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송환' 권도형, 유죄시 무기징역까지 가능

입력 2024-03-08 19:17:31

몬테네그로 법원에 출석하는 권도형 연합뉴스
몬테네그로 법원에 출석하는 권도형 연합뉴스

'테라·루나' 폭락 사태의 핵심 인물 권도형 테라폼랩스 대표의 한국 송환이 결정되면서 송환 이후 수사와 재판에 관심이 쏠린다.

8일 몬테네그로 현지 언론에 따르면 몬테네그로 포드고리차 고등법원은 미국 인도에 대한 권씨의 항소를 받아들인 항소법원의 재심리 명령에 따라 한국 송환을 결정했다. 이 경우 권 씨는 이르면 다음주, 늦어도 이달 내로 한국행 비행기에 몸을 실을 전망이다.

권씨의 현지 법률 대리인인 고란 로디치 변호사는 권씨가 위조여권 사건으로 선고받은 징역 4개월의 복역을 23일 끝내고 나서 송환될 것이라고 말했다고 미국의 가상화폐 전문매체 코인데스크가 전했다.

박성재 법무부 장관은 이날 기자들과 만나 "(권씨의) 구금 기간이 많이 남지 않은 것으로 알고 있다"며 "향후 정식 통보를 받게 되면 외교부, 몬테네그로 당국 등과 협의해서 신속하게 필요한 조치를 할 것"이라고 말했다.

검찰은 권씨가 입국하는 대로 신병을 확보해 조사에 돌입할 전망이다. 검찰은 권씨가 테라 코인을 설계·실행한 핵심 인물인 만큼 테라를 설립하고 코인을 발행해 폭락사태를 맞기까지의 전 과정에 대해 강도 높은 조사를 벌일 것으로 보인다.

검찰은 권씨 등이 테라 프로젝트가 정상적으로 작동하는 것처럼 속여 코인을 판매·거래해 4천629억원 상당의 부당이득을 취했다고 보고 있다.

테라 측은 코인이 알고리즘에 따라 가격이 고정되는 '스테이블 코인'(가치 안정화 코인)이자 현실 전자상거래 업체에서도 수요 확보가 가능하다고 홍보했지만, 실제 이들은 이런 시스템이 불가능하다는 것을 알고도 전 세계 투자자들을 속였다는 것이다.

한때 가상화폐 시가 총액이 세계 10위 안팎까지 치솟았던 테라·루나는 2022년 5월 나흘 만에 99.99% 폭락했다. 전 세계 투자자의 피해 규모가 50조원에 달하는 것으로 추정되는 가운데 국내 투자자도 28만명, 피해 규모는 3천억에 이르는 것으로 추산된다.

국내 투자자의 피해 규모만 해도 상당한 만큼 권씨가 기소돼 혐의가 모두 유죄로 인정됐을 때 선고될 형량에도 관심이 쏠린다.

한국의 특정경제범죄 가중처벌법에 따르면 사기죄의 이득액이 50억 이상일 경우 5년 이상 유기징역 또는 무기징역이 가능하다. 이론적으로 가능한 무기징역까지는 선고되지 않더라도 공범들에게 적용된 자본시장법, 전자금융거래법 위반 등 혐의가 모두 유죄 판단이 내려져 가중되면 형량은 수십 년에 이를 것으로 예측된다.

현재까지 경제사범에게 내려진 최대 형량은 1조원대 펀드 사기 혐의로 기소된 김재현 옵티머스자산운용 대표에게 확정된 징역 40년이다.

미국의 경우 개별 범죄마다 형을 합산하는 병과주의를 택하고 있어 혐의가 전부 유죄로 인정될 경우 100년 이상의 징역형도 가능하기 때문에 피해자 중에서는 미국으로의 인도를 원하는 이들도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하지만 피해 배상을 놓고 보면 권씨가 한국으로 송환되는 것이 국내 투자자들에게는 소송 진행 등의 측면에서 유리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