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구멍 난 포항 지진 안전 시스템…분통 터지는 시민들

입력 2023-11-16 05:00:00

국내 최대 규모의 피해를 낸 경북 포항 지진이 발생한 지 6년이 지났다. 2017년 11월 15일 포항 북구 흥해읍에서 시작된 규모 5.4의 지진은 1년간 여진으로 이어졌다. 땅이 흔들리고, 건물이 무너졌다. 1명이 숨지고, 117명이 다쳤다. 구호소 생활을 했던 이재민은 1천700여 명이나 됐다. 유례없는 지진을 경험한 포항 시민들은 불안과 공포에 휩싸였다. 세월이 흐르면서 시민들은 일상을 회복하고 있다. 그러나 2차 피해를 대비하는 안전 시스템은 제대로 작동하지 않고 있다. 정부의 무관심과 의지 부족 탓이다.

포항 지진은 인재(人災)였다. 지열발전소의 지하 물 주입 과정으로 촉발된 인공지진이었다. 무리한 사업 추진과 관리 소홀, 안이한 대처 등이 빚어낸 총체적 참사였다. 지진 발생 2년 뒤 건립된 포항지진트라우마센터에서는 3천여 명이 심리상담을 받았다. 여전히 많은 시민들이 작은 흔들림에도 깜짝 놀라고, 당시의 악몽을 떠올리고 있다. 시민들의 상흔은 아물지 않았고, 정부의 사후 조치는 갈팡질팡이다.

정부가 지열발전소의 지하 관측 및 안정화 작업을 위해 추진했던 '포항지진안전센터'는 착공조차 못 하고 있다. 운영 주체를 선정하지 못해 6년째 진척이 없다고 하니, 말문이 막힌다. 추가 지진 여부를 감시하기 위해 지난해 5월 설치됐던 심부지진계는 지난 9월 철거됐다. 8억원을 들인 심부지진계 3대가 1년도 되지 않아 모두 먹통이 되어서다. 심부지진계 중 1대는 설치 당일부터 작동하지 않았고, 다른 1대는 한 달 만에 멈췄다. 설계 부실과 기계 결함 등의 지적이 나온다. 시민 안전을 위한 국가 사업이 엉터리로 진행된 것이다.

과거의 잘못에서 교훈을 얻지 못하면 미래는 없다. 포항 지진은 안전 불감증이 초래한 인재였고, 국민들에게 지진의 위험성을 알린 계기가 됐다. 당연히 정부는 같은 사고가 재발되지 않도록 해야 한다. 그러나 정부의 대책은 허술했고, 사후 관리도 엉망이었다. 책임지겠다는 사람도 없다. 포항 시민들은 분통이 터진다.