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구원 인건비 3억5천만원 빼돌린 사립대 교수 구속 기소

입력 2023-12-28 16:08:01 수정 2023-12-28 19:09:57

한국말 서투른 외국인 연구원 11명 등 16명 대상 범행
월 50만원만 '선물' 명목 지급, 2억여원은 아파트 구입 등 개인적 사용
졸업·논문 관련 권한 이용, 피해자 불러모아 허위 사실 진술 종용도

대구지검·고검 건물 전경. 매일신문DB
대구지검·고검 건물 전경. 매일신문DB

3년 간 학생연구원 인건비 3억5천만원을 빼돌린 경산 소재 한 사립대 교수가 결국 덜미를 잡혀 구속기소됐다.

대구지검 형사2부(부장검사 김성원)는 소속 대학교 산학협력단을 속이고 학생연구원 17명의 인건비 3억5천400여만원을 빼돌려 사적으로 유용한 혐의로 A(45·남)교수를 지난 11일 구속, 28일 재판에 넘겼다고 밝혔다.

검찰에 따르면 A교수는 한국어에 서투른 외국인 연구원 11명과 같은 연구실 한국인 연구원 6명에게서 인건비 통장과 비밀번호를 받아내 이같은 범행을 저지른 것으로 나타났다. A교수는 실무보조자를 시켜 학생연구원 대신 인건비 지급시스템에 접속해 외국인 연구원들의 경우 자신들에게 인건비가 지급된다는 사실조차 알 수 없었다. 연구원들에게는 인건비 중 극히 일부인 월 50만원 정도만 '선물'이라며 지급했고, 2억3천여만원은 아파트 구입 등 A교수 개인적인 용도로 쓴 걸로 확인됐다.

검찰은 A교수와 연구원들의 계좌 45개에 대해 3년 간 거래내역을 분석한 결과, 매월 연구원들 계좌에 입금된 인건비가 전액 현금으로 인출됐고, 그 직후 A교수의 계좌에 거액의 현금이 입금되는 등 인건비 유용 현황을 확인했다. 이후 연구실 압수수색, 관련자 조사로 범행 전말을 밝혀낼 수 있었다고 밝혔다.

검찰 수사 결과 A교수는 수사가 진행되자 회의를 핑계 삼아 여러 차례 학생연구원들을 불러 모아 졸업, 논문출판 관련 본인의 지위를 이용해 자신에게 유리한 진술을 종용한 것으로 나타났다. 심지어 사실과 다르게 허위로 쓰인 '사실 확인서'에 서명하도록 강요하기도 했다.

검찰은 "연구인건비 전용은 관련 부처 고시를 통해 명백히 금지돼 있음에도 오랜 기간 관행으로 여겨진 탓에 교수의 우월적 지위를 이용해 다양한 방법으로 착복하는 사례가 이어지고 있다. 이는 연구 의욕 저하는 물론 연구원의 종속적 지위를 유지·강화하는 결과를 초래한다"며 "죄에 상응하는 처벌이 이뤄지도록 공소유지에 만전을 기하고 유사사례 재발을 막겠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