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영건설 워크아웃 '남 일' 아니다…대구경북 중소 건설사도 줄폐업

입력 2023-12-28 18:18:39

올해 폐업 공고 40% 증가, 대구경북 건설업계의 도미노 위험

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PF)으로 유동성 위기를 겪고 있는 태영건설이 워크아웃을 신청한 가운데 28일 서울 성동구에 위치한 태영건설의 성수동 개발사업 부지 모습. 이날 태영건설의 성수동 개발사업과 관련한 약 480억원 규모의 PF대출 만기일이 도래했다. 시공능력 순위 16위의 중견기업인 태영건설이 워크아웃을 신청하면서 부동산 PF 부실로 인한 건설업체들의 연쇄 위기 등 파장이 예상된다. 연합뉴스
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PF)으로 유동성 위기를 겪고 있는 태영건설이 워크아웃을 신청한 가운데 28일 서울 성동구에 위치한 태영건설의 성수동 개발사업 부지 모습. 이날 태영건설의 성수동 개발사업과 관련한 약 480억원 규모의 PF대출 만기일이 도래했다. 시공능력 순위 16위의 중견기업인 태영건설이 워크아웃을 신청하면서 부동산 PF 부실로 인한 건설업체들의 연쇄 위기 등 파장이 예상된다. 연합뉴스

시공능력 순위 16위 태영건설의 기업재무구조개선(워크아웃) 사태로 건설업계에 위기감이 확산하고 있다. 이미 대구경북 지역 건설업계에는 줄폐업이 잇따르면서 위기가 현실화했다는 지적이다.

28일 국토교통부 건설산업지식정보 시스템에 따르면 올해 1월부터 이날까지 대구경북 건설사의 폐업 공고는 327건이다. 폐업 공고는 지난해 234건, 2021년 230건보다 약 40%가량 증가했다. 전국적으로도 폐업 공고는 3천517건에 달해 지난해 2천887건보다 21.82% 상승했다.

폐업을 신고한 건설사에는 종합건설업과 전문공사업이 모두 포함된다. 종합공사업은 건축, 토목, 조경 분야를 종합적으로 다루는 업체이고 전문공사업은 실내 건축, 기계설비, 가스·난방공사 등 전문분야를 다루는 업체를 의미한다.

대구에서 폐업을 신고한 건설사 22건의 폐업 사유를 살핀 결과 사업포기가 13건(59.09%)으로 가장 많았고 공사 부진과 미분양 사업부진도 있었다. 건설산업기본법령에 따라 건설사는 등록과 폐업을 각 지방자치단체에 신고하고 지자체와 국토교통부는 이를 홈페이지에 공개하고 있다.

통상적으로 폐업이 늘어도 신규 등록이 따라오며 일정한 건설업체 수를 유지해왔다. 하지만 올해는 등록 업체마저도 줄고 있다. 올해 1월부터 이달 28일까지 대구경북의 건설업 등록 공고는 1천123건으로 지난해 1천669건보다 32.71% 줄었다. 전국적으로도 올해 등록 공고는 9천821건으로 지난해 1만4천248건보다 45.07% 하락했다.

대한건설정책연구원은 2024년 건설경기 전망 보고서에서 "건설업은 대표적인 하도급 생산방식으로 종합건설사 하나가 도산하면 수십, 수백 개의 전문 건설업이 동시에 위기로 빠져들 수밖에 없는 구조"라며 "지방 중소기업과 전문건설기업을 중심으로 영업이익률 감소에 따른 폐업, 부도가 증가하고 있으며 한계기업 역시 증가하고 있는 추세"라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올해 들어 건설 선행지표로 인식되는 건설수주, 건축허가, 착공, 분양 등 거의 모든 지표가 역대급으로 부진하다"며 "내년 건설경기는 올해보다 크게 악화될 가능성이 커져 개별 기업 입장에서는 리스크 관리 중심의 경영 전략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정부는 이날 김주현 금융위원장 주재로 기획재정부, 국토교통부, 금융위원회, 금융감독원, 산업은행 관계자들이 참석한 가운데 태영건설 관련 대응 방안을 논의했다. 정부는 분양 계약자와 협력업체 보호 조치를 즉각 가동하고 시장의 과도한 불안을 차단하기로 했다.

정부에 따르면 태영건설이 이미 분양한 2만 가구 규모의 전국 주택사업장 22곳은 공사가 정상적으로 진행되고 있으며 대구에는 후분양 단지 1곳이 있다. 해당 단지는 하도급대금지급보증 계약이 이뤄져 기존 공사대금 지급에도 문제가 없는 것으로 파악됐다.

한편 태영건설의 주채권은행인 산업은행은 다음 달 11일 채권자협의회를 소집해 워크아웃 개시를 논의할 방침이다. 워크아웃이 시작되려면 채권단 75%의 동의가 필요하다. 채권단이 납득할 만한 자구책 마련이 관건이 될 전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