 필사적으로 탈출을 시도하는 모습이 담겼다.
탈출에 어려움을 겪던 생존자들이 방화로 인한 연기가 건물을 가득 채우자 당국에 구조 요청을 한 것으로 전해졌다. 또 다른 생존자는 비상구가 열리지 않아 건물 정문으로 달아날 수밖에 없었다고 현지 매체에 전했다. 그는 "비상구 사다리를 이용하려 했으나 닫혀 있었다"고 주장했다.
테러 희생자는 계속 늘고 있다. AFP 통신 등에 따르면 사건 조사위원회는 테러 사망자가 24일 오후 기준 137명이라고 발표했다. 조사위는 또 이 공연장에서 무기와 다량의 탄약이 발견됐다고 설명했다. AK 돌격소총 2정과 탄약 4세트, 탄약이 담긴 통 500개 이상, 탄창 28개가 나왔다.
◆테러 피의자들 잔혹하게 고문
러시아 당국이 체포된 모스크바 공연장 총격·방화 테러 피의자들을 잔혹하게 고문하는 모습을 담은 사진과 영상이 공개돼 파장이 예상된다.
24일(현지시간) 영국 데일리메일에 따르면 이날 러시아의 친정부 성향의 텔레그램 및 사회관계망서비스(SNS) 채널에는 러시아군이 전날 체포된 모스크바 테러 피의자 남성 4명을 구타하고 전기충격기와 망치 등을 이용해 고문하는 영상이 올라왔다.
영상에서 피의자 중 샴시딘 파리두니(25)는 바지가 벗겨지고 성기에 전기충격기가 연결된 채로 바닥에 쓰러져 입에 거품을 물고 있었다.
또 다른 영상에서 피의자 사이다크라미 라차발리조다(30)는 귀가 잘리는 고문을 당했으며, 망치로 구타를 당해 얼굴에 피를 흘리는 모습도 공개됐다. 이날 러시아 법정에 출석한 이들은 얼굴에 고문 흔적으로 보이는 멍과 상처가 가득한 채로 나타났다.
영상에서 귀가 잘렸던 라차발리조다는 한쪽 귀가 있던 자리에 큰 붕대를 붙였으며, 이들과 함께 출석한 피의자 무함마드소비르 파이조프(19)와 딜레르존 미르조예프(32) 역시 얼굴에 구타당한 흔적이 있었다. 파이조프는 휠체어를 탄 채로 출석해 심문 내내 눈을 감고 있었다.
이들의 고문 영상과 사진은 러시아 군사 당국과 밀접한 SNS 채널들을 통해 공개됐다. 적나라한 고문 장면에 인권단체를 중심으로 불필요한 잔혹 행위라는 비판이 일고 있다.
일각에서는 이번 테러의 배후가 우크라이나라고 일방적으로 주장해 온 블라디미르 푸틴 대통령이 이를 뒷받침할 거짓 증언을 받아내기 위해 이들을 고문한 것이 아니냐는 지적도 나온다.
러시아는 핵심 용의자 4명을 포함해 관련자 총 11명을 전날 검거했다. 피의자 4명 모두 타지키스탄 국적으로 확인됐으며, 이들 중 미르조예프, 라차발리조다, 파리두니는 이날 법정에서 혐의를 인정한 것으로 알려졌다. 러시아 법원은 이들에 대해 오는 5월 22일까지 2개월간 공판 전 구금을 명령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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