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각과 전망] 국회의원

입력 2024-01-30 13:55:36 수정 2024-01-30 15:44:00

인플루언서보다 못한 정치인 신뢰도…추락하는 정치 세태 안타까워
국가 위해 애쓰는 다수 국회의원께는 감사

임상준 서부지역취재본부장
임상준 서부지역취재본부장

당신은 대한민국 국회의원입니다.

나라 법을 만들고, 민초들의 뜻을 대변하는 입법기관입니다. 늘 감사해 마지않습니다.

근자에 쥐뿔도 모르는 축들이 저지르는 불경죄에 대해서는 대신 사죄드립니다.

이들은 '국개의원'이니 하며 특권을 내려놓으라고 핏대를 세웁니다.

▷뇌물 등 파렴치한 범죄를 저질러도 구속되지 않는 불체포특권 ▷가짜, 막말을 해도 되는 면책특권 ▷감옥에서도 꼬박꼬박 받는 1천300만원의 월급 ▷KTX 특실&비행기 비즈니스석 이상….

나열하기도 벅찬 혜택을 나라에서 전부 공짜로 해 주는 데 대한 소소한 잡음으로, 하찮게 여기시면 됩니다. 저 같은 서민 주머니 '탈탈' 비우라고 법으로 보장하는데 왜 그렇게 '꽥꽥'거리는지 모르겠습니다.

저희 삶은 홀쭉해 가도 배부른 의원님들만 생각하면 먹지 않아도 먹은 것 같습니다. 민초들은 의원님의 '주인', 이 사실 하나만으로 족합니다.

게다가 지금은 4년에 한 번씩 우리가 대접받는 '선거철'이지 않습니까.

가난한 척, 코인 않는 척, 전세 사는 척, '척'만 잘 하시면 저희는 '진짜 주인'이 된 것처럼 깜빡 속습니다.

근데 작금은 예전만 못하지요.

물정 모르고 나대는 작자들 때문이지요. 만고의 진리인 '시기상조'를 읊조리며 개기시면 됩니다.

예전엔 시장에서 오뎅만 우물우물 씹어대도 표가 나왔는데, 요샌 고함 지르고 국회에서 사지 들려 나가는 퍼포먼스는 기본입니다. 국개의원? 진짜 개(犬) 팔자만도 못합니다.

돈도 안 되지요.

대놓고 '정치 기부다' 해서 막 걷던 호시절 다 가고, 언젠가부터는 친인척 '가짜' 비서진 채용이나 월급 '반띵'을 치지도 못합니다. 오죽하면 당내 잔치(대표 선거)에 전세 산다는 양반이 200만~300만원씩 생활비를 돌렸겠습니까.

특권도 많이 줄었습니다.

이철우 경북도지사인가요?

국회의원 시절 주도적으로 '국회의원 연로회원지원금'(65세 이상 매월 120만원 지원)을 없앴습니다. 더 올려도 모자랄 판에 특권을 스스로 내려놓다니, 이해 못 할 분입니다.

비대위원장이라는 사람도 도대체가 이 바닥에 어둡습니다.

불체포특권 반납하고, 의원님들이 '감방' 가시면 받은 세비까지 토해내라 합니다. 쌈짓돈 창구이자 독서를 권장하는 '출판회'도 못 하게 하겠다고 으름장을 놓습니다. 안중근 의사의 일일부독서구중생형극(一日不讀書口中生荊棘), 못 들어 보셨나요?

면책특권만 해도 그렇습니다. 어디 가서 거짓말하고, 나불대란 말입니까. 여의도 문법과 고유의 사투리가 있는 걸 젊은 비대위원장은 모르나 봅니다.

다다익선(多多益善)이라 했습니다. 좋은 게 많아야, 인재가 유입됩니다.

그나마 특권이 아직 많이 남았기에, 내로남불 전 법무부 장관도, 전 정권의 충견이던 검사장도 금배지 달려고 안달이 난 거 아니겠습니까.

늘 그래 오셨듯이 '마이웨이'가 정답입니다.

뼈를 깎는 쇄신을 하겠다고 말잔치한 뒤엔 나 몰라라 하면 됩니다. 의원님의 주인인 우리는 금방 까먹습니다.

선거가 코앞입니다. 독한 말, 검찰 탓 더 하십시오. 그리고 이슈마다 음모론 제기, 잊지 마십시오.

꼭 당선돼, 우리가 다시 의원님들의 주인이 되게 해 주시길 바랍니다.

정치인을 바라보는 중·고교생 시각이 인플루언서(31.5%)보다 못한 꼴찌 수준(23.4%)이라는 한 설문조사를 보며, 추락하는 정치 신뢰가 안타까워 풍자한 글입니다.

국민과 국가를 위해 애쓰는 다수의 국회의원들께 머리 숙여 감사드립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