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 후보 사퇴 주장한 당내 전향 인사들은 "점령군인가, 당에 무슨 기여했나"
홍준표 "영입 좌파들에 얹혀 우왕좌왕하는 정당 됐다" 지도부 직격
5‧18 민주화운동 폄훼 발언 논란 등으로 경선에서 이기고도 공천이 취소된 도태우 국민의힘 후보를 둘러싸고 대구경북(TK) 시도민들의 민심이 폭발하고 았다.
도 후보가 과거 박근혜 전 대통령 형사재판 변호를 맡고, 문재인 정권 당시 투쟁에도 앞장선 이력을 우호적으로 평가하는 TK 시도민과 지지자들 사이에서 공천 유지→공천 취소로 입장을 바꾼 당 지도부에 대한 불만도 터져나온다.
국민의힘 공천관리위원회는 도 후보가 내놓은 사과의 진정성을 믿는다며 공천 유지를 결정한 지 하루만인 14일 밤늦게 결국 공천 취소를 결정했다. "사과문을 올린 이후에도 부적절한 발언이 추가적으로 드러나고 있다"는 게 이유였다.
◆국민의힘 자유민주주의 정당 맞나
5.18과 관련된 도태우 후보의 발언은 자신의 사상과 철학에 관련 된 것이다. 시도민들은 도대체 어느 누가, 어떤 사람의 사상과 철학을 자기만의 허접한 잣대로 '너는 되고 너는 돼' 라고 재단할 수 있다는데 분노하고 있다.
자유주의 사상가 볼테르는 "나는 당신이 하는 말에 찬성하지는 않지만 당신이 그렇게 말할 권리를 지켜주기 위해서라면 내 목숨이라도 기꺼이 내놓겠다"고 했다. 이것이 자유주의 철학의 핵심 가치인 것이다.
도태우 후보의 발언이 중도파 외연확장에 장애가 있을 것 같고, 지역구 선거운동에 껄끄러울 것 같으니 국민의힘이 "찍어내기" 한 것은 시정잡배도 하지 않는 행태이고 자유주의 정당이라고 말할 자격이 없는 것으로 시도민들은 바라보고 있다.
한 대구시민은 "국민의힘 공천관리위원회의 행태는 자유민주의 정당이라고 말할 자격이 없다. 국민의힘에서는 자유주의 철학이 죽었다. 실망스러움을 떠나 절망스럽다"고 비판했다.
이어 "국민의힘은 일부 비대위원과 공천관리위원들이 주인이 아니다. 국민의힘은 국민이 주인인 자유우파정당이라는 걸 알아야 한다"고 질타했다.
◆자유대한연대 '국민을 바보로 보나'
자유대한연대는 성명을 발표, 정당한 경선으로 시스템공천을 받은 후보를 수년 전 과거에 했던 5.18 관련 발언으로 공천 취소를 한 것은 '국민을 아주 바보로 알고 조롱하는 행태'라고 비판했다.
성명서는 "하루만에 공천을 번복한 이유같지 않은 이유를 보면 5년 전 집회에서 문재인과 노무현을 비하한 말을 꼬투리 잡아서 번복을 했다고 하는데, 한동훈은 현 정권의 탄생 이유가 무엇인지를 아는 것인가?"라고 했다.
자유대한연대는 나라살림을 거덜내고, 국기문란을 한 문재인·노무현 전 대통령같은 이들의 집권을 막기 위한 국민의 간절한 열망이 현재 윤석열 정권을 탄생시켰다고 지적했다.
한동훈 국민의힘 비대위원장은 "과거에 한 발언을 가지고 문제 삼는다면 민주당은 공천할 사람이 없을 것이다"라고 했고 "저도 인생 전체를 되돌아보면 '내가 이런 말을 한 적이 있다니' 식으로 뜨끔할 때가 있다"고 했는데, 그렇다면 이 말들은 보여주기식 발언인가라고 자유대한연대는 되물었다.
자유대한연대는 "도태우가 국민 눈높이에 맞지않는 언행을 해서 공천을 취소했다는데, 도대체 그 '국민 눈높이'라는 것이 좌파 눈높이를 말하는 것인가"라며 "(공천 취소는) 대구 뿐만 아니라 전국적으로도 자유우파국민 수백만표를 잃는 우를 범하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당내 전향 인사들은 떴떳한가
강성 지지자들 사이에선 도 후보 공천 취소를 주장한 당내 '전향' 인사들에게 비난의 화살을 쏟고 있다.
'운동권' 출신 함운경 서울 마포을 국민의힘 후보(민주화운동동지회 회장)는 14일 "말로만 사과하고 넘길 문제가 아니다. 후보를 사퇴하는 행동으로 책임질 문제"라고 지적했다.
'참여연대' 출신 김경율 비대위원은 앞서 지난 11일 비대위에서 "5·18 북한 개입설에 근거가 없다. 색깔론이고, (사과문도) 사과로 안 읽힌다"고 말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날 회의후 한동훈 비상대책위원장은 도 후보에 대한 공천 재검토를 요청했다.
