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월 20일부터 4월 6일까지 아트스페이스펄
도심을 가득 메운 빌딩 숲들이 전시장을 채우고 있다. 도시의 풍경은 너무나 익숙하고 평범한 듯 보이지만, 가까이서 들여다보면 사진인 듯 아닌 듯한 이미지가 당혹감을 안겨준다. 풍경의 단면만을 빽빽하게 나열해놓은 모습이 실재하는 곳인지, 허구의 공간인지 한편으로 호기심을 갖게 한다.
장우진 작가는 도시의 풍경을 수집해 해체하고 재배치하는 디지털 콜라주 작업을 오랫동안 이어왔다. 도시의 한 포인트를 정해서 눈높이마다 수십장을 촬영한 뒤, 일일이 이미지 일부들을 도려내고 다시 붙여 새로운 풍경을 완성한다. 심지어 건물 유리 표면에 반사된 이미지도 대부분 디지털 콜라주로 만들어낸 것.
"1인칭으로 포착한 시선을 3인칭적 시선에서 풀어내고자 했습니다. 어느 곳에서 봐도 왜곡 안 된 형태를 구현하고 싶었죠. 투시가 없는 사진이란 게 사실 말이 안되는데, 처음 보면 자연스럽고 이상한 점이 잘 느껴지지 않죠? 사실과 가짜의 경계가 모호해지는, 리얼리즘을 가진 허구의 이미지라는 것이 디지털 콜라주의 매력인 것 같습니다. 있을 법한 풍경을 재구성해 그 속에 내가 얘기하고 싶은 것들을 담을 수가 있죠."
그의 작품은 너무 멀지도, 가깝지도 않은 거리에서 도시를 조망한다. 조금만 자세히 들여다보면 창문 너머 물건이 잔뜩 쌓인 모습이나 떨어져나간 간판, 옥상 위의 식물 등 바쁘게 돌아가는 도시의 일상이 고스란히 느껴진다. 단 한 명의 사람도 등장하지 않는 도시의 이미지이지만, 결국 도시를 구성하는 인간들이 이 작품의 주인공인 셈.
작가는 "도시 자체가 결국 개인이 모여 만들어낸 구조이자 사회"라며 "사회는 곧 인간의 거울이기에, 도시를 통해 인간의 초상을 보여줄 수 있다고 생각했다"고 말했다.
특히 이번에 선보인 신작 '비 내리는 오후' 시리즈에서는 도시 풍경에 노란 우산을 더한 점이 눈에 띈다. 작품 하단에 가로로 길게 배치한 노란 우산의 행렬이 마천루의 수직적이고 경직된 느낌과 대비된다. 이는 이른바 '우산혁명'으로 불린 2014년 홍콩 민주화 시위를 자연스럽게 떠올리게 한다.
"당시 사회적 움직임에 관심이 많던 상황에서, 그 이미지가 강렬하게 뇌리에 남았어요. 변화에 대한 의지의 표현이자 상징이잖아요. 이미 자리를 잡은 도시의 마천루들과, 어떤 구조를 바꾸고 싶어하는 사람들의 희망, 의지가 한 이미지 안에서 충돌하는 모습을 구현해보고 싶었습니다. 여기에 희망과 바람의 의미가 있는 노란색을 더했죠."
전시 제목 '바람의 색'이 'Color of Wind'가 아닌 'Color of Wish'라는 의미도 담고 있구나, 하고 번뜩 생각나게 되는 것도 이 대목에서다. 전시된 또 다른 작품 '색바람(Color of Wind)' 시리즈 역시 멈춰진 듯한 마을의 풍경 속, 계절에 따라 옷을 갈아입는 자연의 모습을 통해 변화에 대한 얘기를 하고 있음을 알 수 있다.
"여러 시대의 흔적과 다양한 사람들의 삶이 혼재된 도시의 풍경을 통해 결국 개인들의 모습을 비춰보는 작업을 이어나가려 합니다. 사회를 만들어나가는 건 결국 인간이니까요."
장우진 작가의 개인전 '바람의 색'은 아트스페이스펄(대구 중구 명덕로35길 26 2층)에서 4월 6일까지 만나볼 수 있다. 053-651-69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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