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생명을 걸고 불법적이거나 문제가 된 자금을 받은 적이 결코 없다." 2001년 1월 당시 김대중(DJ) 대통령이 연두 기자회견에서 한 말이다. 이 소리를 듣고 기자는 실소를 금치 못했다. DJ는 1995년 중국 방문 중 베이징(北京)에서 14대 대선 때인 1992년 노태우 전 대통령으로부터 20억원의 선거자금을 지원받았다고 자진 토설(吐說)했다. 그것은 검은돈이 아닌가?
그 전까지 DJ는 당 대변인을 통해 "한 푼도 받지 않았다"고 했다. 대변인에게도 거짓말, 이런 표현이 가능하다면 '침묵의 거짓말'을 한 것이다. 언론 인터뷰에서 "대변인이 김 총재가 한 푼도 받은 적이 없다고 주장하지 않았나?"라고 하자 "대변인이 그런 말을 한 것은 내가 그 얘기를 하지 않아서 그런 것뿐"이라고 했다.
DJ의 말장난은 정계 은퇴 번복으로도 이어졌다. DJ는 1992년 14대 대선에서 패한 후 정계 은퇴를 선언했지만 1995년 7월 "민족이 중대한 위기에 처해 있는데 여야가 제 몫을 하지 못한다" 운운하며 번복했다. 그러면서 "정치 재개는 결과적으로 국민과의 약속을 못 지키는 것이 되는데 어떤 변명도 하지 않겠다"고 했다. '변명하지 않겠다는 변명', 낯간지러운 말장난이었다.
여기서 그치지 않았다. 거짓말 비난이 쏟아지자 DJ는 '거짓말'과 '약속 위반'은 다르다며 자기 합리화를 했다. 1997년 10월 한국논단 주최 사상 검증 토론회와 관훈토론회에서 "거짓말은 처음부터 속이려는 의도가 있는 것이고 약속 위반은 그런 의도가 없는 것"이라며 "저는 일생에 거짓말을 한 적이 없다. 약속을 지키지 못한 것이지 거짓말한 것이 아니다"고 했다. 정계 은퇴 선언 번복은 처음에는 지키려 했으나 상황 변화로 그렇게 하지 못한 '약속 위반'이라는 것이다. 말장난이었다. 거짓말을 했다가 나중에 이런저런 사정을 핑계로 정정하면 거짓말이 되지 않는다는 소리이기 때문이다.
홍익표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가 지난 대선 때의 '현 비례대표제(준연동형비례대표제) 유지' '위성정당 창당 방지' 공약을 파기하겠다는 뜻을 내비치면서 그 정당성의 근거로 DJ의 거짓말을 들었다. DJ도 정계 은퇴했다가 1996년 복귀해 대선에 출마하지 않았느냐는 것이다. 하다 하다 거짓말을 약속 파기의 근거로 들이미는 그 후안(厚顔)이 기괴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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