故노중형 씨(43회 졸업생) 생전 유언대로 유족들 1억원 기탁
2020년 익명으로 장학금 300만원 기부 이어 추가
"배움에 주려 울고 있는 자, 여기와 배부름 얻어라" 계성고등학교 교가의 구절이다.
'익명의 기부자'(매일신문 2020년 11월 28일 보도)로 모교인 계성고에 장학금 300만원을 기탁한 고 노중형 씨(계성고 43회 졸업) 역시 배움에 굶주린 가난한 피난민이었다.
지난 6월 향년 86세를 일기로 세상을 떠난 노 씨의 유족들이 고인의 유언대로 계성고에 장학금 1억원을 추가 기부한 사실이 알려져 화제가 되고 있다.
지난 2020년 11월 생전 고인은 익명으로 계성고에 장학금 300만원을 기탁하며 "조만간 학교발전기금으로 1억원을 맡기겠다"는 뜻도 전했다.
기부를 결심하게 된 사연도 당시 눈길을 끌었다.
고인은 6·25전쟁이 한창이던 시기 서울에서 학업을 중단하고 대구로 피난 와 힘겨운 시절을 보냈다. 학적 문제로 전학이 여의치 않았는데 계성고(당시 '계성학교')에서 흔쾌히 받아줘 학업을 이어갈 수 있었다.
가난한 피난민이었기에, 수차례 학업을 포기할뻔 했지만 담임교사에게서 두 번의 장학금을 받아 계속 공부할 수 있었다.
이 장학금은 선교사가 목사 자녀에게 전달하라고 준 것인데, 담임교사가 생활기록부 상 고인의 부친 직업란에 적힌 '군속(軍屬)'을 '군목(軍牧)'으로 잘못 알고 지급한 것이었다.
고인은 자신에게 돌아올 장학금이 아니라는 사실을 두 번째 장학금을 받을 때부터 알고 있었지만, 가난한 형편을 생각해 쉽사리 진실을 밝힐 수 없었다고 고백했다.
이 일은 고인에게 평생 마음의 짐으로 남았고, 지난 2020년 코로나19 여파로 많은 이들이 어려움에 처한 것을 보며 장학금 기부를 마음 먹은 것으로 전해졌다.
당시 장학금을 기부한 고인은 박현동 계성고 교장에게 전화를 걸어 "빠른 시일 내에 장학금 1억원까지 맡기겠다"고 추가 기부를 약속했다.
지난 6월 세상을 떠난 고인을 대신해 자녀들이 생전 고인의 유언대로 지난 15일 학교법인에 1억원을 전달하면서 그의 이름도 알려지게 됐다.
유족들은 "가족회의를 거쳐 부친의 유언대로 계성학교에 장학금 1억원을 기탁하기로 결정했다"며 "마지막 순간까지 교장선생님과 약속을 지키고 싶다"고 말했다.
박현동 계성고 교장은 "기적 같은 장학금이 다시금 교육을 향한 숭고한 뜻으로 돌아왔다"며 "고인의 의지를 기억하고 도움이 필요한 학생들과 계성학교 발전을 위해 소중하게 잘 쓰일 수 있도록 하겠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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