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널드 트럼프 행정부 당시 백악관에서 근무했던 여성 참모 3명(알리사 파라 그리핀 전 백악관 공보국장, 사라 매튜스 전 백악관 부대변인, 캐시디 허친슨 전 백악관 보좌관)이 지난달 31일 방영된 ABC방송에 출연해 트럼프의 재집권은 민주주의의 종언이 될 것이라고 경고했다. 트럼프가 대통령으로 선출되기 이전과 대통령으로 있을 때 보여준 거짓말 행진을 떠올리면 고개가 끄덕여진다.
트럼프는 입만 떼면 거짓말을 뱉어냈다. 팩트체크 사이트인 '폴리티팩트'에 따르면 2016년 선거운동 기간 중 트럼프의 공식 발언의 69%가 거짓말이었다. 폴리티팩트는 그중 21%를 '대부분 거짓', 33%를 '거짓', 15%를 '새빨간 거짓'으로 분류했다. 대통령이 된 뒤에도 거짓말 행진은 계속됐다. 워싱턴포스트 집계에 따르면 임기 종료 때까지 무려 3만573번이나 거짓말을 했다. 미국 국민을 지속적으로 속인 것이다.
그럼에도 재선이 유력시된다는 것은 미국 민주주의가 심각한 위기에 처해 있다는 방증이다. 트럼프 개인의 윤리적 타락을 넘어 전체주의의 전조일 수 있다는 것이 다수 학자들의 지적이다. 독일 출신 정치철학자 한나 아렌트는 진작에 이를 경고했다. "전체주의 지배가 노리는 가장 이상적인 대상은 확신에 찬 나치주의자도 공산주의자도 아니다. 사실과 허구 혹은 참과 거짓을 더 이상 분간하지 못하는 일반 사람들이다."
우리도 다를 것이 없다. 아니 더 심각하다. 아렌트는 사실과 허구, 참과 거짓을 구분하지 못하는 판단력의 무능을 비판했다. 그러나 우리 사회의 정치 팬덤은 판단력을 자발적으로 마비시키고 있다고 의심하기에 충분하다.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의 팬덤이 '묻지 마' 지지를 보내고 있는 현상은 이런 의심을 떨치기 어렵게 한다.
그는 대장동 비리는 측근인 정진상이 한 일로 자신은 책임이 없다고 한다. 쌍방울 대북 송금 의혹도 이화영이 독단적으로 한 일이며, 민간 사업자에게 천문학적 이익을 몰아준 백현동 부지 용도 변경도 국토부의 압력 때문이었다고 한다. '거짓말'이란 의심을 피하기 어려운 이런 말들을 뱉어낼 수 있는 것은 특정 정치인의 말에 무조건적인 신뢰를 주기로 작정한 극성 지지층의 팬덤이 있기 때문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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