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많은 여론조사 결과를 보면서 항상 느끼는 것이 국민의힘 지지율이 왜 나아지지 않는가이다.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 재판 과정에서 밝혀지는 시정잡배만도 못 한 이야기들, 암탉이니 방울이니 하는 수많은 망언들, 수사 책임자를 탄핵하는 사상 초유의 만행에도 민주당 지지율은 그대로다. 양식 있는 국민이라면 이런 정당을 지지할 수는 없다. 스스로 발광체는 못 될지언정 민주당이 제공하는 수없이 많은 호재(?)에도 불구하고 그 어떤 반사이익도 챙기지 못하는 국민의힘은 도대체 뭔가.
필자는 이것이 모두 자업자득(自業自得)이라는 생각을 지울 수 없다. 멀리 갈 것도 없이 대선 승리 이후부터만 살펴보아도 국민이 왜 지지하지 않는지가 명확해진다. 대선 과정에서 윤석열 후보는 '공정과 상식' '자유와 정의'의 회복을 부르짖었다. 보수의 정체성을 정확히 표현한 것이었다. 위의 네 가치는 자신에게 엄격한 도덕성이 전제되지 않으면 불가능하다. 대선 승리에 기여한 사람들이 스스로 자신의 욕심과 기득권을 내려놓아야만 자유와 정의, 공정과 상식이 회복되고 이 나라가 살 만한 사회가 될 수 있다. 그러나 윤석열 정부는 첫 단추부터 잘못 끼웠다.
대선 승리 직후에 지방선거가 있었다. 대통령 권력을 회복한 직후의 지방선거는 지방 권력을 온전히 회복할 절호의 기회였다. 가장 험지는 누가 뭐라 해도 수도권, 즉 경기도지사 선거였다. 당내 경선에서 유승민 전 의원의 우세가 예상되자 윤석열과 그 주변 사람들은 그를 적으로 돌려 끝내 싫다는 김은혜를 등 떠밀어 내보냈고, 결국 유승민은 당내 경선에서 좌초했다. 이것으로 윤석열 당선자는 자신이 부르짖었던 '자유, 정의, 공정, 상식'을 잃었지만 깨닫지 못했다. 만일 경선이 순리대로 이뤄졌다면 유승민은 경기도지사 선거에 나섰을 것이고, 민주당 김동연 후보는 그의 상대가 되지 못했을 것이다. 그랬다면 윤 대통령은 오세훈 서울시장, 유승민 경기도지사, 홍준표 대구시장으로 이어진 차기 대권 경쟁자들을 경쟁시켜 가면서 보다 안정적인 국정 운영을 가져갈 수 있었을 것이다.
두 번째는 이준석 대표를 끌어내리고 김기현 체제를 수립하는 과정이었다. 공천권을 이준석에게 맡겨둘 수 없다는 생각에서 이준석을 징계하고 끌어내렸는데, 국민의 눈에 그 과정은 결코 공정하지도 상식에 맞지도 않았다. 당내 중진들의 출마가 예상되자 초선 의원들까지 동원해 연판장을 돌려가며 그동안 함께 정치를 해온 나경원을 주저앉혔다. 윤석열 대통령은 또다시 자신이 주장했던 보수의 가치인 공정과 상식, 자유와 정의를 축구공 차듯 차 버렸다. 물론 결과는 국민의 지지도 하락이었지만, 어이없게도 대통령은 여론조사에 일희일비(一喜一悲)하지 않는다며 국민의 경고를 무시했다.
세 번째이자 마지막 난관은 지금 국민의힘이 스스로 만들어가고 있다. 인요한 혁신위를 띄운 것은 적절한 선택이었다. 혁신위가 무엇을 할 수 있을까를 의심하는 사람들에게 '전권'을 주겠다고 호언했다. 그런데 그 혁신위가 제안한 첫 번째 의결 사항은 용산에 가까운 권력자들과 당내 영남 다선 의원들의 불출마 또는 험지 출마였다. 사실 이것은 기득권을 포기하고 국민만 바라보며 정치를 하라는 국민의 요구를 대신 전한 것이었지만, 김기현 대표를 비롯한 기득권자들은 묵묵부답으로 일관했다. 답답했던 인요한 혁신위원장은 서대문갑 출마를 포함한 모든 것을 포기할 테니 공관위원장을 달라고 요구했는데, 김기현 대표는 그 욕심에 혁신위원장 맡았느냐며 단칼에 거절했다. 파란 눈의 한국인 인요한 교수가 공천에 욕심이 있어 공관위원장 자리를 달라고 했겠는가.
내년 4월 총선은 대한민국의 미래가 달린 중차대한 선거다. 국민의힘 주도 세력이 눈에 불을 켜고 이익을 좇아온 지난 세월에 잃은 것은 국민의 신뢰와 지지요, 얻은 것은 국민의 조롱과 야당의 전횡, 그리고 국정 농단이었다. 각종 범죄 혐의로 재판받는 야당 대표도 어쩌지 못해 국회가 야바위꾼 소굴이 되고, 민생 법안도 예산도 통과되지 않아 국민은 막대한 피해를 입고 있다. 의석이 모자라서 그렇다고? 그게 아니다. 국민의 신뢰와 지지를 잃었기 때문이다. 민주당이 아무리 의석이 많아도 국민이 국민의힘을 신뢰하고 지지하면 저렇게 무소불위로 의회 권력을 남용하지 못한다. 국민의힘이 이를 깨닫지 못하면 윤석열 정부는 대한민국을 망친 정부로 평가될 것이다. 모든 것을 버려서라도 이 나라를 구하라는 국민의 요구가 들리지 않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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