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칸 앞잘 아흐메드의 인도는 지금] ⑫ 더 나은 여성의 삶, 인도 여성 간병인의 활용

입력 2023-12-07 15:25:00 수정 2023-12-07 15:27:54

인도는 올해 인구 세계 1위 국가로 부상했으며 국내총생산(GDP)이 2023회계연도 2분기에 7.6% 상승하면서 경제적으로도 세계에서 가장 가파른 성장세를 보이고 있다. 이렇게 발전하고 있는 인도의 경제력만큼 인도 여성의 사회적 지위도 향상되어가고 있다.

전통 의상을 입고 있는 인도 내각 여성 장관들.
전통 의상을 입고 있는 인도 내각 여성 장관들.

모디 총리는 인도 해방 100주년이 되는 2047년에 인도가 선진국으로 성장하려면 인도 여성의 사회적 참여율과 여성의 사회적 위치가 높아야 한다며 2014년에 취임하자마자 내각 장관 중에서 요직으로 꼽히는 외교부, 재무부, 국방부, 교육부의 장관을 여성으로 임명했다. 또한, 10여 년 전에 발생한 인도의 여성 강간 사건 관련 부정적 이미지를 없애고자 전국 곳곳에 CCTV를 설치하고 성폭행 범죄에 대해 엄격하게 처벌할 수 있는 법을 제정하여 실행해왔다.

그리고 <딸을 지키자, 딸을 교육하자>라는 사회 운동을 전국적으로 전개함으로써 국민으로부터 신뢰를 얻고 있다. 특히 저소득층 여성에게 매월 일정한 생활비를 지급하고, 여학생들에게 전액 장학금 등을 지원해왔다. 이러한 정책 덕분에 이전보다 더 많은 인도 여성이 안전한 환경 아래에서 현대식 교육을 받을 수 있게 되었으며, 여성의 사회 진출은 급증할 수 있었다. 심지어 2022년에는 최하층 계급에 속하는 여성을 인도 대통령 자리에 임명하였다. 이는 모디 정부가 여성의 사회적 참여 및 사회적 지위의 향상에 최선을 다해왔음을 말해주고 있다.

2022년 모디 총리가 인도의 대통령이 된 무르무에게 축하하고 있다.
2022년 모디 총리가 인도의 대통령이 된 무르무에게 축하하고 있다.

◆숙련된 인도 여성 간병인의 도입 필요
모디 총리는 여성의 안전 보장 및 사회적 지위 개선을 공약으로 내걸었기 때문에 여당을 이기고 새롭게 정권을 창출할 수 있었다. 또한, 일련의 여성 복지 정책들의 성공이 모디 총리를 인도에서 가장 사랑받는 지도자로 만들었다. 그는 국민 담화에서 늘 여성을 여신으로 비유하고 선진국이 되려면 여성의 적극적 역할이 꼭 필요하다고 강조한다. 이러한 모디 정부는 '여성이 주도하는 인도'라는 목표를 세우고 나서 지난주 인도의 4개 주에서 치른 지방 선거에서, 3개 주에서 압도적인 승리를 거두었다.

이러한 결과는 모디 총리가 내년이 치러질 선거에서도 안정적으로 3기 연임할 수 있음을 예측하는 메시지로 보인다.
인도의 경제 부문에서 역량을 펼치고 있는 재무장관인 니르말라 시타라만, 역시, 모디 정부가 발굴한 한 명의 지식인 여성이다. 니르말라 시타라만 재무장관은 국내 여성에게 교육과 해외 취업의 기회를 제공하고 있으며, 특히 높아지는 해외 취업률을 통해서 인도의 경제력을 강화하고 있다. 그녀는 올해 한·인도 50주년을 맞이하여 한국을 방문했을 때 한국이 고령화와 저출산 문제로 인해 고민하고 있다는 점에서 인도의 저렴하면서도 우수한 여성 간병인이 한국에 큰 도움을 줄 수 있다고 하면서 협력을 제안하였다.

인도 정부에 따르면 인도는 매년 약 8만 명 간호 인력을 영국, 미국, 일본, 호주 등 선진국으로 수출하고 있다. 해외로 진출한 인도 간호 인력이 그 나라의 언어와 문화를 잘 습득하여 의사소통하는 데 문제가 없을뿐더러 의학 관련 전문성을 갖고 있어 그 어떠한 외국인 간병인보다 더 잘할 수 있는 능력을 갖춘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인도는 필리핀 다음으로 세계에서 가장 많은 간병인을 수출하는 국가다.
인도는 필리핀 다음으로 세계에서 가장 많은 간병인을 수출하는 국가다.

숙련된 인도 여성 간병인의 도입은 한국의 고령자들뿐만 아니라, 한국 여성들에게도 많은 도움을 줄 수 있다. 한국 드라마와 영화에서 한국 여성들이 육아 돌봄과 가사노동으로 고통받는 모습을 찾아볼 수 있다. 예컨대 <디어 마이 프렌즈>라는 드라마에서 한 여성이 힘들게 지낸 가부장적인 가정생활에서 벗어나고 싶어 70세 넘은 나이로 남편과 이혼을 시도한다. <82년생 김지영> 영화에서는 여성이 힘든 육아 생활 때문에 우울증과 해리 장애를 앓는다. 더욱이 <우리들의 블루스>라는 드라마에서는 여주인공이 우울증을 앓은 관계로 집안일도 자식 돌봄도 제대로 하지 못해 남편으로부터 이혼당한다.

