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미 모듈러 교실은 예견된 부실?…시공 전에 '하자 우려' 민원 있었다

입력 2024-03-07 16:26:05 수정 2024-03-07 17:00:07

해당 업체 문제점 알고 구미교육지원청에 민원 들어갔지만 사태 막지 못해
학부모들, 구미교육지원청과 학교에 대책 마련 요구

윤종호 경북도의원이 모듈러를 짓고 있는 학교를 방문해 에어컨 필터를 점검한 결과 먼지가 가득 나왔고, 중고 제품임이 밝혀졌다. 윤종호 경북도의원 제공
윤종호 경북도의원이 모듈러를 짓고 있는 학교를 방문해 에어컨 필터를 점검한 결과 먼지가 가득 나왔고, 중고 제품임이 밝혀졌다. 윤종호 경북도의원 제공

경북 구미의 초등학교·중학교 모듈러 교실이 중고·불량자재 사용 등으로 논란(매일신문 3월 5일 보도)인 가운데 이번 사태가 예견된 부실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사전에 업체의 과거 부실시공 이력 문제 제기가 있었지만 교육 당국이 이를 대수롭지 않게 여기고 넘어간 탓이다.

7일 구미교육지원청 등에 따르면 지난해 말 시민 A씨는 이번에 문제가 된 업체의 모듈러 교실 시공 문제점을 지적하는 민원을 구미교육지원청에 접수했다. 업체가 다른 지역에서 공사한 모듈러 교실에서 많은 하자가 발생한 이력이 있어 구미교육지원청에 주의를 준 것.

당시 A씨는 업체 시공능력에 대해 "썩은 재생 모듈러 교실을 새것처럼 위장해 설치한다", "곰팡이나 미세 오염 물질 탓에 호흡기 질병과 피부 질환에 시달릴 우려가 있고, 감전 위험도 도사린다"고 지적했다.

구미교육지원청은 "이미 업체가 선정돼 업체 변경은 어렵다. 관리, 감독을 잘하겠다"고 답했다. 하지만 모듈러 교실 부실시공 사실은 사전점검 기간이 돼서야 드러났다. 현장 관리 약속이 제대로 지켜지지 않음은 물론, 교육 당국의 안일한 대응이 호미로 막을 것을 가래로 막아야 할 상황으로 키운 것이다.

그러다 보니 학부모와 지역 정치권은 구미교육지원청과 학교를 대상으로 대책 마련 요구와 책임을 묻는다.

문제가 발생한 초등학교의 한 학부모는 6일 열린 설명회에서 모듈러 교실에서의 수업 무조건 반대 의사를 밝혔다. 중학교 측에서는 모든 안전조치가 이루어진 후에야 모듈러 교실에서 수업하기로 방침을 정했다.

한 학부모는 "모듈러 교실은 애초 1월 준공 예정이었다. 그런데 개학을 코앞에 두고 문제를 발견했다는 게 이해가 가지 않는다"면서 "아이들의 수업 문제를 우선 해결하고, 후에 책임소재를 명확히 따져야 할 것이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 문제를 최초로 끄집어낸 윤종호 경북도의원은 "납품에 대한 사법적 처리가 필요하다면 행정적 절차를 진행할 것"이라고 강경한 태도를 비쳤다.

이와 관련해 구미교육지원청 관계자는 "학년별로 학부모 대표단을 구성해 대체교실, 모듈러 교실 사용 여부에 대해 논의할 예정"이라며 "학생들이 안전한 환경에서 교육받을 수 있도록 행정, 재정적으로 지원을 아끼지 않겠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