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불어민주당 대구시당 권리당원 일부가 자당의 공천 탈락자들에게 대구경북 지역 총선 출마를 요청했다고 한다. 일명 '문·명 충돌'에서 패한 친문 그룹을 향한 출마 요청으로 읽힌다. 그러나 다소 뜨악한 방식으로 비친다. 세몰이성이 짙은 게 선거라지만 대구경북 시도민의 공감을 끌어낼 수 있을지 의문이다. 지역을 향한 진정성이 보이지 않아서다.
인지도 높은 정치인이 출마해 분위기가 달라지길 기대할 수는 있다. 다만 민주당의 공천 과정을 지켜봐 온 터에 이들의 대구경북 출마를 지역민들이 환대하리라 보기 어렵다. 더구나 개인기에 의존한 정치 행보는 비전이 없기에 정치적 악수에 가깝다. 자신이 오랜 기간 공들인 지역구에서 탈락한 이가 대구경북에 남아 정치 행보를 이어갈 거라는 보장도 없다. 역으로 국민의힘 공천 탈락자가 호남 지역에 뛰어든다면 호남 지역민들이 곱게 볼 리 만무하다.
갑작스러운 출마의 비슷한 사례는 있었다. 조순형, 유시민 등 일부 주자들이 지역주의 정치 타파를 외치며 대구에 출마했었다. 이들은 낙선 직후 지역과 연을 끊다시피 하면서 '뜨내기 정치'라는 비난만 샀다. 무슨 의미가 있다는 말인가. 퍼즐 맞추기처럼 빈 곳에 적당한 후보를 낸다는 인상을 지우기 어렵다. 이런 식이어서는 곤란하다. 출마자 부족을 이렇게 해결하려 드는 건 지역 인재 양성에 불충실했다는 고백이나 다름없다. 삼고초려의 심정으로 인재를 모실 각오였는지도 자문해야 한다.
민주당은 20대 총선에서 대구를 지역구로 둔 당선자 두 명을 배출했다. 당시 김부겸 후보는 술자리에 두 사람만 있어도 선거운동하러 간다는 말이 대구 시내에 파다했다. 유권자는 오래 공들인 사람을 기억하기 마련이다. 바닥 민심을 다지고 장기간에 걸쳐 인재를 길러야 한다는 걸 민주당이 모를 리 없다. 노무현 전 대통령은 2000년 부산시장 선거에서 낙선한 뒤 "농부는 밭을 탓하지 않는다"고 했다. 공당이라면 일꾼을 키워 왔는지 돌이켜 봐야 한다. 이래서는 민주당이 강조하는 감동이 있을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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