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주 대낮에 대한민국 국회 의원회관에서 "전쟁이 일어난다면 북의 전쟁관은 정의의 전쟁관이다. 통일 전쟁으로 분단 체제를 극복하는 평화가 만들어진다면 수용해야 한다"는 주장이 버젓이 제기됐다. 섬뜩했다. 북한이 전쟁을 일으킨다면 '민족 통일을 위한 전쟁'이어서 '정의의 전쟁'이라는 북한 논리를 그대로 수용한다는 의미이기 때문이다.
지난달 24일 의원회관에서 무소속 윤미향 의원은 '남북 관계 근본 변화와 한반도 위기 이해-평화 해법 모색 어떻게 할 것인가'라는 토론회를 주최했다. 첫 발제자로 나선 김광수 '부산평화통일센터 하나' 이사장이 앞서의 발언을 했지만 그에 반대하는 토론자는 단 한 사람도 없었다. 그는 "통일 전쟁이 일어나 그 전쟁으로 '결과의 평화'가 만들어질 수 있다면 그 전쟁관도 수용해야 된다는 인식의 대전환이 필요하다"며 "분단된 한반도에서의 평화관은 바로 이런 평화관이어야 된다는 소신을 갖고 있다"고 덧붙였다.
지난해 말 노동당 전원회의와 시정 연설을 통해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대한민국 것들'이 지배하는 남한을 '적대국'으로 규정한 것이 진보 진영에 엄청난 충격이었던 모양이다. 북한의 대남 기조 변화와 관련, 김 이사장은 "국가보안법을 넘어서는 평화통일 운동을 해야 한다는 결론이 나온다"고 주장했다.
전쟁을 일으켜서라도 통일을 하겠다고 결심한 이상 그 방향에 맞게 (남측 진보 진영도) 통일 운동을 전개해야 할 책무가 있다는 것이다. 이는 북한에 의한 무력 통일도 기꺼이 받아들이겠다는 '위험한' 뜻으로, 그에 맞춰서 (통진당) 이석기식 무력 투쟁도 불사한다는 의미가 될 수도 있다. '한반도에서 절대로 전쟁이 일어나서는 안 된다'는 전제의 기존 통일 운동을 더 이상 전개하지 않겠다는 선언과도 다름없다.
토론회를 주최한 윤 의원은 "한반도 위기는 윤석열 정부의 반북·멸북 정책으로 인한 것"이라면서 "우리는 무엇을 어떻게 할 것인가에 초점을 맞춰야 한다"며 발제자와 인식을 함께했다. 차제에 더불어민주당과 정의당 등 이른바 진보 진영 스스로 대한민국의 정체성을 부인하고 북한을 조국으로 삼고 있는, 철 지난 친북 진보 진영과의 '헤어질 결심'을 공개 고백하는 게 어떨까.
서명수 객원논설위원(슈퍼차이나연구소 대표) diderot@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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