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스크칼럼] 대구FC와 유럽식 축구문화

입력 2023-11-22 16:54:50 수정 2023-11-22 18:15:15

전창훈 체육부장

전창훈 체육부장
전창훈 체육부장

대구FC의 올 시즌 가장 큰 성과를 꼽으라면 팬들의 반응이 아닐까 싶다. 이는 시민프로구단으로서의 대구FC에 새로운 이정표를 남기는 사례이기도 하다.

K리그가 막바지를 달리는 가운데 대구FC는 6위를 기록 중이다. FA컵 우승(2018년)과 K리그 3위(2021년) 등 과거의 화려함과 비교하면 성적으로는 아쉬울 수밖에 없다. 그나마 '파이널라운드A 진출'이라는 최소한의 목표를 지킨 것은 위안거리다.

놀라운 것은 대구FC를 향한 팬들의 사랑이다. 이는 DGB대구은행파크(이하 대팍)의 매진 행진을 보면 가늠할 수 있다. 올 시즌 홈경기에서 10차례 매진을 달성해 역대 단일 시즌 최다 매진 기록을 세웠다. 12월 3일 홈경기가 1경기 남아 있는 것을 감안하면 11회 매진으로 마무리될 공산이 크다. 대구FC의 FA컵 우승 이후 기대감이 절정이었던 2019년(9회 매진)과 비교해도 팬들의 반응이 얼마나 뜨거운지를 알 수 있다.

이런 인기의 배경에는 여러 가지가 있을 수 있다.

대구FC 홈구장인 대팍은 전국적으로도 축구 관람에 최적화된 구장으로 이름나 있다. 터치라인에서 관중석까지의 거리가 7m로, 전국 축구 구장 중 가장 짧다. 전체 바닥에 알루미늄 패널이 설치돼 '쿵쿵~ 골~'이라는 대구만의 독특한 응원 함성도 탄생시켰다. 또한 함성이 모아지는 지붕도 응원의 재미를 배가시킨다.

팬들과 스킨십을 하려는 구단의 노력도 빼놓을 수 없다. 특히 대팍만의 독특한 팬 서비스가 돋보인다. 선수들이 경기 직후 경기장을 나와 대기 버스를 타기까지 동선이 오픈돼 있다. 선수단이 지하 통로를 통해 버스로 왔다 갔다 하며 동선이 비공개인 다른 구장과는 비교되는 형태다. 이 때문에 많은 팬이 경기가 끝나고도 게이트에서 기다렸다가 경기장을 나오는 선수들에게 사인을 받거나 같이 사진을 찍는 진풍경이 벌어진다.

또한 ▷'플레이어 데이'나 '콜라보 브랜드 데이' 등 갖가지 이벤트 진행 ▷'대튜브'나 '리카TV' 등 다양한 채널을 통한 팬들과의 소통 등도 있다.

그러나 무엇보다 주목하고 싶은 것은 대구 시민들의 축구 사랑과 문화다.

지하철이나 시내를 다니다 보면 대구FC 유니폼을 입은 젊은이들을 심심찮게 볼 수 있다. 또 가족 모두 유니폼을 입고 다니는 모습도 보인다. 대구FC에 따르면 올 시즌 유니폼이나 굿즈 등의 판매액이 지난해 대비 86%나 늘었다. 어디서든 유니폼을 입고 다니는 모습은 '나는 대구FC 팬이다'는 것을 드러낼 만큼 자부심을 갖는다는 방증이다.

대구FC 홈경기 때마다 관중의 열정적인 함성과 응원가가 경기장을 가득 채운다. 대구FC가 이기고 지고를 떠나 그런 역동적인 모습이 직관을 하게끔 만드는 동인이다. 대구FC를 자발적으로 후원하는 순수 시민 모임 '대구FC엔젤클럽'의 활발한 활동도 자양분이 되고 있다. 이는 우리가 선망하는 '유럽의 축구 문화'와 어렴풋이 오버랩되는 장면들이다. 그들에게 프로축구는 삶의 일부로 자리 잡아 자연스레 문화로까지 인식되고 있다.

대구FC는 시민구단이다. 대기업이 운영하는 다른 구단과 비교해 언제나 재정적인 어려움이 있고, 그만큼 탁월한 성적을 내기도 녹록지 않다. 하지만 올 시즌 대구FC는 '시민들의 뜨거운 관심과 응원'이라는 가능성을 충분히 보여줬다. 이를 어떻게 지속 가능하게 만들고 발전시킬 것인가는 대구시와 대구FC의 몫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