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목욕탕 감전 사망사고, 전기는 친절하지만 칼을 들고 있다

입력 2023-12-25 05:00:00 수정 2023-12-25 09:03:37

세종시의 한 목욕탕에서 감전 사고가 발생해 3명이 숨졌다. 이들은 온수탕에 몸을 담그자마자 쓰러졌다고 한다.

감전 사고는 드물게 발생하는 사고가 결코 아니다. 올해 10월에는 구미시 송정읍에서 대중목욕탕을 청소하던 아버지와 아들이 감전 사고로 숨졌다. 2018년 10월에는 경남 의령군 한 사우나에서 목욕하던 남성 2명이 숨졌다. 가정의 욕실에서도 감전 사고가 종종 발생한다. 올해 3월 포항의 한 주택에서 전기 온수기를 사용하던 할머니가 감전돼 쓰러졌고, 할머니를 구하려고 다가갔던 손녀가 감전돼 숨졌다. 2019년 광주시 남구, 2020년 강원도 정선 주택에서도 전기 온수기 감전 사망사고가 발생했다. 러시아에서는 목욕 중에 충전 케이블에 연결된 스마트폰이 욕조에 빠지며 감전사하는 사고가 잇따라 발생했다.

현대인에게 필수품인 전기가 감전사나 화재, 화상 등 치명적인 사고로 이어지는 경우는 흔하다. 특히 겨울철에는 전기장판, 전기히터, 전기방석 등 전기 난방기구 사용이 늘면서 사고가 끊임없이 발생한다. 소방 당국은 대중목욕탕을 비롯한 공공시설과 공용 킥보드, 전기 자동차 충전기 등에 대한 특별 안전점검을 대대적으로 펼쳐야 한다. 점검 대상만 확대할 것이 아니라 실효성 있는 점검이 절실하다. 이번에 사고가 난 세종시 목욕탕은 지난 6월 22일 전기안전공사의 전기 안전점검에서 '적합' 판정을 받았다. 그럼에도 사고가 발생했다. 부실 점검 지적이 나올 수밖에 없다. 전기 제품에 대한 누전, 온도 상승 안전기준 부합, 화재 위험성 등 안전점검도 강화해야 한다.

각 가정에서도 경각심을 가져야 한다. 사용 중인 전기 제품이 저가의 불량 제품은 아닌지, 하나의 콘센트에 너무 많은 플러그를 끼워 사용하고 있는 것은 아닌지, 콘센트 접속 구멍에 먼지가 쌓이지는 않았는지, 전선이 어지럽게 꼬여 있지는 않은지, 전선 피복이 벗겨지거나 스위치 등이 파손되지 않았는지 자주 살펴야 한다. 전기는 친절하지만, 눈에 보이지 않는 칼을 들고 있음을 잊으면 안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