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호경 대구FC 엔젤클럽 회장
올해 지역 스포츠계에서 눈에 띄는 뉴스 중 하나는 대구FC 이근호 선수(이하 '이근호')의 은퇴 소식이다. 12월 3일 2023년 K리그1 마지막 경기가 끝난 뒤 이근호 선수는 은퇴식을 가졌다. 대구FC를 거쳐 간 많은 선수들이 있지만 이근호의 은퇴식은 특별했다. 경기 종료 후 팬들과 함께했고, 이근호도 대구에 대한 남다른 애정을 드러냈다.
이근호는 고향이 대구가 아니다. 인천 부평고를 졸업하고 엘리트 코스를 거쳐 2004년 인천유나이티드에 입단했다. 하지만, 그는 좀처럼 자리 잡지 못해 주로 2군에서 뛰었다. 물론 포기하지 않고 최선을 다했던 그는 2군 리그에서 팀을 우승시키고 MVP를 수상했다. 대구FC의 부름은 받은 건 2007년 시즌이다.
첫 경기부터 2골을 터트린 이근호는 대구FC의 공격 축구 선봉장에 섰다. 당시 대구FC는 최다득점 최다실점의 화끈한 축구로 인기가 높았다. 성인 국가대표에도 발탁되는 등 그는 대구에서 전성기를 보냈다. 사람들은 뜨거운 열정의 도시 대구를 상징하는 '태양'에서 착안해 그를 '태양의 아들'로 불렀고, 이후 그 별명은 항상 그의 이름 앞에 수식어처럼 붙었다. 이근호도 그 이름을 좋아했다.
대구를 떠난 그는 13년 만인 2021년 대구로 돌아왔다. 돌아온 후에도 그는 따뜻한 리더십으로 팀에 기여했다. 성실한 플레이와 선한 인성으로 축구계 선후배뿐만 아니라 K리그 팬들에게도 사랑받았다. 그런 그가 이제 그라운드를 떠났다. 이제 '태양의 아들'은 노을 속으로 지고 마는 것일까?
이근호는 최근 새로운 별명을 얻었다. 바로 '태양의 천사'다. '축구를 통한 지역사랑운동'을 실천하는 대구FC엔젤클럽의 '명예엔젤'로 가입한 것이다. 그의 가입 소식에 엔젤들은 그를 '태양의 천사'라 부르며 환영했다. 또 그의 엔젤 가입 기사(매일신문 11월 30일 자 18면)가 뜨자 많은 축구팬이 감동했다. 인터넷의 인기 축구 커뮤니티에서는 '엔젤 근호' '이건 진짜 시민구단만 할 수 있는 근본이네'라는 댓글이 이어졌다.
이근호의 엔젤 가입 소식은 의미가 남다르다. 우선 대구FC 소속 선수로 김귀현, 강현영 에 이어 세 번째 엔젤이 됐다. 프로선수가 은퇴 후 자신의 소속팀을 위해 후원하고, 연고지를 위해 봉사한다는 것은 어떤 의미일까? 바로 축구를 통한 사회공헌이며 '시민이 구단의 주인'인 시민구단의 존재 이유일 것이다.
엔젤클럽도 경사다. 내년이면 10년 엔젤이 탄생하는 만큼 이근호 선수의 엔젤 가입은 새롭게 도약할 수 있는 좋은 계기가 될 것으로 보인다. 엔젤클럽은 지난 2015년 대구FC가 2부 리그에 뛸 때 출범, 이제 10년을 바라보고 있다. 출범 초기에는 시민들의 무관심 속에 회원 확장에 어려움을 겪었으나 어느덧 10년을 맞이하며 100년을 내다보고 있다.
타 지역에서 수없이 벤치마킹했지만 유사 단체가 지금까지 생기지 않은 것을 보면 엔젤클럽은 분명 대구 시민의 DNA가 무엇인지를 실체적으로 보여주고 있는 셈이다. 특히, 지난 4월에는 DGB대구은행파크(대팍) 중앙광장에 엔젤의 이름이 새겨진 엔젤 동산을 조성해 그 정체성을 분명히 했다. 이런 분위기 속에 국내 최고 공격수로 활약했던 이근호가 엔젤클럽에 가입한 것은 클럽의 외연 확장에 큰 힘이 될 것으로 전망된다.
이근호는 앞으로 대구 지역에서도 왕성하게 활동할 것으로 알려졌다. '태양의 아들' 이근호는 이제 자신이 뛰었던 팀을 후원하고, 그 지역을 사랑하는 '태양의 천사'로 날아오른다. '엔젤'로서 그를 맞을 생각을 하니 한편으론 설레고, 또 감사하다. 12월의 태양이 이토록 따뜻하고 감사할 줄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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