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종가문화 근대화' 퇴계 16대 이근필 종손 타계…향년 93세

입력 2024-03-07 15:43:20 수정 2024-03-07 20:14:37

국내 유림 큰어른 개혁 발자취…문중운영委 구성 민주적 의결
‘인본 가치’ 정신 후손에 대물림…안동병원에서 5일장 11일 발인

이근필 퇴계 16대 종손(왼쪽)은 남녀노소, 지위고하를 막론하고
이근필 퇴계 16대 종손(왼쪽)은 남녀노소, 지위고하를 막론하고 '무릎꿇는 종손'으로 퇴계의 '경'을 실천하고 있다. 종손이 도산서원선비문화수련원을 찾은 수련원들과의 만남에서 무릎꿇고 대화하고 있다. 매일신문DB
퇴계 이황 선생의 16대 이근필 종손의 모습. 매일신문DB
퇴계 이황 선생의 16대 이근필 종손의 모습. 매일신문DB

퇴계 이황 16대 종손인 이근필 선생께서 7일 타계했다. 향년 93세.

'동방의 주자', 조선의 대유학자 퇴계 이황의 직계인 근필 선생은 국내 유림 사회에서도 큰 어른으로 손꼽히는 인물이다. 그는 생전 종가 개혁에 큰 발자취를 남겼다.

그는 수백 년 세월 동안 유가의 예법을 지켜오면서도 '종손의 말이 곧 법'이라는 종가 문화를 개선하고자 2011년 '문중운영위원회'를 구성해 종손의 권한을 스스로 내려놓았다. 그리고 210명으로 구성된 문중운영위를 통해 집안 대소사를 결정하는 민주적 의결기구를 만들어냈다.

2014년에는 퇴계 종가의 불천위(不遷位) 제사를 현대 사회에 맞춰 초저녁 제사로 지내자고 건의했고, 운영위 회의 끝에 통과시켰다.

이는 당시 노비문화의 시대 속에서도 귀천을 따지지 않고 사람을 사람답게 여겼던 '인본 가치' 정신을 강조하던 퇴계 정신을 그대로 계승하는 것이기도 하다. 퇴계 선생에게는 대를 잇는 것보다 세상 모든 인간을 존중하는 것이 더 큰 가치였다. 그 정신은 후손에게 대물림되며 여전히 이어지고 있다.

생전에 이 종손은 "제사가 간소화되지 않으면 종가의 미래는 없다"며 종가 대개혁 의지를 표현했다.

고인의 빈소는 경북 안동병원 장례식장 8호실이다. 5일장으로 모셔진다. 슬하에는 1남 3녀를 두고 있고, 상주는 이치억 국립공주대학교 교수다. 발인은 11일이고, 장지는 안동시 도산면 토계리 선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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