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국의대교수비대위 "사직서 예정대로 25일 제출…말도 안 되는 증원 숫자"

입력 2024-03-20 21:52:09

방재승 서울의대 교수협의회 비상대책위원장이 16일 오전 서울 종로구 광화문광장 인근 컨퍼런스룸에서 열린 집단사직 결의 관련 기자회견에서 취재진 질문에 답하고 있다. 연합뉴스
방재승 서울의대 교수협의회 비상대책위원장이 16일 오전 서울 종로구 광화문광장 인근 컨퍼런스룸에서 열린 집단사직 결의 관련 기자회견에서 취재진 질문에 답하고 있다. 연합뉴스

정부가 20일 대학별 의대정원 배분 결과를 발표한 가운데, 의료계가 크게 반발하고 나섰다.

이날 MBC 뉴스데스크에 출연한 방재승 전국 의과대학 교수 비상대책위원장은 정부의 의과대학 증원분 2천명 배정안을 비판하며 오는 25일 예정대로 사직서를 제출하겠다고 밝혔다.

앞서 정부는 이날 2025학년도 의대 정원을 공식 발표하면서 2천명 증원에 '쐐기'를 박았다. 정부는 이미 언급했던 대로 지역의료 인프라 확충을 위해 비수도권에 증원분의 82%를 배정하고, 경기·인천지역에 나머지 18%를 배분했다. 서울지역 정원은 1명도 늘리지 않았다.

방 위원장은 "(의대증원 발표로) 전공의들이 돌아올 수 없는 강을 건너는 것이 아닐까 걱정된다"며 "교수들도 혼신의 힘을 다해 병원을 지키고 있지만, 점점 지쳐가고 있다. 대학병원들이 줄도산하고 대한민국 의료가 너무 큰 상처를 받게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어 "의대 교육에는 여러 가지 실습 기자재와 첨단 장비와 고도의 숙련된 교수진이 필요하다"며 "오전, 오후, 야간반 의대를 하자는 건지 도대체 이해가 되지 않는다. 말도 안 되는 증원 숫자라고 생각한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정부가 너무나 폭주 기관차처럼 달려가고 있다"며 "어떻게든 협상 테이블에 다시 정부와 의협, 전공의들이 앉을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해서 노력해 볼 생각"이라고 덧붙였다.

의대생들의 반발도 거세다.

의대·의전원 학생 대표들로 구성된 대한의과대학·의학전문대학원 학생협회(의대협)는 이날 공동 성명서를 통해 "증원이 이뤄진다면 학생들은 부족한 카데바(해부용 시신)로 해부 실습도 제대로 하지 못하고, 형식적인 실습을 돌면서 강제 진급으로 의사가 될 것"이라며 "이번 정책은 협박과 겁박으로 의료계를 억압하고, 이로 인한 정치적 이득을 얻으려는 수작"이라고 비판했다.

이어 "정부의 일방적 발표를 절대 인정하지 않으며, 학생들은 물러서지 않을 것"이라며 "휴학계를 수리해줄 것을 강력히 요구하겠다"고 밝혔다.

연세대 교수들 또한 정부의 의대 정원 배정 발표 후 입장문을 통해 "의대 학생 정원 2천명 증원배정안을 철회하라"고 주장했다.

연세대 의대와 세브란스 병원, 강남세브란스 병원, 용인세브란스 병원 교수들은 "세계인이 부러워하는 자랑스러운 한국 의료가 침몰하는 상황을 막기 위해 사력을 다할 것"이라고 이같이 말했다.

연세대 의대 교수들은 "의대 교육생의 67%를 전 세계적으로 유래가 없는 1년이라는 초단기 기간에 증원하고 그 배분을 수 주 만에 결정하겠다는 졸속 정책은 100년 이상 쌓아 올린 대한민국 현대의학의 기반을 송두리째 와해하고 의사 교육을 후진국 수준으로 추락시켜 의학교육 흑역사의 서막을 열 것"이라고 지적했다.

이들은 "비수도권에 1천639명, 수도권에 361명을 증원하는 정책은 교육여건을 철저히 무시한 정치적 구호에 불과하며 권역중심의료기능 강화를 위해서라는 주장은 허구"라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총선을 앞둔 시점에 폭발적인 의대생 증원 숫자를 제시하고 금년 9월 수시 전형부터 적용하겠다는 증원은 교육 생태계를 교란하는 근시안적인 정치적 카드에 불과하다"고 꼬집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