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벌 설치대수 50% 늘어나…2030년까지 시장 성장률 22%
대구시 '이동식 로봇 특구' 육성…두산로보틱스, 남부지사 설립
로봇과 공존하는 시대가 가까워졌다. 한국 제조업 현장은 만성적인 인력난을 겪고 있으며 인건비 상승 부담으로 위기에 내몰리고 있다. 이런 상황을 타개하기 위해 산업계는 인간과 상호작용이 가능한 '협동로봇'의 가능성에 주목하고 있다.
협동로봇은 반복되는 단순 작업을 수행하는 기존 산업 로봇과 달리 다양한 정밀 작업이 수행 가능하다는 면에서 차별성을 지닌다. 인간과 유사한 정밀도와 강도, 속도로 작업하도록 설계돼 향후 스마트 팩토리 구축에 필수 요소로 자리잡을 것으로 보인다.
현재 로봇 분야 주요 기업들은 협동로봇 라인업을 확대하며 시장 점유율 확대에 주력하고 있다. '로봇 수도'를 표방하는 대구시는 '이동식 협동로봇 규제자유특구' 사업을 통해 협동로봇 실증 데이터를 확보하고 이를 토대로 규제 해소에 나서고 있다.
◆ 치열해지는 협동로봇 시장
협동로봇 시장이 가파르게 성장하고 있다. 국제로봇연맹(IFR)에 따르면 2021년 기준 글로벌 협동로봇 설치 대수는 3만9천대로 전년 대비 50% 늘어난 것으로 나타났다. 글로벌 1위 협동로봇 기업인 '유니버설로봇(Universal Robots)'의 지난해 협동로봇 판매량은 전년 대비 12% 증가했다. 같은 기간 한국의 '두산로보틱스'는 매출 규모가 22% 신장됐고 레인보우로보틱스는 약 50% 매출이 늘어난 것으로 추산된다.
협동로봇 시장은 중장기적으로 성장이 우상향할 것이란 전망이 우세하다. 기존 산업용로봇을 대체하고 향후 제조업을 넘어 서비스분야까지 확장성이 높기 때문이다. 다품종 소량 생산 위주의 첨단산업 전환이 가속화될 경우 협동로봇 판매량은 기하급수적으로 늘어날 것으로 예상된다. 유진투자증권은 글로벌 협동로봇 시장 규모가 오는 2030년까지 연평균 성장률이 22%가 될 것으로 내다봤다.
올 하반기 주식시장 상장으로 주목받은 두산로보틱스는 협동로봇 업계의 강자로 꼽힌다. 13종의 제품 라인업을 보유하고 있으며 2026년까지 17종으로 제품군을 확대할 계획이다. 지난 2015년 출범 이후 2018년 첫 제품을 선보였고 현재 국내 점유율 선두를 유지하고 있다. 세계시장에서는 덴마크의 유니버설로봇, 일본의 화낙, 대만의 테크맨로봇에 이어 4위를 기록하고 있다.
두산로보틱스는 최근 '특수목적 용도' 협동로봇을 제작한다고 밝혔다. 또 충분한 하중(들어 옮길 수 있는 최대 무게)과 작동 반경을 확보하는 한편 기업들이 협동로봇을 도입하는 데 부담을 낮추기 위해 가격경쟁력을 확보할 방침이다. 조립, 포장, 용접, 건설 타공 등 산업 현장은 물론 일상생활에서 일손을 돕는 협동로봇을 제작해 삶의 질을 높이는 데 일조한다는 구상이다.
특히, 지난해 두산로보틱스는 대구에 남부지사를 설립하고 남부지역 시장 공략을 추진 중이다. 대구를 기반으로 영·호남권 영업을 총괄하고 로봇자동화 시스템 통합(SI) 업체와 협업을 강화한다는 취지다.
대구에 본사를 둔 'HD현대로보틱스'도 협동로봇 시장 진출에 나설 것으로 전망된다. HD현대는 로봇 사업을 이끄는 수장을 교체한다. 이번 연말 인사를 통해 김완수 부사장을 대표이사로 내정한 것. 내년부터 새로운 CEO를 맞아 경영 혁신에 나설 것으로 보인다. 특히 산업용로봇에 집중해왔던 제품군을 다변화할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삼성전자의 대규모 지분 투자로 주목받은 '레인보우로보틱스'는 해외시장 확대에 공을 들이고 있다. 최근 푸드테크 기업 '에눗하다'와 협동로봇 공급 계약을 체결한 것. 협동로봇 'RB-N'시리즈 모델을 미국 뉴저지와 필라델피아, 호주 멜버른, 프랑스 파리 등 해외 10여개 매장에 도입한다. 앞서 지난 4월엔 미국 법인을 설립하기도 했다.
◆ 대구시 규제자유특구 사업 성과
대구시는 지난 2020년 8월 '이동식 협동로봇 규제자유특구' 선정 이후 관련 사업을 추진 중이다. 테크노폴리스 등 지역 내 총 14개소(8.3㎢)에 사업비 약 330억원을 투입해 이동식 협동로봇 작업을 시행하고 있다. 협동로봇 활용범위를 확대하고 제조업 경쟁력 강화와 신시장 개척을 강화하는 것을 목표로 한다. 실증을 통해 안전기준을 마련하고, 국내외 표준화를 선도해 새로운 비즈니스 모델을 창출하는 것이다.
대구지역 자동차 부품기업 '피에이치에이'는 이송·적재공정에, '에스엘'은 자동차 램프모듈 제조공정에 이동식 협동로봇을 각각 적용했다. 또 '유성정밀공업'은 협동로봇 실증을 통해 다품종 소량 생산공정 부품용접의 효율성을 높였다. 이밖에 '유진엠에스'는 대형 압력탱크 생산에 협동로봇을 활용하고 있으며 대구디지털혁신진흥원(DIP)은 제조환경의 이동식 협동로봇 비대면 서비스 실증 및 안전기준 고도화를 진행하고 있다.
특히 생산·물류공정에 협동로봇을 도입한 로봇 부품 기업인 '아진에스텍' 성서산업단지 공장에는 작년 8월 윤석열 대통령이 방문해 화제가 됐다. 당시 제1차 규제혁신전략회의가 개최됐고 실제 생산 현장에서 이동식협동로봇을 시연했다.
실증 사업에 참여한 기업들은 이동식 협동로봇을 도입해 생산성이 최대 20% 향상되는 효과를 거뒀다.시장 선점을 통한 매출 증대도 기대하고 있다.
대구의 경우 제8차 규제자유특구위원회에서 우수특구로 선정돼 인센티브 적용을 받는다. 지난해 12월엔 안전성을 인정받아 임시허가 전환에 성공했고, 올해 3월 세계최초로 작업장 KS 국가표준 제정을 제안했다. 또 지난달에는 균형발전사업 우수사례로 기관 표창을 받기도 했다.
전문가들은 향후 협동로봇 기술의 적용 범위가 더 넓어질 것으로 예측한다. 이찬 영남대 로봇공학과 교수는 "로봇의 관절이 힘을 측정할 수 있는 단계에 왔고 기존에 사람이 하던 일을 대신 할 수 있는 기술력을 갖추게 됐다. 현재는 시장 수요가 크지 않아 적용에 한계가 있으나 앞으로 점차 수요가 높아질 것으로 보인다"면서 "사용자가 이용하기 편리해야 하고 안전성을 확보해야 한다. 협동로봇의 가능성은 무궁무진하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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