이 이야기들은 옛날이나 지금이나 나라의 흥망이 곧 출산율을 좌우하는 여성에 의해 좌우되고 있음에도 여성의 우울함이 지속적으로 거론되어왔다는 사실을 보여주고 있다.
한국 대다수 여성은 교육을 받고 난 후 직장에 다니며 살고 있다. 그러나 BPW(전문직여성) 한국연맹에 따르면 남성 못지않게 사회에서 활약하는 이 전문직 여성들은 성별 임금 격차의 문제에 직면하고 있다. 이뿐만 아니라 정작 결혼하고 출산까지 하면서도 육아 문제로 인해 남성보다 힘든 위치에 서게 된다.

정부에서 마련한 아이 돌봄 지원 사업이 있어서 여성들은 그나마 자식 양육의 첫 단계에서 잠시 숨을 돌릴 수 있다. 그러나 해마다 감소하고 있는 출산율의 현상은 여성의 삶에 큰 도움을 주기에는 정부의 지원 사업이 턱없이 부족하다는 사실을 말해주고 있다.

◆순망치한(脣亡齒寒) 대신 치한순망(齒寒脣亡)
주지하다시피 저출산의 원인으로는 불충분한 지원, 높은 집값과 높은 교육비 등이 있다. 부모가 되기로 하는 것은 본질적으로 경제적인 것이 아닌 사회적인 문제라고 말한 CNN의 분석을 참고해볼 만하다. CNN은 한국의 저출산 이유에 대해 특히 여성의 희생을 강요하는 가부장적 문화와 가족과 함께 시간을 보내기 어렵게 만드는 노동문화를 지적했다. 여성은 집안일을 전담해야 해서 힘들고, 남성은 육아휴직을 쓰려고 해도 쓰기 어렵다는 문제가 있어서 여성의 가사노동 시간은 증가할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이 점에서 볼 때 여성 삶의 질이 향상되어야지, 저출산의 문제 역시 해결될 수 있다고 할 수 있다. 일단, 육아를 포함한 가사노동을 여성 혼자서 모두 하는 형태에서 벗어나서 도우미를 도입시켜야 한다. 최근 정부에서 도입하려는 '외국인 가사근로자 도입 사업'이 한국여성노동자회 등 시민사회단체 회원들에게서 노예제도라는 비판을 받고 있다.

그들은 '일하는 시간 보장'보다 '자녀를 직접 돌보는 시간을 보장'하는 것이 필요하다며 이 정책이 자녀를 직접 돌볼 수 있는 시간을 늘려달라는 국민의 요구와 일치하지 않기 때문이라 하였다. 따라서 한국사회는 단순히 저렴한 외국인 노동자의 수입보다는 아기 돌봄을 위한, 서구 선진국에서 인기가 있으면서 수가 많은 전문직 여성간병 인력을 배출할 수 있는 나라인 인도의 힘을 빌릴 필요가 있다.

대다수 인도 여성은 대가족에서 성장하기에 육아 지식이 풍부한 편이다.
대다수 인도 여성은 대가족에서 성장하기에 육아 지식이 풍부한 편이다.

보편적으로는 인도 여성은 영어에 능통하고 요리 솜씨 또한 훌륭하다. 그리고 종교 색채가 강해 이국적인 이미지가 선명하다. 이 장점들은 우울해하는 한국 여성에게는 지적인 다양한 대화의 교류, 언어교육 면에서의 도움, 새로운 문화의 맛을 줄 수 있다. 한국어가 숙련된 인도 여성과 함께 생활한다면 우울증에 시달려 고통스러워하는 가정주부들이 힘든 삶을 면할 수 있을 것이다. 최근 자신의 아기를 집 밖으로 던져 살해한 젊은 여성, 흑사병이 창궐한 중세 유럽보다 더 빠른 속도로 감소하고 있는 한국의 인구, 초저출산율 등의 문제를 해결하지 못한다면 한국 경제가 2050년부터 역성장을 할 수 있다는 심각한 문제들을 다룬 뉴스가 연일 보도되고 있다.

낮은 출산율, 감소 중인 인구수, 역성장에 들어갈 경제력 등은 모두 여성의 삶의 질과 관련되는 문제이기도 하다. 나라가 잘되어야 개개인이 행복하다는 옛 관념, 즉, "입술이 없으면 이가 시리다"의 순망치한(脣亡齒寒)이라는 고사성어가 있다. 그러나 지금은 나라를 구성해주는 개개인이 훨씬 더 중요해진 시대만큼 "치한순망(齒寒脣亡)"이라고 거꾸로 읽어야 할 때가 되었다. 여성들이 계속 추위에 떨어 힘들어한다면 나라가 성장을 멈출 수 있다. 그러니 서구 선진국에서도 인정받는 많은 간병 인력을 제공할 수 있는 인도의 힘을 통해 여성의 더 나은 삶을 확보하는 것은 시급한 일이다.

칸 앞잘 아흐메드(영남대 박정희새마을연구원 연구교수 khanafzal@yu.ac.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