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월 16일 이란의 파키스탄 공격과 1월 18일 파키스탄의 이란 공격으로 '전쟁 동진(東進)론'이 일고 있다. 러-우 전쟁, 이스라엘-하마스 싸움, 미·영의 후티 공격에 이은 이 충돌로 민진당이 재집권한 대만과 김정은이 위협하는 한반도에 전운이 일지 않을까 우려하는 것이다.
모르면 두려우니 아는 노력부터 하자. 이란-파키스탄 충돌은 '짜고 친 고스톱'에 가깝다. 이란과 시리아, 튀르키예에 3천만 명이 넘는 쿠르드족이 있는 것은 잘 알려진 사실이다. 이란-파키스탄-아프가니스탄 접경에는 1천600여만 명의 발루치족이 살고 있다.
70%는 파키스탄의 발루치스탄주, 20%는 이란의 시스탄-발루치스탄주, 10%는 아프가니스탄 등지에 살고 있다. 파키스탄은 미국과 관계를 맺어 왔기에, 파키스탄의 발루치족은 독립운동을 억제당한다. 그러나 이란은 미국에 대립해 왔기에, 그곳의 발루치족은 독립 투쟁을 할 수 있었다. 이 투쟁을 파키스탄의 발루치족이 후원해 왔다.
제2차 세계대전에서 승리한 연합국을 영어로는 United Nations라 했다. 미국은 연합국을 묶으면 전쟁이 없다고 보고 패전국도 가입시킨 국제기구 연합국(UN)을 만들었다. 이어 유엔헌장에 '나라 간 분쟁을 해결하는 방법으로 타국을 침략하는 것을 금한다'는 조항을 넣었다(7조). 이를 어긴 침략이 6·25였기에 미국은 유엔군을 만들어 북한군을 격퇴했다.
알카에다가 감행한 2001년의 9·11 테러가 이 체제를 흔들었다. 알카에다는 어느 나라에 속한 군대가 아니었으니 침략국을 선정할 수 없었다. 고민을 한 미국은 '반(反)테러전은 유엔헌장과 무관하다'며 알카에다를 숨겨준 아프간 등을 침공했다. 그때부터 '반테러전은 침략전쟁이 아니다'란 인식이 만들어졌다.
우크라이나는 러시아의 공작 때문에 친러-반러 세력이 테러와 학살을 거듭하는 내전에 빠졌다. 그리고 2022년 푸틴이 내전을 막는 반(反)테러전인 '특별 군사작전'을 한다며 우크라이나를 침공했다.
2023년 기습을 당한 이스라엘도 하마스의 뿌리를 뽑겠다며 반테러전을 펼치고 있다. 이를 본 이란이 '논리 전투'를 준비한 것 같다. 이라크의 쿠르드족 중심지인 아르빌에 이란의 쿠르드족을 지원하는 이스라엘 모사드의 거점이 있다며, 1월 15일 그곳과 이란에 적대적인 테러 조직인 시리아의 IS(이슬람국가)를 공격했다.
다음 날엔 파키스탄과 짜고 파키스탄의 발루치족 지역을 공격하고, 이어 파키스탄이 이란의 발루치족 지역을 공격하게 했다. 그리고 이 공격은 테러 세력을 친 것이지 파키스탄의 주권을 침략한 것은 아니라고 주장했다. 아르빌과 IS 기지 공격도 같은 것이니 미국과 이스라엘은 반격하지 말라는 암시를 준 것. 이란-파키스탄이 약속대련을 한 것은 전쟁이 동진하지 않는다는 근거가 된다.
동북아는 우크라이나, 가자, 이란보다 훨씬 안정돼 있다. 2013년 친중인 대만의 국민당 정권은 의무병 복무를 4개월로 줄였지만 2016년 대선에서 패했다. 지난해 민진당 정권은 복무 기한을 1년으로 늘렸으나 대선에서 압승했다. 지난해 윤석열 대통령은 '아메리칸 파이'를 불러 한미 동맹을, 카레 외교로 한일 관계를 복원해 냈다. 두 정상과 '제2의 카이로 선언'에 비견될 만한 '캠프 데이비드 선언'도 했다.
양국과 미국은 하노이 노딜을 당한 북한은 물론이고 미국에 '신형 대국 관계'를 내세우던 중국을 뻘쭘하게 만든 것이다. 이는 미국과 바로 통하면서 대만과 한국에는 '영향력 공작'을 펼치려 한 중국과 북한의 노력이 실패했다는 것이 된다. 미국은 NATO와 이스라엘, 한국과 일본, 대만 등 동맹국을 동원해 신흥 '악의 축'인 러시아와 이란·북한·중국을 막고 있다. 가장 강력한 전력인 미국이 예비로 남아 있으니 전쟁은 확산되는 것 같아도 확대되지 못한다.
악의 축은 미국과 동맹국들이 내부의 적을 이용해 민주화 공작을 하는 것부터 막아야 하는 처지로 몰리고 있다. 김정은은 이를 알아차렸기에 우리를 대한민국으로 부르며 관계를 끊고 있다. 우리의 '역용(逆用) 공작'이 두려워 조평통과 우리민족끼리 등 대남 기구도 폐쇄했다. 그러나 코너에 몰리면 이란처럼 기발한 도발을 할 수 있다. 그런 점에서 신원식 국방장관이 보고부터 하지 말고, '즉·강·끝'(즉시, 강력하게, 끝까지)을 주문한 것은 잘한 조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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