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정위의 엉뚱한 규제 방향…'온플법'으로 공짜 웹툰, 할인 멤버십 혜택, 로켓배송도 사라질 판

입력 2023-12-23 10:31:04 수정 2023-12-24 13:24:26

한기정 공정거래위원장. 연합뉴스
한기정 공정거래위원장. 연합뉴스

공정거래위원회가 소수의 독과점 기업을 규제하겠다며 도입을 추진하고 있는 '플랫폼 경쟁촉진법'(가칭)이 본 취지보다 서민들을 위한 유익한 혜택을 제한하는 역효과를 불러 올 것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멤버십 혜택과 무료배송, 무료웹툰 등의 혜택이 마치 '끼워팔기'처럼 분류되면서 제한될 수 있다는 것.

공정위가 추진하는 플랫폼 경쟁촉진법은 문재인 정부에서 추진한 온플법보다 더 강력하다는 평가가 유관부처 등에서 나오고 있다. 미국 기업을 견제하기 위해 규모가 크면 사전 규제하는 유럽식 모델을 도입해 규제 대상이 되면 △자사우대 △끼워팔기 △멀티호밍 제한 △최혜대우 요구 등을 규제한다.

아직 공정위가 온플법 규제 대상 지정 요건을 발표하지 않았지만 업계에서는 삼성, 네이버, 카카오, 쿠팡 등 다수의 국내기업들이 지배적 사업자로 지정될 수 있다는 우려의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이들 기업들이 규제 대상이 되면 공짜로 볼 수 있었던 네이버 웹툰, 카카오 웹툰 등은 끼워팔기 논란이 일 수 있어 무료 서비스 제공이 불가능해질 전망이다. 업계 관계자는 "안그래도 유튜브와 넷플릭스 등 글로벌 독과점 기업들이 잇따라 요금을 인상하고 있는 상황에서 어설픈 정부의 입법으로 국민 혜택이 줄어들게 되는 결과가 되는 것"이라고 우려했다.

최대 5% 할인, 멤버집 전용 할인 등을 제공하는 네이버플러스 멤버십, 신세계유니버스 클럽은 물론 한달에 4천990원만 내면 무료배송, 무료반품, 쿠팡플레이, 배달음식 10% 할인 등의 혜택을 받을 수 있는 쿠팡 와우 멤버십도 제한을 받게 된다. 이 또한 끼워팔기나 자사우대에 해당하여 폐지돼야 할 운명에 처해있기 때문이다.

퇴근 후 마트를 갈 수 없어도 12시 전에 앱으로 주문하면 다음날 새벽에 받을 수 있어 혜택을 누린 워킹맘과 유통 인프라가 많은 수도권과 달리 도서산간 추가 운송비 없이 무료 배송 무료 반품을 받을 수 있는 제주도, 강원도 등 국민에게 피해가 커질 것으로 보인다.

자사 우대는 삼성에도 영향을 미칠 전망이다. 자사 우대 규제를 받게 되면 현재 수수료를 부과하지 않고 있는 삼성페이 혜택도 문제가 될 수 있기 때문이다.

국내 IT 협회들의 연합체인 디지털경제연합은 지난 18일 입장문을 통해 "최근 경제 불황과 더불어 디지털 플랫폼을 적극 활용하는 합리적 소비가 나타나는 상황에서 근거에 기반하지 않은 섣부른 사전규제는 소비자 물가 상승을 초래할 것"이라고 경고했다.

주한미국상공회의소(암참)도 연이어 "근거 없는 섣부른 사전규제는 불필요한 물가 상승을 초래하고, 영세 사업자의 판로를 잃게 해 소비자 후생의 후퇴를 유발할 것"이라고 주장했다.

학계에서도 비판이 잇달았다. 서종희 연세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디지털 시대 플랫폼과 소비자' 관련 특별 세미나에서 "규제를 도입하기 전에 누구를 위한 규제인지, 소비자에게 실제 도움이 되는지, 자국 플랫폼이 시장에서 갖는 위치가 어느 정도인지, 플랫폼이 문제를 개선하기 위해 어떻게 노력하고 있는지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해야 한다"고 꼬집었다.

최준선 성균관대 법학전문대학원 명예교수도 "법 제정 시 플랫폼 업계에서 소비자에게 최상의 서비스를 제공하기 위한 정상적인 경영활동이 위축되고 결국 서비스 제한이나 가격 상승으로 이어져 그 피해는 소비자들에게 돌아간다"며 "물가를 잡겠다는 정부가 결국 소비자 물가도 올리는 결과를 초래할 수 있는 것"이라고 경고했다.

한기정 공정거래위원장이 19일 오전 정부서울청사 브리핑룸에서 플랫폼 독과점 폐해를 줄일 수 있는 플랫폼 경쟁촉진법 제정 관련 브리핑을 하고 있다. 한기정 위원장은 플랫폼 시장의 경쟁 활력을 높이고 소상공인과 소비자를 보호하기 위해 법 제정을 추진한다고 밝혔다. 연합뉴스
한기정 공정거래위원장이 19일 오전 정부서울청사 브리핑룸에서 플랫폼 독과점 폐해를 줄일 수 있는 플랫폼 경쟁촉진법 제정 관련 브리핑을 하고 있다. 한기정 위원장은 플랫폼 시장의 경쟁 활력을 높이고 소상공인과 소비자를 보호하기 위해 법 제정을 추진한다고 밝혔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