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교에서 돌아온 아이가 갑자기 거실에서 겅중겅중 뛴다. "슬릭백! 어때?" 요즘 온라인을 뜨겁게 달군 이른바 '공중 부양 춤'을 따라 하는 모양이다.
서툴게 뛰는 아이의 몸짓은 허공을 미끄러지듯 걷는 원래 춤과는 거리가 멀지만, 애써 따라 하며 깔깔거리며 웃는 표정은 꽤 사랑스럽다.
대구의 한 중학생이 슬리퍼를 신고 춘 영상이 대박 나면서 '슬릭백 춤'으로 유명해진 이 춤은 사실 지난해 한 틱톡커가 올린 영상 속의 춤 '주비 슬라이드'(Jubi Slide)가 원조다.
온라인에는 '슬릭백 춤'과 '주비 슬라이드'를 추는 요령을 알려 주는 영상이 넘쳐 난다. 두 춤 모두 원리는 비슷하다. 발을 차듯이 내밀면서 빠르게 다리를 교차하며 걷는 게 핵심이다.
유심히 보면 앞으로 내딛는 발이 허공에 있는 동안 뒤쪽에 있는 발은 땅을 딛고 있다. 가려진 뒷발 대신 앞으로 내미는 발에 시선이 쏠리면서 일어나는 '착시'의 결과물인 셈이다.
우리 시선은 자신의 의지와 상관없이 상대방의 가장 중요한 정보를 갖고 있는 앞발에 시선이 머문다. 앞발의 위치와 방향이 보행자의 움직임 정보를 알려 주기 때문이다. 이런 인식 과정은 무의식적으로 이뤄진다.
시선이 머무는 앞발이 공중에 있는 동안 뒷발이 지면을 박차며 움직임을 만든다. 이 과정에서 두 발은 '허공답보'처럼 공중을 걷는 것같이 느끼게 된다.
올 한 해 대구시도 허공을 내달리듯 숨 가쁜 행보를 이어 왔다. 대구경북신공항 건설 및 후적지 개발 사업 성공의 열쇠로 꼽힌 '군 공항 이전 지원에 관한 특별법'이 국회를 통과했고, 사업 대행자인 SPC 구성에 나서는 등 속도를 내고 있다.
기업 투자 유치도 잇따르고 있다. 올 한 해 유치에 성공한 기업 투자액은 4조516억원으로 민선 8기 출범 이전 10년 실적에 육박한다. 민선 8기 출범 이후로 확대하면 확정된 투자 금액만 8조920억원에 이른다.
불가능할 것 같았던 대구 도심 군 부대 통합 이전 사업도 국방부와 '민·군 상생 업무협약'을 체결하며 본격적인 이전 절차 추진에 들어갔다.
취수원을 낙동강 상류로 이전하는 '맑은 물 하이웨이' 사업도 추진안을 환경부에 공식 제출하는 등 가시화 수순을 밟고 있다.
헌정사상 최다인 261명의 국회의원이 서명한 '달빛철도 특별법'까지 국회를 통과한다면 대구시가 '미래 50년 사업'으로 제시한 주요 사업들의 틀이 모두 갖춰지는 셈이다.
대구시의 행보는 '허공답보'를 보는 듯 깜짝 발표의 연속이었지만, 변화를 이끌어 낸 동력은 땅을 박차는 뒷발에 있었다. 시야에 들어오지 않은 수많은 노력들이 성과를 이끌어 냈다는 뜻이다.
'달빛철도 특별법'의 법안 심사 소위가 열리던 날, 정장수 대구시 경제부시장은 새벽 기차를 타고 국회에 갔다가 밤 기차를 타고 돌아왔다고 했다. 종일 이어진 진통 끝에 21일 국토교통위원회 전체회의에서 의결이 예정됐다. 법안소위 문턱을 넘도록 땅을 박차는 역할을 한 셈이다.
홍준표 대구시장은 지난 4일 취임한 김선조 행정부시장에게 "직원들을 다그치고 재촉하는 건 내가 할 테니, 부시장은 직원들을 다독이며 격려해 달라"고 했다고 한다. 역시 뒷발의 역할을 주문한 셈이다.
앞발과 뒷발은 미끄러지듯이 교차하며 변화를 만들어 낸다. 앞뒤로 오가는 자연스러운 역할 분담이 혁신의 원동력이 되는 것이다. 내년에도 각자의 역할에 충실하며 하늘을 유영하는 모습으로 박수를 이끌어 내는 대구시가 되길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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