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 대통령, 서울대 법대 4년에 법경제학 수업에서 자유 이념 인지해
◆국가가 제대로 작동하고 있지 않아…권력 기구 자체에 문제 있는지 살펴볼 때
◆진보 세력은 자유주의자 윤 대통령을 전체주의자로 공격
김병준 사회복지공동모금회 회장(전 자유한국당 비상대책위원장)은 윤석열 대통령의 멘토다. 윤 대통령이 말하는 '자유'에 대해 가장 정확하게 이해하는 인물이기도 하다. 지난 대선 당시 윤 대통령 캠프의 상임선대위원장을 맡아 당선을 도왔다. 당 일각에선 국민의힘 비대위원장과 공천관리위원장 후보로 거론되고 있다.
김 회장은 최근 매일신문 탑리더스 아카데미 회원을 상대로 '왜 자유이고 분권인가?'를 주제로 강연을 했다. 그는 이날 강연에서 윤 대통령을 처음 만난 사연과 대통령이 말하는 '자유'에 대해 상세히 설명했다.
◆대통령, 대학 4학년 때 박세일 교수 수업 후 자유를 잊은 적 없어
김 회장은 자신을 자유주의자라고 소개했다. 그는 2018년 자유한국당 비대위원장을 맡아 문재인 정부를 국가주의자로 공격해 큰 관심을 끌었다.
2021년 10월 '국가, 있어야 할 곳에는 없고, 없어야 할 곳에는 있다'는 책을 펴냈다. 이 책은 국가주의에 대한 신랄한 비판을 담고 있다. 한국의 현 체제는 국가권력이 교육, 문화, 산업, 경제 등 곳곳에서 국민들 행위를 승인하고 허가하고 지배하고 감독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그는 "이 책의 첫 독자가 윤 대통령이었다"고 했다. 윤 대통령이 책을 달라고 했고, 당시에는 출판이 되지 않아 원고를 통째로 전달했다. 그 후에 어느 정도 자유주의자인지 만나서 확인했다는 게 김 회장의 설명이다.
그는 "윤 대통령이 자꾸 자유를 이야기해서 이상했다. 법대 나와서 검찰 총수를 지낸 사람이 자유를 이야기하니 내 글을 보고서 꼬드기려고 하는 것 아닌가라고 생각했다. 대통령은 대학 4학년 때 박세일 교수의 법경제학 강의를 들으면서 자유에 대해 관심을 갖게 됐다고 했다. 애덤 스미스, 리카도 등 자유경제사상이 너무 좋아서 아버지(故 윤기중 연세대 교수)께 이야기를 하니, 이 책 읽어라 저 책 읽어라고 했다고 한다. 대학 4학년 때부터 자유 개념이 자신을 떠난 적이 없다고 했다. 자유주의자라고 하니 도와드리겠다고 했다."
김 회장은 "당시 경선 시기였는데, 윤 대통령 철학이 마음에 들었고 경쟁력도 가장 나은 것 같았다. 각각 7시간, 5시간, 3시간가량 자유에 대해 이야기를 나눠 본질적으로 어떤 생각을 하는 사람인지 안다. 대통령이 말하는 자유에 대해 제가 말할 수 있다"고 했다.
◆국가, 국회, 사법부, 행정부…제대로 작동하지 않아
김 회장은 "국가, 국회, 사법부, 행정부가 제대로 작동하지 않고 있다"고 직격 했다. 그는 "행정부 수반이 대통령이다. 대통령이라는 직책이 제대로 작동하고 있지 않다. 전직 대통령이 모두 귀향 가거나 감옥 가거나 스스로 목숨을 끊었다. 대통령이 장관 인사를 하고, 기업에 특혜를 주고, 사면을 할 수 있는 권력은 쪼가리 권한에 불과하다. 교육개혁, 노동개혁, 연금개혁 등 정말 사회가 필요한 일을 대통령이 할 수 있는 힘이 없다. 전직 대통령이 임명한 공기업 사장 한 명도 대통령이 해임하지 못한다"고 했다.
국회 입법 과정의 불합리에 대해서도 강하게 비판했다. "행정 공무원이 입법해서 국회를 통과해 시행까지 평균 35개월이 걸린다. 인수위 때 시작해서 레임덕이 와서야 법이 통과된다"고 했다.
또 "유능한 관료가 사고 치면 목이 날아간다. 삼성전자에 있다가 정통부 장관이 된 진대제 장관에게 두 조직에 대해 물으니 '삼성에서는 미래를 생각하다가 과거를 생각할 여유가 없고, 관료 사회에서는 과거를 생각하다가 미래를 생각할 시간이 없다'고 했다. 정부 조직은 일이 잘못되면 청와대 감사, 총리실 감사. 감사원 감사, 자체 감사, 국정감사에 시간을 뺏긴다. 3년 전, 2년 전에 한 거를 따진다"고 했다.
