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행이론]<9> ‘대리청정’ 보수 황태자 한동훈, 황교안 전 대표를 반면교사(反面敎師)로

입력 2024-03-22 08:30:00 수정 2024-03-24 02:41:22

尹 王(대통령) “한번 더 삐끗하면, 대리청정 거둘 태세”
전국 어딜가나 구름떼 팬들에 차기 권력 헛바람 들 수도
한동훈의 2가지 약점 “진정한 휴머니스트, 보수주의자인지 ‘갸우뚱’”

역사에는 제법 비슷한 일들이 반복된다. 우연 같은 필연의
역사에는 제법 비슷한 일들이 반복된다. 우연 같은 필연의 '아틀라스 클라우드'(리안 감독의 영화, 불교의 윤회사상 기반)
윤석열 대통령과 국민의힘 한동훈 비상대책위원장이 지난 1월 충남 서천특화시장 화재 현장을 둘러보고 있다. 연합뉴스
윤석열 대통령과 국민의힘 한동훈 비상대책위원장이 지난 1월 충남 서천특화시장 화재 현장을 둘러보고 있다. 연합뉴스

최근 윤석열 대통령과 한동훈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을 보고 있노라면, 마치 조선시대 왕의 대리청정을 보는 듯 하다. 윤 대통령은 한발 물러나 있고, 세자(한동훈)가 직접 국정을 돌보는 듯 하다.

세자는 특히 20일 이후에 있을 중차대한 일(4.10 총선)을 진두지휘하고 있다. 이에 왕은 1차 갈등에서도, 2차 교전에서도 한발 양보하며, "그래도 니 말고 누가 대신하겠느냐?"는 식으로 큰 틀에서 지지를 보내고 있다.

하지만 세자도 한번 더 삐긋하면 왕이 대리청정을 거둘 태세다. 가장 우려대는 지점은 세자가 차기 왕을 노리고 백성들의 환호와 속세의 권력욕이 눈이 멀어 구름 속을 걷지 않을까 하는 대목이다.

자칫 백성들을 향한 휴머니티와 국정의 기치와 보수의 가치를 잊고 경거망동(輕擧妄動, 일의 앞뒤를 생각하지 않고, 경솔하게 행동하는 것)까지는 아니겠지만, 산토끼(수도권 중도보수) 잡으려다 집토끼(대구경북 강성보수)를 실망시키지 않을까 하는 우려다.

4년 전, 제21대 총선에서 패배한 미래통합당 황교안 전 대표가 당 대표 사퇴를 밝힌 뒤 고개숙인 모습. 연합뉴스
4년 전, 제21대 총선에서 패배한 미래통합당 황교안 전 대표가 당 대표 사퇴를 밝힌 뒤 고개숙인 모습. 연합뉴스

◆황교안 전 대표를 반면교사(反面敎師)로

황교안 전 자유한국당 대표는 4년 전 보수의 선봉장에 서서 문재인 정권에 맞섰지만 결국은 보수 내 분열로 '낙동강 오리알' 신세로 보수 분열의 원죄에서 아직도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당시 황 전 대표는 강성 보수를 버리고, 당시 중도확장을 위해 바른 미래당 세력과 통합을 시도했지만 결국 총선에서 폭망하고 말았다. 더불어민주당에게 170여 석을 내주면서, 수도권 중심의 격전지에서 싹쓸이패를 당하고 말았다.

한동훈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 역시 이번 총선에서 중도 확장을 위해 강경 보수(찐 보수) 세력에게 큰 실망감을 안겨주고 있다. 특히 대구 중·남구에서 당당하게 경선을 통해 공천장을 거머쥔 도태우 변호사를 광주 방문을 앞두고, 희생양으로 삼아 공천 취소했다.

하지만 이는 한 위원장의 큰 실책이다. 우리가 왜 5·18 광주민주화운동에 어떤 의혹을 제기할 수 없다는 말인가. 전라도의 입맛대로 우리 지역 후보의 목을 쳐야 하는지 답을 내놓지 못하고 있기에 도 후보는 무소속 출마를 감행했다.

게다가 수도권, 영남권 웰빙 의원(비겁하게 눈치만 보는 금배지)들이 문재인 정권의 횡포에 비겁하게 숨 죽이고 있을 때, 도 후보는 길거리에서 비바람 맞으며, 도시락 먹으면서 투쟁한 전사다. 그런 도 후보가 문재인 전 대통령에게 막말('죽으면 그만') 했다가 손가락질 할 수 있겠는가.

한 위원장은 도 후보의 공천 취소를 뼈아프게 받아들여야 한다. 이는 중·남구 유권자들의 의사를 무시한 처사이기도 하다. 부디 더 이상 중도 확장을 핑계로 보수 분열(가치 훼손)을 부추기지 않기를 바란다. 분명 경고한다. 이는 부메랑이 되어 한 위원장을 목을 칠 지도 모른다.

집권여당의 총선 위기 이후 21일 보수 텃밭 대구를 찾은 한동훈 국민의힘 비대위원장. 4.10 총선 승리 후 꽃길(대선) 걸을 수 있을까? 연합뉴스
집권여당의 총선 위기 이후 21일 보수 텃밭 대구를 찾은 한동훈 국민의힘 비대위원장. 4.10 총선 승리 후 꽃길(대선) 걸을 수 있을까? 연합뉴스

◆'정치 천재' 한동훈의 2가지 약점

한 위원장은 더불어민주당 170명에 맞서 싸운 정치 천재이자 '조선제일검'이 아닌 '조선제일혀'(귀에 쏙쏙 들어오는 스타카토 화법)라는 별명이 과하지 않다. 마치 아이큐 150 천재 1명이 IQ 130~140 정도의 야당 수재들을 갖고 노는 수준이랄까.

게다가 연예인급의 외모와 패션 스타일을 자랑한다. 고교(서울 현대고) 동창인 톱스타 셀럽 이정재와 투 샷을 찍어도 밀리지 않을 정도인데다, 세련된 스타일은 후드티를 입어도 전혀 촌스럽지 않게 소화한다.

그런데다 엘리트 중에 초엘리트로 모든 국민이 싫어도 인정하지 않을 수 없을 정도의 경쾌한 정치 행보를 하고 있다. 아내와 딸 역시 누가 봐도 부러워할 수준인 것도 사실이다.

하지만 한 위원장이 위태로운 것은 진정한 약자에 대한 배려(휴머니티)를 하는 지에 대한 의문이다. 아무리 매너가 좋아도 약자를 진정으로 위하는 것도 보여주기로 하는 것은 시간이 지나면 알게 된다.

부디 한 위원장이 조선시대 명의 허준이 역병에 걸린 마을 사람들을 치료하기 위해, 의시(의사고시)를 1년 늦춘 그런 인류애를 갖추길 바래본다.

또 한 가지는 옴 몸에 뿌리내릴 정도의 보수의 가치를 갖고 있느냐는 의문이다. '중도 확장'이라는 함정에 빠져서, 옳고 그름에 대한 분간(보수의 가치)을 하지 못하는 우(愚)를 범해서는 안 된다.

한 위원장은 사실 지금 전국 어디를 가나, 구름떼처럼 팬들이 몰려들 정도로 정치 대스타로 붕~~~ 떠 있다. 하지만 이럴 때, 한번 삐끗하면 나락으로 떨어진다. 부디 사도세자와 같은 길을 걷지 않고, 이번 총선이 보수 권력의 차기 왕으로 우뚝 서는 시험대가 되기를 기원해본다. 한동훈을 아끼는 마음에서 드리는 충언(忠言)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