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시장서 설 자리 잃어가는 한국…中 수입액 비중 6%대로 감소

입력 2024-01-28 16:51:15 수정 2024-01-28 19:34:09

'수교 직후' 1993년 이후 30년만 최저, 수입 상위국 선두서 3위까지 하락
한중 분업→경합 전환 추세에 IT 부진까지 겹쳐

[그래픽] 중국 수입 중 한국 비중 추이. 연합뉴스
[그래픽] 중국 수입 중 한국 비중 추이. 연합뉴스

중국의 수입 시장에서 한국이 차지하는 비중이 1993년 이후 30년만에 최저치를 찍었다.

하지만 여전히 중국이 상당 기간 한국의 최대 수출국 지위를 유지할 것으로 예상되는 만큼 반도체를 제외한 주요 상품의 경쟁력을 높이는 것이 시급하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28일 한국무역협회에 따르면 작년 중국의 전체 수입에서 한국으로부터의 수입 비중은 6.3%로 전년의 7.4%보다 1.1%포인트 하락했다. 이는 1992년 한중수교 이듬해인 1993년(5.2%) 이후 30년 만에 가장 낮은 수치다.

중국의 산업 경쟁력 강화에 따라 상호 보완성이 강했던 한중 교역관계가 협력·경합이 공존하는 복합적 관계로 변모하고 있는 데다, 글로벌 IT 시황 부진이라는 단기 경기 요인까지 영향을 끼쳤다.

중국의 상위 수입국 순위에서도 한국은 2022년 대만에 이어 2위였지만, 지난해 대만(7.8%)과 미국(6.5%)에 이은 3위로 한 계단 더 내려갔다.

중국 해관총서에 따르면 중국의 작년 수입은 2조5천568억달러(약 3천400조원)로 전년보다 5.5% 감소했다. 부동산 위축 등으로 코로나 팬데믹 이후 경기 회복이 늦어져 중국 전체 수입 시장이 위축된 탓이다.

유럽연합(EU)과 미국에 이어 세계 3위 수입 시장인 중국에서 한국의 입지는 작아지는 추세다.

1992년 한중 수교 이후 중국 수입 시장에서 한국은 오랜 기간 10% 안팎의 비중을 차지했다. 2013∼2019년까지는 7년 연속 '최대 수입국' 지위를 유지했다.

하지만 '중국제조 2025'로 상징되는 중국의 급속한 산업 경쟁력 강화 흐름 속에서 반도체와 일부 첨단 디스플레이 제품을 제외하면 스마트폰, 디스플레이, 자동차, 석유화학 등 여러 주력 제품 분야에서 한국 제품의 중국 시장 내 위상이 약화했다.

작년에는 경기 영향까지 작용했다. 세계적인 IT 시황 부진으로 중국 IT 제조사들이 중간재인 반도체 주문을 줄였고, 이는 한국의 대중 수출에서 거의 3분의 1을 차지하는 반도체 수출 급감으로 이어졌다.

작년 한국의 대중 반도체 수출은 361억달러로 전년보다 30.6% 급감해 대중 수출 급감의 주된 원인이 됐다.

미중 전략 경쟁으로 통상 환경이 급변하는 가운데 세계적으로 중국 의존도를 낮추는 '디리스킹'(de-risking·위험 제거)이 화두다.

정만기 무역협회 부회장은 "중국이 아무리 저성장의 시대에 접어들었다고 해도 연간 5%의 경제 성장만 꾸준히 해도 매해 우리나라의 절반 정도에 해당하는 새 시장이 형성돼 중국을 대체할 시장은 없다"며 "미중 경쟁의 영향을 받는 민감 분야를 빼도 일반 분야에서는 고급화와 차별화로 시장을 열고, 근본적으로는 수출 경쟁력을 높이는 혁신에 매진해야 한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