입법부도 마찬가지다. 국회의원이 비양심적이고, 못나서 국회가 작동하지 않는 게 아니다고 했다. 그는 "개인적으로 만나보면 국회의원 대부분이 멀쩡하지만 집합적인 결정이 안 된다. 우리뿐만 아니라 다른 나라의 국회도 엉망이다. 국회가 농경시대의 유물인 때문"이라고 했다.
또 "윤 대통령 지지도가 30%대인 것은 높은 편에 속한다. 프랑스 마크롱 대통령, 일본 기시다 총리에 비하면 높다. 미국 바이든 대통령도 30%대에 불과하다"고 했다.
그러면서 "국회의원 30~40%를 바꿔도 국회가 더 나빠졌다는 평가가 나온다. 그렇다면 사람의 문제가 아니라 국가 제도의 문제라고 봐야 한다. 권력 기구 자체에 문제가 있는지 물어볼 때가 됐다"고 강조했다.
◆교육이 국가주의에 찌들어…국민은 위대해
김 회장은 국가는 작동하지 않지만 국민은 위대하다고 했다. 그는 "대한민국 국민은 성공에 대한 열정이 높고, 목표를 향해 쫓아가서 반드시 성공을 거둔다. 혁신 역량이 높고 웬만해선 만족을 안 한다. 만족을 안 하는 게 혁신의 동력이다. 항공서비스, 화장품, 휴대폰은 세계 이용자들 만족시킨다. 세계의 테스트 베드가 됐다"고 했다.
그는 지난 2월부터 사회복지공동모금회 회장도 맡고 있다. "기탁자 중에 혼자 살다 돌아가신 누님이 25억원 남겼고, 누님을 기리기 위해 전액을 가져온 분도 있다. 얼마 전 대구의 모 초등학교 교장이 몇 십 년간 폐휴지 모아서 1억원을 가지고 온 경우도 있다. 인천에서는 노숙자들이 2백만원이 넘는 돈을 가지고 왔다. 사랑의열매는 세계에서 세 번째로 규모가 큰 자선 단체이다. 우리 사회는 온정이 넘치고 뜨거운 사회이며 공동체 공동선에 대한 관념도 매우 높다"고 했다.
또 "젊은 사람들이 대한민국이 자유로운 국가가 맞냐고 묻는다. 교육이 국가주의에 찌들었다. 강력한 국가 권력 속에 있다 보니 국가주의 속에 있는지도 모른다. 초등학교 교육은 교육부가 통제한다. 지방 교육감도 큰 권한이 없다. 교육은 백년지대계인데 몇십 년 뒤에 인재를 교육부가 알고 있을까? 10년 뒤 20년 뒤에 어떻게 변할지도 모르면서 20~30년 이후를 살아갈 학생에게 이걸 가르쳐라 저걸 가르치라고 한다. 교육부가 뭐든지 통제해야 한다고 생각하는 게 국가주의"라고 했다.
김 회장은 "윤석열 정부가 교육부를 없애보자고 시도한 게 교육자유특구이다. 교육부와 상관없이 교육을 해보고, 실험적인 교육을 통해 공교육을 바꿔보자는 것이다. 국가 권력을 줄이자는 것이고, 이게 자유주의다"고 했다.
◆진보 세력은 자유주의자 윤 대통령을 전체주의자로 공격
김 회장은 윤 대통령의 자유는 시민사회, 시장, 개인과 기업의 자유권을 확대하는 것이라고 했다. 이를 위해 지방분권과 규제완화, 시민사회와 시장의 자율성 확대, 자율적 질서 확장이 필요하다고 했다.
하지만 자유주의 확대에 반대하는 세력도 적지 않다고 했다. 그는 "자유주의에 반대하는 사회주의, 전체주의, 국가주의 세력이 곳곳에 자리 잡고 있다. 국가가 세금 많이 거두어서 전체주의로 끌고 가야 한다는 이들이 노조나 방송 등에 자리 잡고 있다. 정당 안에도 있다. 자유권 확대를 하려면 이런 세력들을 막아야 한다"고 했다.
그는 자유는 정의와 상식과 공정을 먹고 산다고 했다. "빈부격차가 심한 사회는 자유주의가 성립될 수 없다. 각 분야의 기득권과 카르텔을 부수어야 정의와 공정, 상식, 균형 등이 살아나고 자유주의가 산다. 윤 정부의 자유주의 반대하는 사람은 전체주의적, 국가주의적 경향을 막자고 하면 윤 대통령을 히틀러, 엄석대로 만든다. 카르텔에 검찰권 행사하면 국가주의, 전체주의로 공격한다"고 말했다.
김 회장은 "윤 대통령이 국가 권력을 부수겠다며 지방으로 권한 내리고, 교육자유특구 만들고, 시·도지사에 지방 대학 육성 권한도 준다. 이런 일을 지역에 와서 해야 할 사람이 국회의원인데 도대체 하지 않는다. 대통령이 혼자 이야기하니까 묻힌다"고 했다.
그는 끝으로 "국가주의 레짐(체제)으로는 미래를 볼 수 없다. 국가주의 레짐을 부수고 자유주의 체제를 더 강화해야 한다"고 거듭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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