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스라엘 극우장관 "바이든 정부가 전쟁 방해…트럼프 대통령 되면 더 좋을 것"

입력 2024-02-04 22:12:16


이타마르 벤 그비르 이스라엘 공안부 장관. 매일신문DB
이타마르 벤 그비르 이스라엘 공안부 장관. 매일신문DB

이스라엘 국가안보장관이 조 바이든 미국 행정부가 이스라엘의 발목을 잡고 있다며 도널드 트럼프 전 미 대통령이 대선에서 이기면 이스라엘에 더 도움이 될 것이라고 주장했다.

이스라엘 우익 연립여당 소속 극우파인 이타마르 벤-그비르 국가안보장관은 4일(현지시간) 공개된 미 일간 월스트리트저널(WSJ)과 인터뷰에서 바이든 행정부가 이스라엘의 전쟁 노력을 방해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트럼프 전 대통령이 당선될 경우 팔레스타인 무장정파 하마스를 진압하는 데 있어 이스라엘에 더 많은 자유를 줄 것으로 본다고 밝혔다.

벤-그비르 장관은 "바이든은 우리를 전면적으로 지원하지 않고 대신 (가자지구에)인도적 구호물자와 연료를 주느라 바쁘고, 이는 결국 하마스에게 간다"며 "트럼프가 집권하면 미국의 행동은 완전히 달라질 것"이라고 말했다.

WSJ는 미국의 방위 지원에 크게 의존하는 이스라엘의 현직 장관이 미국 대통령을 직접 비판한 것은 이례적이라고 평가했다.

벤-그비르 장관은 또 테러 혐의로 수감된 팔레스타인인을 석방하는 조건이 포함된 하마스와의 협상이나 하마스를 완전히 격퇴하기 이전에 전쟁을 끝내는 내용을 담은 협상에는 반대할 것이라고 경고했다.

특히 자신이 네타냐후 정권을 흔들 수 있는 충분한 지지를 확보했으며, 필요하면 이를 사용할 용의가 있다고 압박하기도 했다. 그가 이끄는 극우 정당 오츠마 예후디트(유대인의 힘)의 원내 의석수는 6석으로, 이 정당이 연정 탈퇴를 선언할 경우 네타냐후 연정은 무너진다.

이에 네타냐후 총리도 "이스라엘군은 가자지구를 떠나지 않을 것이며 나는 수천 명의 테러범을 풀어줄 생각이 없다"고 말했다.

미국은 남은 인질 석방과 팔레스타인 국가 창설 논의 재개 등의 조건을 담은 휴전 협상을 지지하고 있다.

WSJ는 벤-그비르 장관이 높아진 지지도를 무기로 네타냐후 정권을 압박하면서 휴전 협상의 최대 장애물로 떠오르고 있다고 진단했다.

벤-그비르 장관은 아울러 향후 가자지구 주민들에게 '재정적 인센티브'를 줘 다른 곳으로 떠나도록 하고 그 자리를 이스라엘인 정착촌으로 메워야 한다는 주장도 되풀이했다.

이날 그의 인터뷰가 보도되자 이스라엘 야당 등 중도파 정치인들은 일제히 반발했다.

전시 연립내각에 참여하고 있는 야당 지도자인 베니 간츠 전 국방장관은 X에 벤-그비르 장관의 바이든 대통령에 대한 공격이 "이스라엘이라는 국가의 전략적 (대외)관계, 국가 안보, 그리고 지금의 전쟁 노력을 해치고 있다"고 비판했다.

제1야당 '예쉬 아티드'의 야이르 라피드 전 총리도 벤-그비르 장관의 발언이 "국제사회에서 이스라엘의 입지에 대한 직접 공격"이라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