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시철도 2호선 이용객 "지하철 탄 다음날, 벌레 물린 자국·이불엔 핏자국"
전문가 "인체에 무해한 '물리적 방제' 우선시 돼야…화학약품 사용 시 용법·용량 주의"
대구 달성군 다사읍에 사는 회사원 A(27) 씨는 지난 4일 도시철도 2호선을 탔다가 몸에서 낯선 자국을 발견했다.
왼쪽 팔꿈치부터 줄줄이 벌레에 물린 흔적이 남아있던 것. 다음날 오전 이불에서도 전에는 본 적 없는 작은 핏자국들도 눈에 띄었다.
A 씨는 "평소 대중교통 이용을 거의 하지 않는데, 그날 계명대역~반월당역까지 30분 간 지하철을 타고 가는 동안 빈대에 물린 것 같다"고 말했다.
전국이 빈대 퇴치에 비상이 걸린 가운데 대구도시철도의 빈대 방역이 실효성이 떨어진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대구교통공사는 법정 기준치보다 두 배 강화해 열차를 방역하고 있다는 입장이지만, 방역 전문가들은 살충제를 도포하는 현재 방식으로는 빈대를 제대로 막을 수 없다고 우려한다.
19일 대구교통공사에 따르면 도시철도는 매달 1~2회씩 물에 희석한 약품을 객실의자, 손잡이, 냉방필터, 바닥, 차량 연결통로 등에 뿌리는 식으로 방역을 하고 있다. 살균·살충약품을 각각 사용하며 운행을 마친 열차가 차량기지로 들어오면 방역업체가 약품을 살포하는 식이다.
올 하반기 들어 도시철도 1~3호선 이용객이 신고한 민원 가운데 해충 관련 민원은 4건이었다. 지난 7월과 9월 모기와 벌레 발견 신고가 접수됐고, 지난달 20일에는 진드기가 붙어있다는 신고가 들어왔다.
지난 4일에는 문양역 인근에서 전동차 천장에 빈대처럼 보이는 벌레가 보인다는 신고도 접수됐다.
대구교통공사는 법정 기준보다 두 배 더 자주 방역을 진행하고 있어 빈대 발생 가능성이 낮다는 입장이다. 교통공사는 하절기 월 2회, 동절기 월 1회씩 방역을 하고 있다.
질병관리청은 50℃ 이상의 고온에 빈대를 노출하는 물리적 방제와 약품을 사용하는 화학적 방제 모두 권장하지만, 도시철도에서는 화학적 방제만 이뤄지고 있다.
전문가들은 화학적 방제도 살충 효과는 있지만 예방적 살포는 효율성이 떨어진다고 지적한다.
특히 빈대는 '식독제(해충이 먹어서 죽는 약)'가 없어 연쇄 살충이 불가능하고, 살충제에 직접 접촉이 돼야 효과가 있다는 것이다.
더구나 어두운 틈으로 숨어드는 빈대 특성 상 스프레이 방식으로는 구석까지 살충 효과가 미치기 어렵다는 점도 이유로 든다.
홍원수 한국방역협회 명예회장은 "빈대는 대체로 인간이 거주하는 공간에 서식하기 때문에 물리적 방제가 우선"이라며 "과도한 살충약 사용은 인체에 해롭고, 대충 뿌리면 오히려 빈대가 내성을 갖게 돼 번식력과 생존력만 키운다"고 지적했다.
한편 대구시교육청은 지난 13~17일 각급 학교 기숙사 32곳을 대상으로 점검한 결과 빈대 관련 신고는 없었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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