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구밀도가 높을수록, 집값이 높을수록 출산율은 낮아진다. 시도별 합계출산율을 보면 지난해 기준 세종시 합계출산율은 1.12명인 데 비해 가장 낮은 서울시 합계출산율은 0.59명에 불과했다. 출산율 0.5명대는 살 수 없는 도시라는 의미다. 이런 서울의 발전적 해체가 인구 위기 해결을 위한 첫 단초를 제공할 수 있다. 보다 공격적으로 수도권 집중 문제를 해소해야 한다는 의미다. 권역별 메가시티 건설에 공감할 수 있으나 수도권 표를 의식한 정치권의 안이한 접근법에는 반대다.
수도권에 인구 절반이 살고, 지역구 국회의원 253석 중 수도권만 121석이다. 이런 구조로는 대개혁이 불가능하다. 당장 선거 승리에만 혈안인 정치권이 올바른 판단을 내놓을 가능성은 희박하다. 결국 미래 세대에 씻을 수 없는 죄를 지을 공산이 크다. 서울의 경쟁력을 운운하지 말라. 인구와 자본, 기업의 밀집도가 낮아서 지금껏 다른 국제 도시들에 비해 서울의 경쟁력이 떨어졌다는 말인가.
더 두려운 것은 출산율 감소세가 가팔라진다는 데 있다. 1970년 100만 명이던 신생아는 2004년 49만 명, 2017년 36만 명으로 내려앉았다. 3년 만에 30만 명대가 깨졌고, 2022년 25만 명마저 깨졌다. 올 들어 3분기까지 태어난 아기는 17만 명대로 역대 최저를 기록했다. 4분기 출산율 0.6명대 우려도 나온다. 대재앙이다.
지금도 수많은 젊은이들이 부푼 꿈을 안고 서울로 몰려들지만 이들에게 돌아오는 건 자괴감뿐이다. 일자리는 많다지만 내 자리는 없고, 눈만 뜨면 신도시 건설 계획이 나오지만 내 집은 없다. 소득 불균형은 심화하고 상대적 박탈감은 커져만 간다. 젊은이들이 신음하고 있다. 이런 절망의 구렁텅이를 마치 희망의 터전인 양 속이고 있다. 보다 평등한 지역사회에서, 훨씬 더 안전한 주거 공간에서, 조금은 나아질 미래를 예측하는 사회에서 젊은이들은 안정감을 느끼고, 자신을 돌아보며, 주위를 둘러보고 앞날을 설계한다.
인구 감소는 세계적 문제다. 여러 해결책이 제시됐지만 근본 해법을 찾은 국가는 없다. 인구 전문가들도 해결책이 없음에 공감한다. 다만 가파른 기울기를 얼마나 줄이느냐의 문제다. 현실적인 출산장려책과 함께 질 높은 일자리, 안전한 주거 환경이 보장돼야 한다. 코로나 팬데믹 때 미국 출생률은 떨어졌다. 그런데 노르웨이와 핀란드는 오히려 증가했다. 모두 재택근무를 통해 자유롭고 유연한 근로시간을 누렸지만 속내는 달랐다. 노르웨이와 핀란드 모두 치사율, 감염률이 낮았고, 특히 정부에 대한 국민의 신뢰가 두터웠다. 팬데믹 공포를 줄여 주고, 자녀 양육이 안전하다는 신호를 줬다.
한국은행 경제연구원 황인도 거시경제연구실장은 "노동시장 이중 구조를 완화해 양질의 일자리를 향한 경쟁을 낮추고 고용 불안을 덜어 줘야 한다. 주택 가격을 안정시켜 주거 불안을 낮추고 수도권 집중 완화, 입시 위주 교육을 지양해 경쟁 압력을 감소시키기 위한 지원과 대책을 마련해야 한다"고 했다. 제2, 제3의 서울을 만들어야 가능한 얘기다. 기업이 안착해 좋은 일자리를 제공하고, 거점 대학을 육성해 맞춤형 인력을 키워 내야 한다. 우리나라처럼 수도권 대학 쏠림이 극심한 나라는 없다. 지방이 소멸하면 대도시 밀집은 심화한다. 과포화 대도시는 불임(不姙) 도시다. 이런 노력을 지금 시작해도 최소한 한 세대가 지나야 효과가 드러난다. 그런데 우리는 시작조차 안 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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