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산 가정에 1%대 파격 대출…대구 부동산 시장에 훈풍 불어올까

입력 2024-01-02 13:35:46 수정 2024-01-02 19:14:41

새해부터 달라지는 부동산 정책
2년 내 출산 무주택·1주택자…최저 1.6% 최대 5억원 대출
신혼 3억원까지 증여세 면제…부모 노후자금 주택 구입 유도
갈아타기 허용, 거래 증가 의문…소수 금수저 위한 정책 비판도

강원 양구군 공공산후조리원에서 직원들이 신생아를 돌보고 있다. 통계청이 최근 발표한 3분기 합계출산율은 0.70명으로 분기 기준 역대 최저치를 기록했다. 연합뉴스
강원 양구군 공공산후조리원에서 직원들이 신생아를 돌보고 있다. 통계청이 최근 발표한 3분기 합계출산율은 0.70명으로 분기 기준 역대 최저치를 기록했다. 연합뉴스

정부가 저출생 극복을 위해 선보인 신생아특례대출이 29일부터 본격 도입되면서 지역 부동산 시장에 미칠 영향에 관심이 쏠린다. 정부의 파격적인 대출 상품에 이어 증여세 부담도 완화되자 신규 주택 구입이 늘 것이라는 기대가 높다.

지난해 대구에 있는 전용면적 84㎡ 규모의 아파트를 마련한 30대 A씨는 신생아특례대출의 구체적인 도입 시기와 대상이 발표되자 가슴을 쓸어내렸다. 1주택자는 대상에서 제외될 수도 있다는 우려가 있었으나 실거주자에 대해서는 대환을 허용하기로 했기 때문이다.

A씨는 "기존 4%대 금리로 받았던 주택담보대출을 신생아특례대출로 갈아타면 금리가 1%대로 떨어져 매월 내는 상환액도 3분의 1 수준이 된다"며 "직장 다니던 아내가 육아휴직에 들어가면서 경제적으로 어려웠는데 큰 힘이 됐다"고 말했다.

신생아특례대출이란 신생아를 출산한 가정에게 연 1.6~3.3% 금리로 최대 5억원까지 주택담보대출을 제공하는 정책 금융상품을 말한다. 지난해 1월 1일 이후 출생아(입양 포함)부터 적용되며 29일부터 신청을 받는다. 1주택자도 주택 구입자금 마련 용도의 기존 주택담보대출에 대해 대환을 허용하기로 했다.

1%대 저렴한 금리의 파격적인 정책 금융상품이 등장하면서 시장에선 호재로 받아들이는 분위기다. 최저 연 3.25% 고정금리로 최대 5억원까지 빌려줬던 특례보금자리론도 지난해 1월 30일 출시 이후 한 달 만에 공급 목표치의 44%를 달성할 정도로 인기를 끌었다. 1년간 한시적으로 운영했던 특례보금자리론의 공급 목표는 연간 39조6천억원이었는데 한 달 만에 17조4천억원이 몰렸다.

대구도 지난해 특례보금자리론 도입으로 거래가 반짝 증가해 시장에 훈풍이 불었다. 2022년 대구의 아파트 거래량은 1만1천45건으로 부동산 통계가 도입된 이래가 가장 낮았지만 지난해는 재작년보다 약 2배 가까이 증가했고 입주를 앞둔 분양권 거래 또한 활발했다.

정부는 출산 가구를 지원하기 위해 증여세 부담도 완화했다. 기존에는 부모가 자식에게 재산을 물려줄 때 10년 동안 5천만원(성인 기준)에 대해서만 세금을 물지 않았다. 올해부턴 혼인 신고일 전후 2년 이내, 자녀 출생일로부터 2년 이내일 때 추가로 1억원에 대해서도 세금을 물지 않는다. 기본공제 5천만원에 1억원을 합쳐 1억5천만원까지는 비과세 구간인 셈이다. 신혼부부가 양가에서 증여받을 때는 최대 3억원까지 증여세를 내지 않는다.

정부가 저출생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갖가지 지원책을 내놨지만 효과는 제한적일 것이라는 반론도 있다. 우선 신생아특례대출의 경우 대환을 허용하면서 신규 주택 구매로는 이어지지 않을 것이란 분석이 나온다. 미분양 물량 해소가 절실한 대구에는 큰 도움이 되지 않을 것이란 시각이다. 특례보급자리론도 출시 한 달 동안 자금용도별 신청 현황을 보면 전체 신청액의 50%가 대출상환 목적이었고 신규 주택 구입은 40%였다.

증여세 완화는 양가 부모에게 3억원씩 증여받을 수 있는 대상이 한정된 탓에 소수 금수저를 위한 정책이라는 비판을 받았다. 특례 대출을 통해 젊은층에게 과도한 빚을 떠넘기고 부모의 노후 자금까지 주택 구입 자금으로 투입하도록 유도한다는 지적도 있다.

대구가톨릭대 부동산학과 정성훈 교수는 "증여세 완화가 일부 효과는 있겠지만 근본적인 대책이라고 보기 어렵다. 양가에서 3억원을 받을 수 있는 가정도 제한적이고 증여세 부담이 완화된다는 이유로 출산을 결심하는 사례도 없을 것"이라며 "그동안 많은 예산을 투입하고 여러 정책을 도입했지만 저출생 문제가 해결되지 않았다. 주거, 보육, 양육 등 전반적인 사회보장제도에 대한 특단의 대책이 필요하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