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살려주시오" 70대 노인, 아내 생전 모습 저장된 USB 담긴 가방 되찾아

입력 2023-12-21 23:46:24 수정 2023-12-22 02:20:11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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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년 전 고인이 된 아내의 유품이 담긴 가방을 분실한 후 애타게 찾았던 70대 남성의 사연이 '해피엔딩'으로 마무리됐다.

▶21일 SNS 엑스(옛 트위터) 등에 따르면 전날인 20일 한 네티즌은 '어제 인천 계양역 갔다가 눈물 찔끔함'이라는 내용의 글과 함께 '살려주십시오'라고 시작하는 내용의 글이 담긴 종이를 촬영한 사진을 소개했다.

종이에 적힌 글에서는 연락처와 함께 "2023년 12월 8일 오후 7시 30분쯤 계양역 도로 옆에 노트북이 들어있는 백팩(가방)을 그냥 두고 승용차로 귀가해 백팩을 분실했다"면서 "사람 한 명 살린다는 마음으로 돌려주시면 분명 후사하겠다"고 밝혔다.

올해 나이 76세의 노인이라고 밝힌 글쓴이는 잃어버린 가방을 애타게 찾은 이유도 밝혔다.

그는 "백팩 속 내용물 중 USB 여러 개 속에는 먼저 세상을 떠난 집사람 관련 내용과 집사람이 사용한 전화기 등 이 사람이 생활에 필요한 내용이 들어 있다"고 설명하면서 "제발 살려주시라"고 맨 앞에 쓴 표현을 반복해 덧붙였다.

이 밖에도 글쓴이는 자신이 공공기관과 산업체 등에서 16년 동안 맡았던 업무 관련 자료가 노트북에 저장돼 있다고 했다.

즉, 자신과 고인이 된 아내의 지난 생애가 하나의 가방 속 노트북과 USB 등에 담겨져 있고, 그래서 '살려달라'는 표현을 거듭해 적을 정도로 간절히 분실물을 찾는 사연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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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국에 따르면 글쓴이는 지난 12월 8일 인천 계양역에서 전동차 안에 가방을 두고 내린 것으로 확인됐다.

글쓴이는 종이에 적은 것처럼 당초 도로변에 가방을 놔뒀다가 분실한 것으로 기억했지만, 인근 CCTV를 경찰이 확인한 결과 정확한 분실 장소를 파악할 수 있었다. 이에 글쓴이는 전동차 안에 두고 내렸을 가능성을 감안, 검암역 소재 유실물 센터에 연락해 다행히 보관 중이던 가방을 분실 13일째였던 21일 찾을 수 있었다.

이 남성은 연합뉴스에 잃어버렸던 가방 속 USB에 2년 전 세상을 떠난 아내의 모습이 담긴 사진과 영상, 사후 장례식장 및 산소 등 사진이 들어 있었다고 설명했다.

글쓴이와 49년을 함께 지낸 아내는 유방암 투병 생활을 하다 지난 2021년 10월 지인 모임에서 갑자기 쓰러졌다가 73세의 나이로 세상을 떠났다. 아내가 세상을 떠난 날은 USB 겉면 견출지 스티커에 적혔다.

이 남성은 계양역 역사를 비롯해 주변 10곳에 가방을 찾는 글을 직접 프린트를 해 붙였다. 이 가운데 하나가 SNS를 통해 널리 알려지며 수많은 네티즌들의 간절한 마음이 모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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