철학과 정치학의 고전 중 고전인 〈국가 혹은 정치체〉에서 플라톤이 이상적인 사회로 그렸던 대상은 상상 속의 국가가 아니라 그 시대에 실재했던 스파르타였다. 고대 그리스에서 스파르타는 아테네와 함께 가장 강력한 폴리스(도시국가)였다. 당시 그리스는 자연환경의 영향으로 통일 국가를 건설하지 못하고 단순히 지역별로 폴리스라는 정치공동체만을 구성했다.
스파르타는 국가를 근간으로 전쟁과 군사력을 통한 대외 발전을 추구하기 위해 강력한 군대를 최우선시하는 군국주의(군사주의·Militarism) 국가 모습이었다. 따라서 국가는 강력한 힘을 가졌으나 시민이 가져야 할 행복추구권과 같은 인간으로서의 기본권은 전혀 보장되지 않았으며, 경제적으로 가난하고 문화적으로는 아테네와 비교할 수 없을 정도의 뒤처지는 사회였다.
스파르타는 시민들에게 사치를 멀리하고 간소한 의복과 음식만 용인하는 매우 엄격한 금욕주의를 요구했다. 아이들은 친부모가 누군지 모른 채 공동육아에 맡겨지고, 어려서부터 군사적 미덕과 국가에 대한 충성만을 배우도록 강요받았다. 결혼에서부터 아이를 낳고, 어떤 직업으로 살아갈 것인지까지도 모두 국가가 결정했다.
엄격한 검열을 통해 국가 목적에 어긋나는 어떤 음악, 예술 등의 문화적 활동도 허용되지 않았다. 한마디로 모든 시민들의 생활은 오직 국가를 위해 잘 봉사할 수 있도록 철저하게 통제되고 관리되었다. 개인의 자유와 행복의 보장 따위는 고려되지 않았으며 언제든 국가적 대의를 위해 희생할 수 있는 사회였다.
그런데 이상할 정도로 우리나라 사람들은 '이런' 스파르타를 유난히 흠모한다. 찬란한 문화를 이룩한 페르시아를 왜곡했다고 비판받은 영화 '300' 등을 보며 역사적 사실과 상관없이 상대가 누구이든 전쟁 속의 스파르타를 응원한다. '스파르타식' 교육을 내건 학원들이 학부모의 호응을 받는다.
스파르타식 교육은 그들의 독특한 군인 양성 방법에서 온 것으로 타인에 대한 용서와 관용은 찾아볼 수 없는 철저하게 냉정하고 혹독한 그야말로 비인간적인 훈련 과정이다. 그렇기에 설령 일부 성과가 나왔다고 한들 이런 비인간적인 교육과정을 정당화할 수는 없다. 우리는 스파르타식 교육으로 우리의 미래를 키워내서는 안 된다.
대한민국 정부 탄생과 함께 계획경제는 개시되었다. 경제개발 5개년 계획, 경제사회발전 5개년 계획 등 이름만 바뀌고 있을 뿐 경제는 여전히 정부의 계획에 따라 움직이고 있다. 아직도 기획재정부는 젊은 공무원 지원자들의 로망이자 가장 힘 있는 행정기관이다. 이 같은 정부의 계획경제 덕분에 우리나라가 이 정도까지 성장할 수 있었다는 주장에 일리가 있다. 밑바닥에서 출발한 대한민국은 변변한 자본도 기업도 없었기 때문에 다른 나라에서 돈을 빌려와야 했고 계획경제도 필요했다.
그러나 이제 대한민국은 자본도 충분하고 세계적인 기업들도 보유하게 되었다. 더 이상 정부 주도 계획경제는 명분도 실리도 없다. 소련의 붕괴부터 같은 민족임에도 현저히 차이 나는 남북한의 현실을 보면, 계획경제의 열매는 결코 오래갈 수 없다는 것이 역사의 가르침이다. 더구나 정부에 의한 계획경제는 생산수단을 국가가 소유하는 것과 함께 사회주의국가의 핵심적인 특징이다. 사회주의국가는 국가의 목적이 우선이기 때문에 개인으로서의 시민은 수단으로 전락하기 쉽다.
국가는 목적이 될 수 없다. 오직 국민이 목적이고 국가는 국민을 위한 수단에 불과하다. 사회주의와는 달리 시장경제 시스템은 국민 각자의 행복이 목적이다. 반면, 계획경제는 필연적으로 바로 그 '계획자(들)'가 지배자이기 때문에 자유민주주의와 어울릴 수 없다. 자유민주주의와 어울리는 경제 시스템은 오직 시장경제뿐이다.
우리의 자랑인 '한강의 기적'은 대한민국이 시장경제와 자유민주주의를 채택했기 때문에 가능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우리 사회는 여전히 공익이 사익에 우선하고, 국가가 개인에 우선하는 분위기가 지배적이다. 이것이 다름 아닌 스파르타식 국가인 것이다. 공익의 이름으로 사익이 희생되지 않고, 국가의 목적보다 개인의 자유와 행복이 더 중요한 세상이 우리가 가야 할 대한민국의 참된 모습이다. 나는 우리 아이들을 더 이상 스파르타식 국가에서 살게 하고 싶지 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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