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스크칼럼] 반드시, 시스템 공천

입력 2024-01-31 18:30:00 수정 2024-01-31 19:25:06

최두성 정치부장
최두성 정치부장

2016년 20대 총선에서 더불어민주당은 원내 1당이 됐지만 거기엔 큰 아픔이 있었다. 가장 큰 지지 기반인 호남 의석 상당수를 국민의당(28석 중 23석)에 내주고 단 3석을 얻는 데 그쳤다. 호남 지역 전반에 '호남 홀대론'이 작용해 호되게 회초리를 맞은 것이었다.

"당은 지지율만 보고 안주했고 오만했다. 민심은 정작 표를 주어도 돌아오는 것이 아무것도 없자 국민의당으로 돌아선 것이다." 당시 광주일보 기자는 이렇게 분석하며 이어 "걸핏하면 전략공천으로 초선 의원들을 호남에 배치해 키워 주기용으로 써 먹었는데 또다시 호남에 전략공천이 대거 이뤄지고 비례대표 공천 문제가 터지자 결국 불만이 폭발한 것"이라는 설명을 덧붙였다.

수도권 승리로 체면을 차렸으나 유동적인 수도권 민심이 민주당을 저버릴 때, 다시 돌아올 홈그라운드가 사라졌다는 점을 민주당은 심각하게 여겼다.

같은 기간, 새누리당은 압승 전망에도 '진박' 공천 갈등이 김무성 대표의 '옥새(당대표 직인) 파동' 사태로 번지면서 패배했다. 텃밭 대구경북(TK)에 자행한 '막장 공천'이 리트머스종이처럼 민심의 '지지'를 '분노'로 바꿨고 전국으로 확산한 때문이었다. 텃밭에서 전석을 노렸던 새누리당은 대구에서 4석을 빼앗겼다.

그 이후, 민주당은 텃밭 민심 돌리기에 나섰다. 이낙연 전 전남지사를 총리로 발탁하고 호남 출신 인사들을 청와대 참모로 대거 기용하는 등 '원팀'으로 뭉쳤다. 21대 총선을 1년 가까이 앞두고 공천 제도 정비에도 들어갔다. 말 붙여진 게 '시스템 공천'이었다.

새누리당은 '같은 실수를 반복하지 않겠다'며 총선 백서를 발간했다. 백서에는 공천(계파) 갈등, 불통, 자만, 무능, 공감 부재, 진정성 부재, 선거 구도 등 총선 패인 7가지가 열거됐다.

범보수는 박근혜 대통령 탄핵 이후 3년 만에 합당으로 미래통합당이라는 보수 진영의 통합 정당을 탄생시키며 21대 총선에 임했다. '정권 심판'을 기치로 내걸었으나 공천에선 'TK 물갈이' 카드를 다시 꺼냈다.

결과는 103대 180(위성정당 포함). 집권 3년 차에 치러진 총선에서 민주당은 이례적 승리를, 통합당은 궤멸적으로 참패했다.

또다시 막장 공천이 주범으로 지목됐다. 통합당은 공천 과정에서 텃밭을 마구 짓밟았다. 지역민과 일면식도 없는 '서울 TK'를 무더기로 내리꽂았다. 무기준·무원칙 공천 배제(컷오프)와 현역 의원 지역구 옮기기를 자행했고 오랫동안 표밭을 일궈 온 예비후보들에게는 경선 기회조차 박탈해 버렸다. 사천(私薦)의 놀이터였고, 중앙당 해바라기를 파종한 격이었다.

다시 한번 더 쓴 백서에는 여러 원인을 거론하며 특히 '원칙 없는 공천 탓에 번복이 잦았다'고 적시했다. 총선 공천 실패 정당. 보수당엔 낙인이 찍혔다.

국민의힘이 지난달 29일부터 제22대 4·10 총선에 나설 후보자 공천 신청 접수를 시작했다. 이는 곧 '공천 전쟁'이 치러질 것이라는 신호다.

국민의힘은 '시스템 공천' 방침을 천명했다. 공천을 공정한 기준과 절차에 따라 진행하겠다는 필승의 각오를 내보였다.

'TK 무시 막장 공천→갈등·반발→총선 패배', 앞서 겪은 과오를 '시스템화'하겠다는 것이 아니길 아무쪼록 바란다.

또한 최대 격전지인 수도권 승기를 잡고자 텃밭 TK를 뒷전으로 밀어내는 구태도 안 된다. 텃밭 챙기기부터 나선 21대 민주당 사례는 좋은 본보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