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연진 독립큐레이터
초상화(portrait)는 어떠한 인물의 모습을 묘사한 회화를 의미한다. 인물화 중에서도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하는 초상화의 역사는 초상 조각까지 그 범위를 넓힌다면 동서양을 막론하고 고대까지 거슬러 올라간다. 르네상스의 라파엘로, 티치아노 등을 시작으로 초상화가 성행하기 시작했고, 바로크 시대의 렘브란트, 벨라스케스, 루벤스 등이 전성기를 이끌었다. 그리고 사진의 발달로 이전과 비교하면 열광적이지는 않지만, 현대에 이르러서도 초상화는 여전히 회화의 한 부분을 차지하고 있다.
역사 속에서 초상화는 대부분 초상화의 주인공 혹은 관련 있는 인물의 의뢰를 통해 제작되었다. 왕족인 경우, 그 당시 최고라고 꼽힐 수 있는 화가만이 그들을 그릴 수 있었다. 그렇기에 현재 우리가 확인할 방도는 없지만, 초상화는 보통 모델들보다 '잘 생기고, 예쁘게' 그려졌을 것이라는 우스갯소리도 있다. 의뢰인의 눈에 '못생겨 보이는' 초상화는 제값을 받기 힘들었을 테니 말이다.
이후 미술시장이 형성되면서 초상화의 수요가 많았던 네덜란드에서는 렘브란트의 인기가 하늘을 찔렀다. 절제되면서도 겸양을 함께 겸비한 그의 실력은 소위 '검소해 보지만 귀티 나는 초상'을 원하는 상인들을 중심으로 커다란 인기를 끌었다. 현재까지도 그의 초상화들은 뛰어난 묘사와 표현으로 그를 최고의 초상 화가라고 칭한다. 그는 이렇게 초상화로 경제적인 부를 이뤘지만, 초상화로 인생의 끝을 경험한 화가이기도 하다. 미술사에서는 반드시 알아야만 하는 그의 단체 초상이지만, 모델이 된 의뢰인들의 불만과 개인적인 불운까지 겹쳐 말년에는 경제적, 정신적으로 어려운 삶을 산 것으로 알려져 있다.
과거의 초상화가 의뢰자의 위상과 명예 등을 나타내기 위한 것이었다면, 현대의 사회에서 초상화는 어떤 의미가 있을까? 초상사진이 발달하면서 실제와 유사하게 표현되는 초상화는 초상화의 주인공 외에는 크게 주목받지 못한다. 물론 여전히 기업의 총수, 나라의 지도자 등이 최고 화가에게 초상을 맡기기도 하지만, 이를 예술적으로 평가하기는 어렵다.
오히려 화가만의 관점과 개성적인 기법으로 나타난 초상화가 예술적으로는 긍정적인 평을 얻는다. 그래서 인물의 심리가 표정이나 색채 등으로 표현되어 있기도 하고, 추상적인 표현으로 모델이 특징지어지지 않기도 한다. 보이는 것보다 잘 보이게 그릴 때 인정받던 장르가 이제는 보이지 않는 것을 보이게 그릴 때 주목받게 된 것이다. 사실 인간의 얼굴 속에는 그가 지나온 세월, 감정 등 많은 것들이 들어있기에 이러한 표현이 가능한 것이다. 보이는 것 그 이상의 것을 담고 있는 것이 초상화이자, 현대의 미술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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