함 후보는 1985년 미국 문화원 점거 사건을 주도했던 '86(80년대 학번·60년대생) 운동권'을 대표하는 인물로 현재는 전향해 운동권 비판에 앞장서고 있다. 김 위원은 올해 초 TK 국회의원들을 향해 '(수도권 선거가 어찌되건) 본인의 선수(選數)가 늘어나기만을 바라는 분'이라고 비판하는 등 TK비하 발언을 했다가 비난을 산 바 있다.
도 후보 공천취소를 비판하는 이들 사이에선 "당에 기여한 것 하나 없는 이들이 국민의힘에서 점령군처럼 행세하고 있다", "지도부가 (전향한) 인사들의 목소리에만 귀 기울이나" 등의 불만이 터져나오고 있다. "(도 후보 발언보다) 비대위원들의 자해행위가 총선에 더 큰 영향을 준다", "도 후보가 무소속으로 출마하면 국민의힘을 탈당해서라도 찍어주겠다" 등 다양한 비난 목소리가 이어지고 있다.
홍준표 대구시장은 15일 자신의 페이스북에 "경선으로 후보 됐으면 다음 판단은 국민에게 맡겨야지 무슨 공당 공천이 호떡 뒤집기 판도 아니고 이랬다 저랬다 (하느냐). 일부 영입 좌파들에 언쳐서(얹혀서) 우왕좌왕 하는 정당이 되어 버렸는데 우리가 투표 할맛 나겠나?"고 직격했다. 홍 시장은 지난달 말 "얼치기 좌파 출신이 전향했다고 하면서 우파 행세하는 자들은 아무리 우리편에 왔더라도 좋아하지 않는다"고 발언한 적도 있다.
급기야 한 위원장이 15일 호남을 방문해 도 후보 공천 취소를 상기시키며 "저와 국민의힘이 5·18 민주화항쟁을 어느 정도로 존중하는지 선명하게 보여드렸다고 생각한다"며 "광주와 호남의 마음을 얻고 싶기 때문"이라고 한 발언을 두고, 강성 지자자들 사이에선 "(도 후보 공천취소를) 전리품으로 넘겼다"는 말까지 나온다.
신평 변호사는 이날 자신의 페이스북에 "5·18 민주화운동이 호남 지역민들에게 남긴 메꿀 수 없는 상처도 절실히 이해한다"면서도 "그런데 반대쪽의 대구경북 지역민들이 박정희 전 대통령의 위대한 근대화의 업적을 기리고, 그 따님인 박근혜 전 대통령의(…) 명예가 회복되기를 바라는, 애끓는 심정과 정서는 왜 도외시되어야 하는지 야속하기만 하다"고 아쉬움을 내비쳤다.
정치권 한 관계자는 "도 후보 공천 취소를 비난하는 목소리가 TK 전체 민심은 아닐 것"이라면서도 "박정희·박근혜 전 대통령에 대한 향수를 가진 TK 유권자들 입장에선 당내 전향 인사들이 도 후보 사퇴 주장에 앞장섰고, 호남 표를 얻기 위해 도 후보 공천을 번복한 것처럼 비춰진다는 점에서 매우 섭섭할 수도 있을 것 "이라고 했다.
◆폄훼라던 "5.18 북 개입조사"는 특별법 내용
국민의힘은 도태우 후보에 대한 공천을 철회한 것은 5·18민주화운동 당시 북한군이 개입됐는지 여부를 5·18진상규명조사위원회에 당부한 과거 발언 때문에 '5·18을 폄훼' 했다는 이유였다. 그런데 도 후보의 발언은 '5·18민주화운동 진상규명을 위한 특별법(약칭 5·18진상규명법)'에 명시된 내용이었던 것으로 확인됐다.
15일 '5·18진상규명법'에 따르면, 진상규명의 범위(제3조)에 '5·18민주화운동 당시 북한군 개입 여부 및 북한군 침투조작 사건'이 명시돼 있었다. 그런데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회는 5·18민주화운동을 강조해왔던 더불어민주당이 도 후보를 공격했던 일로 인해, 특별법 조차도 인식하지 못하고 있었다는 비판을 피하기 어렵게 됐다.
도 후보는 야권과 언론에서 과거 발언에 문제를 삼자 "2019년 5·18진상규명조사위원회의 발족을 맞아 5·18 민주화운동 당시 북한의 왜곡 방송, 조총련의 활동 등 북한의 개입 시도에 대해 위원회가 이를 철저히 조사해 주실 것을 요청했다"라고 설명했다.
이 문제로 여야가 도 후보에 대한 사과를 요구하고 공천을 취소하는 등의 행태를 벌인 것에 대해 5·18민주화운동 관련 특별법 내용도 모른다는 비판을 피해가긴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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