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출생 때문이야."
최근 소아청소년과 전공의 지원자 수가 대구 전체에 2명밖에 없었다는 이야기에 아들만 셋 두고 있는 지인의 대꾸였다. 아이를 낳지 않으니 소아청소년과 수요는 줄어들고, 당연히 지원이 줄어드는 것 아니겠느냐는 논리였다.
소아청소년과 전공의 지원율이 곤두박질친 원인이 비단 저출생 때문만은 아니겠지만, 결국 주요 원인 중 하나라는 사실을 부정할 수는 없다. 아이 안 낳는 사회가 만들어 내는 여파의 범위를 의료계라고 피해 갈 수는 없을 터다.
그 말을 듣고 대형마트나 백화점 식품관의 무인 계산대가 떠올랐다. 물건 살 때 편의를 위해 처음 도입됐지만, 요즘은 유인 계산대를 줄여 가면서 무인 계산대를 설치한다.
유인 계산대와 동시에 사라진 건 계산원의 일자리다. 200년 전 산업혁명 당시에 일어났던 '러다이트 운동'이 결국 실패로 돌아갔듯이 모두가 들고일어나 키오스크를 깨부순다 해도 사람의 일을 기계가 대체하는 거대한 흐름을 막을 수는 없다.
산업혁명 당시 계산기는 사람의 계산을 대신했지만 돈을 주고받는 행위는 대신하지 못했다. 지금은 계산기가 돈까지 대신 받아 주고 있다. 그때 머릿속에 질문 하나가 떠올랐다. '세상에 지금만큼 사람이 필요할까?'
많은 지방자치단체들이 저출생과 관련한 다양한 대책을 내놨지만 출생률은 더 떨어지고 있다. 이런 문제가 발생한 이유는 질문이 잘못됐기 때문이다.
'왜 아이를 낳지 않는가?'가 아니라 '우리 동네에 왜 사람이 필요한가?'라는 질문을 던져야 한다. 지자체가 내놓는 유인책을 자세히 살펴보면 '아이 낳으면 돈을 주겠다'는 수준에 그친다.
금전적 지원책과 육아에 대한 편의 제공만 이야기한다. 중요한 지원 대책이지만 문제는 그렇게 해서 아이를 낳으면 아이를 기본적인 사회 구성원으로 키우는 과정은 방치에 가깝다는 점이다.
아직도 육아휴직을 내면 눈치 주고 자리를 없애는 기업체가 수두룩하다. 공교육만으로 입시를 해결할 수 없으니 결국 사교육비를 투자해야 한다. 불어나는 사교육비는 맞벌이 부부의 수입으로도 감당하기 빠듯하다는 불만이 곳곳에서 터져 나온다.
어찌어찌 성인으로 자라났는데 생존을 위한 일자리는 자꾸 사라지고 있다. 하다못해 내가 더 나은 사람으로 발전하는 데 디딤돌이 돼 줄 수 있는 '아르바이트' 자리도 기계로 대체되는 추세다.
그런데 사회는 자꾸 아이를 낳으라고 한다. 사회에 역으로 질문을 던져 보자. 도대체 아이가 왜 필요한 건가? '사회 유지'라는 거창하고 두루뭉술한 대답 말고, 본심을 생각해 보자.
'아이'가 필요한 게 아니라 '아이가 쓸 돈'이 필요한 건 아닌가?
젊은이들이 아이를 낳지 않는 이유는 미디어에서 학습한 사회적 현상이 아니다. '나'라는 개체가 살기 위한 생물학적 생존 본능이다.
먹이가 사라져 가는 마당에 새끼를 더 낳을 수 있는 동물은 세상에 없다. 4차 산업혁명을 이야기하며 '기본소득'에 관한 논의가 필요하다고 했던 사람들이 대부분 4차 산업혁명을 이끄는 기술을 가진 이들이라는 사실은 생각해 볼 부분이다.
출생률이 재난 수준으로 떨어졌다는 2023년이 곧 끝난다. 다가오는 2024년, 젊은이들이 결혼 안 하고 애 안 낳는다고 다그치기 전에 사회 곳곳에 눈을 돌려본 뒤 스스로에게 질문해 보자. 대한민국에는 몇 명의 사람이 필요한지. 아니, 정말 대한민국에 새로운 사람이 필요한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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