심헌재 매일신문 문화부 기자
"대구가 문화의 도시라는 것은 알고 있지?"
지난해 12월 문화부로 발령받은 후, 한 선배가 기자에게 한 말이다. 기자는 선배의 물음에 "몰랐다"고 대답하면서도, '대구가 문화의 도시구나! 흥미롭다!'고 생각했다. '영화의 도시' 하면 부산이 떠오르듯, '문화의 도시' 하면 바로 대구가 떠오를 만큼의 기반이 있을 것으로 예상했다.
그리고 약 1년의 시간이 흘렀다. 그런데, 1년 전 기자의 마음속에 있던 '문화의 도시 대구!'는 '문화의 도시 대구?'로 바뀌었다. '대구는 문화의 도시'라는 문장 끝에 느낌표가 아닌 물음표가 생각나는 것은 왜일까.
▷유네스코 음악창의도시 ▷클래식의 도시 ▷국내 유일의 오페라 전용 제작 극장을 가진 도시 ▷국내 최대 뮤지컬 축제가 개최되는 도시 ▷서울 대학로 다음가는 연극 인프라가 형성된 도시. 이 모든 수식어는 대구를 가리킨다. 대구에는 국내 유일의 오페라 전용 제작 극장인 '대구오페라하우스'가 있고, 국내 최대 뮤지컬 축제인 '대구국제뮤지컬페스티벌'(DIMF)이 매년 열린다. 서울 대학로 다음가는 연극 거리인 '대명공연거리'가 형성돼 있고, 유네스코 음악창의도시로서 세계의 타 도시들과 교류도 하고 있다. 표면적으로 봤을 때 대구는 문화의 도시가 맞다. 그렇지만 조금만 자세히 들여다보면 '문화의 도시 대구'의 어두운 민낯이 바로 드러난다.
지난 2일 예술경영지원센터가 발간한 '2023년 3분기 공연시장 티켓 판매 현황 분석 보고서'에 따르면 올해 3분기 대구의 전체 공연 티켓 예매 수와 티켓 판매액은 전년 동기 대비 각 4.2%와 17% 하락했다. 또 지난 8월 '2023년 상반기 공연시장 티켓 판매 현황 분석 보고서'에 따르면, 올해 상반기 대구에서 열린 클래식 공연 건수는 지난해 같은 기간 대비 18.8%나 감소했다.
문화 분야와 시·구립 공연장 상황도 다르지 않다. 시·구 공연장 관계자들은 "문화의 장르를 가리지 않고, 티켓 판매가 코로나 때보다 더 힘들다. 회복을 걱정해야 할 때가 아니라, 대구 문화 시장 자체가 죽은 것 같다. 앞으로 더 걱정이다"고 입을 모은다.
또 2019년 부산에 대형 뮤지컬 전용 극장 드림씨어터가 개관한 뒤, 2020년부터는 뮤지컬 관객 수와 티켓 판매 금액도 부산에 크게 밀린 것으로 나타났다. 클래식에서는 부산이 뒤를 바짝 쫓고 있고, 뮤지컬은 이미 잡아먹힌 형국이다.
앞으로의 전망도 그리 좋지 못하다. 대구교도소 후적지에 조성을 추진 중인 국립뮤지컬콤플렉스는 대구 뮤지컬의 창작 거점이 될 것으로 기대되지만, 사업은 여전히 지지부진하다. 또 지역 문화계에서는 "문화 관련 사업비는 증액은커녕 유지만 해도 대성공"이라는 말이 돈 지 오래다. 문화 부흥을 기대할 만한 요소가 많지 않다.
이에 반해 부산에는 2025년부터 차례로 부산국제아트센터와 부산오페라하우스가 개관할 예정이다. 현 상태가 지속된다면 '문화의 도시 대구'의 미래 모습은 불 보듯 뻔하고, '영화와 문화의 도시는 부산'이라는 말이 나올지도 모른다.
'현재의 대구가 진정 문화의 도시라고 볼 수 있을까?'라는 질문에 물음표가 떠오른다. 물음표를 다시 느낌표로 바꿀 수 있게 지금 대구의 문화계 인물 모두가 머리를 맞대야 한다. 언젠가 자신 있게 "대구는 진정 문화의 도시가 맞다!"고 이야기할 수 있는 날이 오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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