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보 노디스크 시장 영향력 확대 속 한미∙동아∙대웅, 연구 성과 가시화
해외 제약사를 중심으로 비만치료제 시장이 급격히 증가하는 가운데 국내 제약사들 역시 비만치료제 개발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지난 2000년대 초반, 국내에서도 시작된 비만치료제 개발이 최근에는 성과가 가시화되고 있다는 평가다.
세계보건기구 조사 결과 전 세계 비만 인구는 2022년 10억 명을 돌파했다. 1990년 약 4억 명 이후 2배 이상 증가한 수치다. 비만이 치료가 요구되는 질병이라고 인식됨에 따라 치료제 시장은 급격히 확대되고 있다.
세계적인 투자은행 골드만삭스는 비만치료제 시장이 연평균 50%씩 성장해 2030년 1천억달러(약 130조원)규모로 확대된다고 예상했다. 또다른 투자은행 모건스탠리도 시장이 동기간 770억달러(약 100조원)까지 고성장한다는 전망을 내놨다.
노보 노디스크, 국내외 비만치료제 시장 주도
현재 비만치료제 시장은 '위고비'를 앞세운 덴마크 제약사 노보 노디스크가 주도하고 있다. 한국바이오협회는 지난해(3분기 기준) 글로벌 비만치료제 시장 규모를 10조1천200억원으로 추산했고, 이 중 노보 노디스크의 점유율이 94%에 달한다고 밝혔다. 주력 약물인 위고비는 제2형 당뇨병 치료제 '오젬픽'으로 출시됐으나 체중 감량에 효과를 보이자 주성분인 세마글루타이드 용량을 달리해 나온 주사제다.
지난 8일(현지시간) 미국 식품의약국(FDA)이 위고비를 심혈관 이상 증세에 사용할 수 있도록 승인하면서 시장 독점 구도는 더욱 견고해질 전망이다. 위고비는 비만치료제 중 첫 사례다. 그간 비만치료제는 미용 목적으로 분류돼 보험 적용이 불가능했으나 심혈관 질환 치료제로 인정받게 되면 보험 체계도 변화할 수 있다는 추측까지 나오면서 이목이 집중되는 모양새다.
국내 비만치료제 시장도 노보 노디스크의 독점 체제다. 위고비 이전에 출시된 노보 노디스크의 '삭센다'는 지난해 국내에서 668억원의 매출을 기록하며, 우리나라 비만치료제 시장 규모(967억원)의 약 69%를 차지했다.
국내 시장에서의 삭센다 독점은 당분간 이어질 전망이다. 위고비가 지난해 식품의약품안전처로부터 정식 허가를 받고도 물량 부족으로 출시가 지연되면서 삭센다에 견줄 만한 치료제가 나오지 않고 있는 상황이다.
비만치료제 시장 뛰어든 한미약품∙동아에스티∙대웅제약…개발 상황은?
10여 년간 비만 치료제 연구 개발을 이어온 국내 제약사는 가까운 시기 상용화를 목표로 하고 있다. 한미약품∙동아에스티가 현재 임상을 진행 중이며, 대웅제약은 임상 계획을 승인받았다.
가장 진전을 보이고 있는 한미약품의 경우 지난 1월 개발 중인 비만 치료제 '에페글라나타이드'의 국내 임상 3상 첫 환자 등록을 마쳤다. 에페글레나타이드 과제를 제안하고 비임상 개발을 시작한 때는 2006년으로 18년여 만의 성과다. 한미약품은 치료제 상용화 시기를 2027년 상반기로 보고 있다.
동아에스티는 역시 아직 임상 진행 중이다. 지난 2월 옥신토모듈린 유사체 계열 비만치료제인 'DA-1726'의 글로벌 임상 1상을 승인받아 올 상반기 내 개시할 계획이다. 임상 1상 후 임상 2∙3상을 거쳐 시판 허가까지는 평균 7년이 걸린다.
출시가 늦어지고 있는 만큼 해외 기업과의 차별 전략을 추진하고 있다. 한미약품 관계자는 "에페글레나타이드의 경우 국내 제약사가 독자 기술을 통해 개발한 한국인 맞춤형 비만치료제"라며 "한국인 체형과 체중을 반영해 개발하고 있다는 점에서 글로벌 제약사와 분명히 다르다"고 말했다. 같은 GLP-1 계열의 치료제지만 서양의 고도비만 환자에게 효과를 보이고 있는 위고비와 달리 국내 환자에 초점을 맞췄다는 것이다.
동아에스티 관계자는 "전임상 연구 데이터상 DA-1726은 비만 동물 모델에서 (위고비 주성분인) 세마글루타이드와 유사한 음식 섭취량에도 불구하고 우수한 체중 감소 효과를 나타냈다"며 "GLP-1, GIP 이중작용제 티르제파타이드와 비교해도 더 많은 음식 섭취량에 비슷한 체중감소 효과를 확인했다"고 강조했다.
대웅제약은 치료제 제형에 변화를 줬다. 대웅제약이 개발 중인 'DWRX5003'은 패치 형태의 마이크로니들이다. 1cm² 초소형 패치를 팔∙복부 등에 부착하는 마이크로니들 방식은 주사제로 된 기존 비만치료제의 복약 편의성을 개선하고 상온 보관이 가능해 유통도 편리하다는 것이 대웅 측의 설명이다. 지난 6일 임상 1상 시험 계획을 승인받았으며, 2028년 상용화를 계획하고 있다.
정윤택 제약산업전략연구원 원장은 "전세계적으로 비만 인구가 증가하면서 단순 미용적 측면에서 사망률 감소에 기여할 수 있는 질병 치료제로 인식이 바뀌었다"라며 "이것이 비만 치료제가 주목받고 있는 이유"라고 설명했다.
정 원장은 "삭센다∙위고비 등과 같은 기존 약제들은 항체 치료제로 한계점이 존재하고 있다"며 "가격 경쟁력∙체중 감량 효과∙투약 편의성 등 3가지 측면에서 개선점을 보인다면 후발 주자라도 기회가 있어 보인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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