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경북대-금오공대, 내년 글로컬대 지정 앞두고 통합 급물살

입력 2023-12-04 18:23:16 수정 2023-12-04 20:10:39

16년 만에 논의 재개, 흡수 형태 아닌 대등한 위치로 가능
"학령인구 감소로 생존 위기…지역 산업 살리는 모델 구축"

경북대 본관 (사진 왼쪽), 구미 금오공대.
경북대 본관 (사진 왼쪽), 구미 금오공대.

경북대학교 본관 전경.
경북대학교 본관 전경.
금오공대 전경. 매일신문DB
금오공대 전경. 매일신문DB

정부의 '글로컬대학' 지정과 함께 국·공립대 통폐합 바람이 불고 있는 가운데 대구경북에서도 경북대와 금오공대의 통합 논의가 급물살을 타고 있다.

두 대학의 통합 논의는 지난 2007년 무산된 이후 16년 만이다. 두 대학은 학령 인구 감소에 따라 통합의 필요성에 대해 공감하고 구체적인 통합안에 대한 검토를 준비하고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대학 생존 위해 2007년 불발된 통합 재논의

대구와 경북의 대표적인 국립대인 두 대학의 통합 움직임은 벼랑 끝에 몰린 지방 국립대의 치열한 생존 돌파구 찾기로 분석된다.

지난 2007년 두 대학은 한 차례 통합을 시도했지만 무산됐다. 당시 경북대는 공학 분야 특성화, 지역 산업 우수인재 수급 등의 이유로 금오공대에 통합을 제안했다.

당시 경북대가 금오공대에 제안한 4가지 통합안은 ▷경북대 공과대학 전체의 구미캠퍼스 이전 ▷기능별 재배치 ▷학과기능별 특성화 ▷단계별 통합 등이었지만 의견 조율에 어려움을 겪다가 무산됐다.

그러나 최근 학령인구 감소로 지역대학이 생존 위기를 겪으면서 대학 간 통합을 고려하지 않을 수 없게 됐다. 여기에 '글로컬대학'이라는 정부 지원 정책으로 경쟁력있는 국립대 통합이 생존 전략의 핵심으로 떠올랐다.

지난달 교육부가 발표한 '2023 글로컬대학30 사업 본지정 선정 평가 결과'에 포함된 대학 10곳 가운데 4곳은 학교 통합을 전제로 혁신 기획서를 제출한 국·공립대였다.

앞서 글로컬 대학 선정을 위해 경북대는 대구교대와 통합안을 제시했지만 지난 6월 글로컬대 예비 지정에서 탈락했다.

경북도 역시 국립 금오공대와 안동대, 공립인 경북도립대의 통합을 추진했지만 안동대와 대학 본부 위치를 두고 이견을 좁히지 못하면서 안동대와 경북도립대 통합만 추진됐다.

곽호상 금오공대 총장은 "'글로컬대학' 지정만을 목표로 한 것이 아니라 지난해부터 '지역 산업을 살리는 대학'이라는 모델을 구축해 온 연장선에서 지역 대학 성장 방안을 고민하는 것"이라며 "경북대와의 통합도 같은 차원에서 검토 중인 사안으로 이제 막 통합 논의를 할 분위기가 형성된 상황"이라고 말했다.

◆공학 분야 시너지 예상…지역 산업과 발맞출 것

경북대와 금오공대가 통합되면 공학 분야에 대한 상승 효과를 거둘 수 있을 전망이다.

특히 정부의 라이즈(RISE·지역혁신중심 대학지원체계) 사업으로 지자체가 교육 재정까지 좌우하게 되면서 지역 산업 기반과 지자체의 협력과 연계가 중요해진 점도 긍정적인 요소로 꼽힌다.

대구시는 대구경북을 미래모빌리티 반도체 산업의 글로벌 중심지로 탈바꿈하는 '파이(π)밸리 프로젝트'와 미래 5대 신산업인 'ABB 산업'을 집중 육성하는 중이다. 구미산단 역시 지난 7월 반도체 특화단지로 지정되면서 산업 재편에 열을 올리고 있다.

여기에 경북대는 지난 6월 교육부와 한국산업기술진흥원이 추진하는 '반도체 특성화대학 지원사업'에 선정됐고, 금오공대는 지역과 산업이 요구하는 인재 양성을 위한 '퀀텀 점프(Quantum Jump) 추진'을 교육혁신 목표로 설정했다.

양 대학은 흡수 형태가 아닌 대등한 위치에서 통합도 가능할 것으로 예상된다. 경북대와 통합된 상주대의 경우 통합 전 신입생 충원율이 70%대에 그쳤지만 금오공대의 경우 국립특성화공과대학인만큼 경쟁력을 충분히 갖췄다는 것이다.

홍원화 경북대 총장도 "금오공대뿐만 아니라 대구교대와도 앞으로 논의를 이어갈 생각이다. 경북대가 지난 6월 반도체 특성화학교로 선정된만큼 금오공대와 맞아떨어지는 부분이 있다고 생각한다"고 했다.

다만 통합에 앞서 풀어야할 과제도 적잖다. 현재 정부가 펼치는 라이즈사업의 경우 단일 지자체 사업으로 분류되기에 각각 대구시와 경북도에 속한 두 대학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 미지수다.

지역 대학 한 관계자는 "1차 글로컬 사업에서 경북도가 금오공대, 안동대, 경북도립내 세 곳을 합치는 경북형 모델을 강력히 제시했으나 금오공대가 빠졌다. 이를 두고 경북도가 경북대와의 통합을 어떻게 바라볼 지도 의문"이라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